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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10.12
등불토론
대표기도의 자리
평강제일교회 주일 2부예배에는 7명의 장로가 순서대로 대표기도를 드린다.
주일 3부예배와 수요예배에도 대표기도 장로들이 있다. 전(全) 성도의 기도의 향을 모아 하나님께 드리는 대표기도의 자리, 어떤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대표기도는 어떻게 맡게 됐나요?
정성한 : 저는 2012년 11월에 시작했는데, 하시던 장로님 자리가 공석이 돼 교회에서 몇 분 후보자를 선정해서 기도문도 써서 제출하게 하고, 수요예배에서 시험 삼아 대표기도도 드린 뒤에 선발했어요.
김용환 : 아, 이렇게 뽑히시는 분이 진짜예요.(웃음) 저는 처음 명단에 올라갔을 때 준비가 안 됐으니 1년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해 빠졌는데, 김원호 장로회장님이 천국 입성하시면서 다시 제의를 받고 그 때는 거절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요.(웃음)
김태훈 : 저도 2017년 공석이 생겼을 때 수요예배 대표기도 드리던 장로님들 중 선택돼서 맡게 됐습니다. 전혀 예상 못한 일이라 당황했지만 부르심이라 생각하고 순종했습니다.
대표기도를 드리는 주일과 기도드리기 직전까지의 심정은 어떤가요.
김용환 : 일주일 전부터 초조해요. 세상일도 그렇게 바쁘지도 않은데도 신경이 쓰이는 거죠. 당일에는 준비 찬양하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요. 우레 소리 같이 들려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때는 무슨 생각을 정리하려고 해도 잘 안돼요. 하여튼 끝날 때까지는 정신이 없다고 봐야죠. 횟수가 지날수록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긴장돼요.
김태훈 : 처음 단에 섰을 때는 제 심장박동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쾅쾅 뛰었어요. 기도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해지다가 교독문 순서가 되면 절정에 달하죠. 그게 끝나면 대표기도를 해야 하니까. 기도할 내용을 머릿속에서 계속 정리하고 연습하지만 엄청 떨리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단에 딱 서면 심장소리가 더 이상 안 들려요. 마음에 평정이 오고, 그동안 준비했던 기도가 술술 나오더라고요. 사업을 하면서 엄청 큰 무대는 아니라도 크고 작은 학회와 모임에서 발표도 했고, 수백 명 앞에서 통역하는 기회도 많았거든요. 그렇지만 심장소리가 들릴 만큼 떨린 적은 없었어요. 스스로 무대체질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더라고요.
정성한 : 교육 받을 때 대표기도는 예배의 문을 여는 것이고, 예배의 시작이라고 하셨거든요. 대표기도를 드리는 내가 하나님의 영광에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중압감이 크죠. 준비찬양 때부터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나요. 기도문 첫 소절부터도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걸 할 수 있느니라(빌 4:13).” 그 말씀을 계속 되뇌죠. “제가 하는 게 아닙니다, 시작, 진행, 마침까지 저는 아무 자격도 없고 능력도 없습니다.”라고요.
대표기도를 준비하는 일주일은 어떤가요.
김태훈 : 월요일부터 점점 압박감이 커져서 주일 오전에 극에 달해요. 그렇지만 ‘내가 사람들한테 잘 보여야겠다’ 하는 마음은 없어요. 대표기도는 성도님들의 마음을 담아서 대변(代辯)해 드리는 것이잖아요. 3-4분 안에 모든 기도 제목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성도님들이 가져오신 기도제목을 간절한 마음으로 드려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중압감이 크죠. 그렇다고 일주일이든 한 달 전이든 미리 써놓고 연습 많이 한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저는 기도문을 하루 종일 걸려서 써놓아요. 그런데 주초에 써놓은 기도문을 토요일에 보면 쓸 수가 없어요. 상황도 바뀌고, 심정도 바뀌니까요. 어떤 때는 주일 아침까지도 바뀌어요. 그래서 기도는 정말 삶 가운데 훈련이 돼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요. 기도를 마치고 나면 7주가 남으니까 그때부터는 좀 편안해지죠.
정성한 : 하면 할수록 사람의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껴요. 처음 기도할 때는 밤에 잠이 안 와서 새벽에 수시로 깼어요. 그리고 단에 올랐는데 입에 침이 다 말라서 발음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초긴장했죠. 가족들과 교구 식구들이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시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진짜 단에 딱 올라가니까 어떻게 했는지 무사히 기도를 끝나고 내려와 있는 제 모습을 본 거예요. ‘아, 이게 바로 성령의 인도하심이구나.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처음 기도할 때 절실히 느꼈어요. 그 다음부터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머리로 하는 준비가 아니라, 성도님들의 마음과 기도제목을 담아서 준비하려고 노력해요. 제 자신이 그런 기도를 평소 해야만 기도문을 작성할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그 부분에서 제가 너무 너무 부족합니다. 말씀과 기도로 준비해야지, 지식적인 것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을 갈수록 깨닫게 돼요.
