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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이 쓴 서신의 특징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바울과 함께 일한 알려지지 않은 일꾼들의 이름이 반드시 기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또한, 사도 바울이 골로새 교회에 보내는 편지의 말미에 일종의 추신 형태로 그리스도의 참된 종들을 소개한 내용으로, 거기에 ‘아리스다고’라는 인물이 포함돼 있습니다.


1. 위대한 사도 바울 뒤에는 많은 동역자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바울의 서신 중 로마서, 고린도 전후서, 골로새서, 빌립보서, 디모데 전후서, 빌레몬서 등에는 중간이나 끝 부분에 바울을 도운 동역자의 이름을 밝히며, 그들의 사역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롬16장에는 “너희를 위하여 많이 수고한 마리아, 나와 함께 갇혔던 안드로니고와 유니아, 주 안에서 수고한 드루배나와 드루보사” 등 동역자의 이름마다, 앞에 아름다운 수식어가 붙어있습니다. 빌4:1-3에는 그들의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돼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옛날 다윗 왕에게 목숨 바쳐 충성했던 세 명의 장군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대상11:10-19에 다윗이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을 마시고 싶어 할 때, 수만의 병사 가운데 부하 30명을 거느린 두목 세 사람이, 포진해있는 블레셋 군대를 뚫고 지나가 물을 길어 왔습니다. 이때 다윗은 그 물을, 자기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갔던 자들의 피로 여겨 마시지 않고, 하나님께 부어드렸습니다. 오늘 본문의 아리스다고가 바로 이런 일꾼이었습니다. 종말에 교회에 필요한 일꾼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숨어서 일하는 평신도, 아리스다고 같은 사람입니다.

신학자 브루스는 사도 바울을 ‘하나님 나라의 자석’으로 표현했는데, 그 이유는 바울의 주위에는 언제나 참된 믿음의 사람들이 붙어 다녔기 때문입니다. 다윗 왕이나 역대 선지자들 역시 주변에 신실한 신앙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결코 혼자 사역한 적이 없습니다. 환경과 상황이 어려워질 때도 참된 일꾼들이 곁에 있었기에, 큰 힘을 얻어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고전12:26-27에서 바울은 교회는 예수님의 몸이요, 그 안의 성도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 가르쳤습니다(골1:18). 몸은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다 함께 고통을 받고, 영광을 받으면 역시 모두가 영광을 받게 됩니다. 즉 교회는 한 공동체로, 너 따로 나 따로가 아니라 성도 전체가 예수님을 중심으로 ‘하나’인 것입니다. 행22-23장에는 유대인들이 바울을 향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자라고 소리치고, 급기야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겠다고 맹세하고 바울이 지나는 길에 매복했던 40명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이처럼 바울과 함께하는 전도여행은 언제나 생사의 갈림길에 놓일 때가 많았습니다. 바울이 옥에 갇히고 매를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고, 자지 못하고 주리고 목마르고 굶고 춥고 헐벗을 때, 그와 동행했던 동역자들 역시 함께 고통당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고후11:23-28).


2. 아리스다고는 바울과 끝까지 사역을 함께하였습니다

위대한 바울 뒤에는 에바브라, 데마, 디도, 마가, 유스도, 바나바, 누가,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 등 함께 수고한 여러 동역자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바울을 바울 되게 한 일등공신이 바로 ‘아리스다고’입니다. 아리스다고는 사도도 지도자도 아닌 이름 없는 평신도였습니다. 성경에는 그의 인적사항이나 행적이 자세히 기록돼 있지 않으며, ‘마게도냐의 데살로니가 사람’이라고 밝힌 것이 전부입니다(행 19:29, 20:4, 27:2). ‘아리스다고’는 ‘선한 정치, 최고의 통치자’라는 뜻으로, 바울을 만난 이후에야 이름에 걸맞는 빛나는 삶을 살았습니다. 성경에는 이름이 총 다섯 번밖에 나오지 않지만, ‘바울과 같이 다니는 자’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바울이 가는 곳에 늘 함께 있었습니다(행19:29, 20:4, 27:2, 골4:10, 몬1:24). 아데미 여신을 섬기는 에베소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전하는 바울에게 분이 가득하여 소요를 일으켰는데, 이때 가이오와 아리스다고가 무리에게 붙잡혀 극장으로 끌려가기도 했습니다(행19:29-32).

아리스다고는 바울의 2차 전도여행 때 복음을 처음 받아들이고, 바울의 3차 전도 여행에 동행했습니다(행20:4). 바울이 에베소에서 목회할 때 늘 바울 옆에 있었고(행19:29), 더욱 놀라운 것은, 사도 바울이 사형 언도를 받은 로마의 형무소까지 아리스다고가 동행했다는 사실입니다. 로마로 향하는 배에 아리스다고도 함께 승선했으며(행27:2), 빌4:10에 ‘나와 함께 갇힌 자 아리스다고’라는 기록을 통해 그가 바울과 함께 옥에 갇혀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울의 말년은 매우 험난하고 암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행20장에서 바울이, 앞으로 당할 결박과 환란, 죽음을 예견하며 에베소 장로들에게 마지막 고별 설교를 하였을 때 모두가 다 크게 울었습니다. 이렇게 바울을 따라다니면 언젠가 죽게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리스다고는 바울 좇는 일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바울이 처형당하기 직전의 기록인 디모데후서에 바울이 “누가만 나와 함께 있느니라”(딤후4:11)라고 한 것으로 보아, 그때 이미 아리스다고는 순교당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의 감옥에 갇혀 복음을 전할 때, 제자 중 상당수가 겁이 나서 바울 곁을 떠났는데, 더군다나 구리장색 알렉산더는 바울에게 많은 해를 끼쳐(딤후4:14-15), 바울의 마음이 더욱 곤고해졌습니다. 바울을 변론해주고 비서같이 시중을 들며 돕던 아리스다고 마저 사형당하고, 생사를 같이하던 사람들도 다 떠나고, 이제 목이 잘려 순교하게 될 최후의 순간에 의사 누가만이 바울과 함께 있었던 것입니다(딤후4:16). 마지막으로 디모데에게 “너는 어서 속히 내게로 오라. 올 때에 겉옷과 가죽종이에 쓴 성경을 가져오라”(딤후4:9-13)는 눈물어린 내용의 편지를 보낼 때의 바울의 심정, 그 고독감과 쓸쓸함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결론 : 아리스다고가 일사각오 순교정신으로 바울을 끝까지 따른 이유는, 사도 바울이 하나님이 인정하신 복음의 사자요(롬1장), 이방인을 담을 하나님의 큰 그릇(행9:15)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교회의 아리스다고는 누구입니까? 오직 주의 영광을 위해 모든 일에 협력하고 동참하는 숨은 일꾼, 아리스다고 같은 성도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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