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02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은 르네상스 이후 화가들의 예술적 구성력과 상상력을 시험하는 문제로 자주 출제되었다. 우선 비탈이 내려다 보이는 산 속 분지를 배경으로 하는 진행 과정이 화가들에게 풍경화의 숙련을 요구했고, 전면에 등장하는 아브라함, 이삭, 숫양, 천사는 제각기 늙은이, 어린아이, 동물 그리고 초자연적 존재를 대변하는데,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웅크리거나 공중을 날아 오르는 다양한 움직임의 재현에 익숙해야 한다.
더군다나 제단에 바쳐졌던 아들을 돌려 받은 늙은 아버지의 정신적 동요, 절망의 순간 천사에게 구원을 얻은 어린 아들의 기진한 모습, 가는 귀먹은 아브라함의 꿈뜬 대응, 다급한 표정과 손짓으로 파국을 저지하려는 천사의 절박함을 붓으로 그려 내는 일은 화가에게 부과되는 가장 까다로운 과제로 손색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상태를 그려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 카라바조의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1603년 무렵, 104x135cm, 피티 미술관, 피렌체
카라바조의 그림은 드문 가로 규격이다. 게다가 드문 근접 시점이다. 화면틀을 과감히 잘라 내서 보는 이의 시점 거리를 그림 속의 등장인물 가까이 끌어오는 힘찬 기법은 바로크 회화답다. 사건의 현장에 한 걸음 다가설 때 보는 이의 심리적 긴장도 한발 더해지게 마련이다.
이만한 거리에서는 이삭의 겁먹은 비명과 단검의 날선 번득임뿐 아니라 이마에 흐르는 진땀 냄새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게 마련이다. 아브라함은 이삭의 옷을 벗기고 등 뒤로 두 손을 묶었다. 아들의 목덜미와 관자놀이를 누르는 손길에 주저함이 없다. 다음 순간 허리춤에서 빼든 단검이 엎드린 제물의 멱을 끊을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손아귀에 들었다. 그의 울부짖음을 듣는 이는 아무도 없다. 차가운 돌 바닥에 뺨을 문지르는 이삭의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서 헝클어졌다. 소년에게 아버지의 손길을 뿌리치고 달아날 가능성은 없다.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는 어린 소년에게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자연주의 화가 카라바조는 사지를 뒤틀며 저항하는 소년의 모습을 그렸다.
여기서 이삭은 라파엘로가 그린 <오스티아 전투>에서 결박당한 포로의 자세를 취한다. 화면 속에 황급히 뛰어든 천사는 미처 날개를 접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발은 땅에 닿았다. 오른손을 내뻗어서 칼을 쥔 아브라함의 손목을 나꿔채면서 다른 손으로 숫양을 가리킨다. 이처럼 말보다 행동을 앞세운 것은 상황이 그만큼 긴박했기 때문이다.
숫양과 이삭의 머리가 상하로 중첩되었다. 숫양이 이삭을 대신해서 제단에 오를 것이다. 반종교개혁 이후 <아브라함과 이삭>은 종교적 이념을 표방하기 위한 선전 미술의 주제가 되었다. 아브라함이 카톨릭이고, 이삭은 개신교를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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