김용환 : 정말 듣고 보니 그래요. 기도를 위한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김태훈 : 대표기도 횟수가 늘고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 모리아 성전 성도석에 앉은 분들의 얼굴이 다 보여요.
정성한 : 맞아요. 누가 휴대폰 보고 있는지, 2층에 계신 분이 머리 긁적거리는 것까지도요.
김용환 : 연륜이 있으니까 그렇지, 저는 아직까지도 안 보이는데요.(웃음)
정성한 : 성도석이 꽉 찬 모리아 성전을 보면 긴장감이 엄청났죠.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성도들이 한 분도 안 계실 때 기도한 적이 있잖아요. 압박감이 덜할까 했는데 오히려 카메라가 기도자에게만 집중되니 또 다른 중압감이 있어요. 성도님들과 기도를 합해서 하나님께 드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아멘’ 소리가 없으니 힘이 들죠. 성도들과 함께 아멘으로 화답할 때 정말 기도가 호흡이 된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됐어요.
김태훈 : 성도님들이 계실 때는 기도의 힘이 모아지고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드는데, 안 계시니까 기도가 공허하다는 느낌이 있어요. 단에 올라가면 성도들의 기도의 힘을 많이 느껴요. 대표기도를 하는 장로님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성도들도 많이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같이 기도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감사하면서 올라가 기도하는 거예요.
김용환 : 그래서 설교하는 교역자님들이 ‘아멘’ 소리에 힘을 얻으신다는 걸 이해하게 됐어요. 영적인 부분이잖아요. ‘아멘’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그 속에 어떤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기도문을 미리 써서 보고 읽는 것과 암기해서 기도하는 것의 차이가 있나요
김용환 : 보고 읽는다는 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나태해질 것 같아요. 열심히 외워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힘들죠. 3-4분 기도하는데도 엄청 길게 느껴져요. 외워서 한다고 단에 서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서 당황하시는 분도 봤어요. 항상 초조와 불안감이 있는 거죠. 원래 유창하게 잘 하시던 분이 그 날은 기도문을 써 와서 보고 하는데 몇 마디 하고 기도문이 보이질 않더래요. 저 같은 경우는 키가 크기 때문에 기도문을 가져다 놓아도 잘 안 보여요
정성한 : 기도문 작성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외워서 준비하는 것도 엄청 정성을 들이는 거죠.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이제 이 정도 시간만 투자하자’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딱 티가 나더라고요. 그날 제가 무슨 기도를 드렸는지도 몰라요. 준비한 내용과 전혀 다르게 나오다가, 중간에 떠올라서 집어넣고 그랬던 것 같아요. ‘아, 이래서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말씀을 또 배우게 하시는구나.’ 하고 느꼈죠. 그런 경험을 몇 번 하니 내가 ‘됐다’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준비해야 기도가 막혔을 때도 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김태훈 : 저도 2초 정도 기도를 멈춘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어요. 배수진을 치자고 생각하고 기도문을 놓지 않고도 해보고, 다 외웠지만 기도문을 단상에 두고 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기도문을 단상에 두면 자꾸 그걸 보게 돼요. 그러다가 당황하면 내가 쓴 건데도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씨일 뿐 어느 대목인지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 기도가 이상하게 끊기죠.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김용환 : 기도하다가 잠깐 멈칫하는 순간이 엄청 길게 느껴져요. 실제는 1-2초 정도라도 당사자가 느끼기에는 한 1분은 지난 것 같거든요.
주위에서 대표기도에 대해 조언도 해주시나요?
김태훈 : 천국 입성하신 아버님(김경한 장로)도 대표기도를 하셨지만, 이래라 저래라 조언 같은 건 안하시는 분이라 그냥 ‘수고했다, 은혜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격려만 해주셨죠. 제 아내도 조심스럽게 ‘당신이 특정한 단어를 말할 때 억양이 좀 올라간다.’ 같은 것만 조언해 줘요. 당사자는 못 느끼는데 거슬리게 들리면 고쳐야 하는 거니까요. 기도의 내용은 민감한 부분이라 가족들도 말을 잘 안하죠. 예전에 한 전도사님께서 조심스럽게 다가오셔서 “기도가 은혜가 되는데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어떠냐”고 무척 미안해하면서 조언해 주셨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저도 잘 몰랐던 부분이라 고쳤죠. 조언을 들으면 순간 기분이 썩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해요. 제 개인적인 기도가 아니라 교회의 공적인 기도잖아요.
