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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6

크레티는 르네상스 조각을 노골적으로 인용한다. 폴라이우올로의 소조는 메디치의 주문으로 제작한 같은 주제의 그림을 청동으로 구운 것이다. 헤라클레스의 괴력이 거인 안테우스의 허리를 분지르는 고대 신화의 소재를 재현한다. 안테우스가 왼팔로 헤라클레스의 머리를 밀쳐 내고 오른팔로 기운을 써서 포박에서 헤어나려 하지만 승산 없는 몸부림이다. 인간의 육체적 긴장이 얼마만큼의 극한점에 도달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 좋아했던 폴라이우올로는 근육과 힘살의 터질 듯한 부대낌을 조형적 재현의 긴박한 구도로 삼았다. 죽음으로 이행하는 근육의 경직이 안테우스의 표정에 살아났다.


크레티는 폴라이우올로의 모범에서 조이는 자와 조임을 당하는 자의 위치를 맞바꾸고, 펄럭이는 원색의 옷주름을 더했다. 승리의 순간이다. 야곱이 천사를 이겼다. 천사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르킨다. 허리를 압박하는 고통쯤이야 아랑곳없이 야곱에게 복을 빌어 주는 자세를 취하는 천사의 표정이 태연스럽다. 야곱과 천사의 옷주름이 제각기 반대 반향으로 휘날린다. 이런 옷주름은 바람이 옷깃을 붙잡고 옷주름이 제각기 반대 방향으로 휘날린다. 이런 옷주름은 바람이 옷깃을 붙잡고 흔드는 광경을 재현하기보다. 맞붙어서 대결하는 몸의 동세를 반영한다고 보아야 한다. 화면 발치에 놓인 지팡이는 창세기 32장에 실린 야곱의 기도를 의미한다.

'당신께서 이 종에게 베풀어 주신 한결같은 사랑을 저는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 강을 건널 때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지팡이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동녘이 밝아 오니 싸움은 그만이다. 야곱은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을것이다. '하나님과 겨루어 냈고, 사람과도 겨루어 이긴 사람'이라는 뜻이다.

▶ 도나토 크레티,<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1720년 무렵, 284x197cm, 카사 델 클레로, 볼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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