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1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다른 섬들을 돌다 마지막 섬에 도착한다. 섬 중에 산이 절반 이상이다. 수백년 된 푸른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해변까지 내려오고, 그 아래로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 곳, 바로 태안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고대도의 풍경이다.
한국의 수많은 섬 중에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고대도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명소(名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개신교 선교사 칼 귀츨라프(Karl Friedrich August Gützlaff)가 최초로 개신교 선교를 시도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주기도문이 칼 귀츨라프를 통하여 고대도에 최초로 전파되었던 것이다. 이는 귀츨라프가 날씨가 좋지 않아 배 위에서 발이 묶였을 때 한자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한 것으로, 일부이지만 성경을 한글로 번역한 최초 시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주기도문을 주민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귀츨라프가 가져 온 감자 씨와 함께 재배법을 알려 주어, 감자의 최초 재배지역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서양 선교사 최초로 서양 근대 의술을 베푼 점과, 최초로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등 그의 최초 업적은 선교 외에도 다양하다.
섬 내 교회는 고대도교회라고 하는 작은 교회가 유일한데, 교회 2층에 사료실을 꾸며 선교사 칼 귀츨라프에 대한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고대도에서 귀츨라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장소는 교회뿐이 아니다. 고대도에서 더욱 유명한 장소가 있으니 바로 대구 동일교회에서 운영하는 고대도 선교센터이다. 고대도 선교센터에는 현재 칼 귀츨라프의 생애와 사역뿐 아니라 개신교 최초 선교 성지로서 관련 인물에 대한 설명과 물품, 모형 등의 전시를 진행 중이며, 전시 관람시 설명을 듣고 싶은 사람은 예약도 가능하다.
섬의 이쪽 끝인 고대도 선교센터에서 저쪽 끝인 고대도 선바위에 가까이 가면 그곳이 안항이라는 항구이다. 이 곳으로 귀츨라프의 배였던 로드 애머스트호가 정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근처에 귀츨라프 기념공원이 있고, 칼 귀츨라프 선교기념비와 업적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고대도 둘레길을 이용해 걸어가는 것도 좋고, 고대도 선교센터에서 제공하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해변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낭만적인 장면도 연출할 수 있다. 자전거 이용은 무료이다.
선교기념비까지 왔다면 기념비 옆으로 특이한 철골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름이 <도시의 기억, 베를린>인데, 이름만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귀츨라프가 졸업한 베를린 선교학교를 세운 베를린 보헤미야교회를 기리며 후안 가라이사발이라는 미술가가 독일에 설치한 작품의 축소판으로, 대구 동일교회에서 작가를 직접 초청하여 유치한 작품이라고 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은 밤에 빛나는 조명과 함께 더욱 아름답다고 하니 고대도에서 머무는 분들은 저녁에 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얼핏 작아 보이고 살기에도 편하지는 않을 것 같은 섬 고대도. 그러나 이스라엘의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서 나셨던 예수님처럼, 하나님께서는 작은 섬 고대도를 통하여 한국 개신교의 역사를 시작하셨다. 고대도 홈페이지에서는 GOD愛島라는 명칭으로 ‘하나님이 사랑하신 섬’이라고 부르고 있다. 처음 주기도문을 전파하며 먼저 다가오신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고대도에서 칼 귀츨라프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 장소안내 ◎
고대도 선교센터
▶ 주소: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 전화: 010 7773 4372 (대구 동일교회 이창호목사)
▶ 홈페이지: http://godaedo.net/
* 홈페이지의 안내도 및 사진을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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