김용환 : 처음에 집사람 앞에서 해 본 적이 있어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잘 안하고 표현 같은 것을 조언해 줘요. 사기 저하를 염려해서 그런지 잘못했다는 소리는 안 하더라고요.
정성한 : ‘문장을 끊어서 하면 내용이 더 명확하게 들릴 것 같다’는 정도 미세한 부분들을 이야기 해주죠. 대표기도 하는 분들 각자의 특색과 기도의 향기가 있어서 그런 부분이 성도님들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본인에게는 단점일 수 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다는 거죠. 대표기도자의 표준은 없는 것 같아요.
기도 중에 눈물을 흘리거나 감정이 복받칠 때도 있지요?
김태훈 : 저는 거의 ‘사고’ 수준이었던 적이 있어요. 작년 고난주간 금요일 집회였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렇다고 기도를 중단하고 내려올 수도 없고.. 원로목사님(휘선 박윤식 목사)께서 항상 고난주간 금요일 집회 때 예수님께서 당하신 고난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우셨잖아요. “십자가를 올릴 때 그냥 올렸겠느냐. 예수님의 온 몸이 축 늘어지는데, 십자가를 살살 박았겠느냐. 인정사정 없이 땅에 박힐 때 몸이 어떻게 되었겠는지 상상이나 해봤냐?” 고 하시면서. 작년 고난주간은 코로나 초기였는데 분위기도 침체돼 있고, 기도 준비를 하는 제 마음도 너무 딱딱한 거예요. 예수님의 고난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것이 없고, ‘나도 아파야 되는데 왜 이렇게 나는 감각이 메말라 있지? 내가 이런 상태에서 단에 서서 기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갈등과 죄책감을 안고 단에 올라갔거든요. 예수님의 고난이 극에 달한 이 시점에 그 번뇌와 아픔을 나도 느끼고 싶은데 와 닿지는 않으니 너무너무 답답한 거예요. 그 상태에서 단에 올라가 기도하니까 그게 터져 버린 거죠. “저도 느끼고 싶다고…제 마음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해져 있다”고 울면서 그런 기도를 드렸던 게 기억나요. 그게 그때 저의 신앙고백이었던 것 같아요.
정성한 : 맞아요. 대표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의 신앙고백이 녹아 있어서 먼저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돼요. 기도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내가 어떻게 살았고, 또 성도들이 과연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기도문을 작성하면 결국은 저와 성도님들의 고백이 되고, 하나님께서 그렇게 이끄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3-4분 대표기도 준비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교역자님들이 말씀 준비하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들죠. 기도가 끝나고 나면 일주일 정도는 마음이 편한데 다음에 또 기도순서가 언젠지 알거든요. 그러니까 항상 긴장감 속에 있죠.
김용환 : 그런 긴장감이 없으면 정말 힘들어져요. 진짜 7주가 금방 지나가요.(웃음) 기도드리는 주에는 잠자리에 들어도 기도 생각을 해요. 일주일동안은 그 생각만 하죠.
정성한 : 그 주간에는 개인 약속은 가급적 안 잡으려고 하죠. 주일에 준비실에서 ‘제사장들이 지성소에 들어갈 때 성결한 상태로 들어가는데, 과연 내가 이 단에 설 수 있는 성결한 상태인가’ 묻게 되니 일주일간은 딴 짓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죠. 저희가 이렇게 말은 하지만
‘진짜 그렇게 살아야 되겠다’고 발버둥칠 뿐이에요. 한 없이 부족한 사람들인데, 마치 굉장히 경건하고 준비된 사람처럼 비춰질까봐 염려도 돼요.
대표기도를 하기 전과 후의 내 모습, ‘비포 애프터’는?
김용환 : 알게 모르게 몸가짐도 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성도님들이 보게 되니까.
김태훈 : ‘아, 내가 여기 설 자격이 있는가. 7주 동안의 삶이 양심에 가책이 있었던 부분은 없었던가’ 하는 질문을 항상 던지게 되죠. 부담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중심을 지키면서 신앙생활을 잘 하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만약 내가 대표기도를 그만둔다면 삶에서 어떤 일을 추진할 때도 하나님을 제쳐두고 인간적인 융통성을 발휘한다든가, 얄팍하게 산다든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김용환 : 장로 자격이 있어서 장로로 세우신 것이 아니듯 직분은 연단을 통해 하나님 앞으로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요. 그 기회를 포착해서 잘 해야 되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성도들의 간절한 기도 제목을 모아 대표기도를 준비하는 일곱 장로들의 기도가 아버지께 열납(悅納)되어 여기저기서 응답의 열매가 맺혀지길 기도드린다.
참평안(권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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