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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5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이 두 그림은 같은 작가 미켈란젤로에 의해서, 같은 장소인 바티칸의 시스티나 소성당에 그려져 있다. 이 두 작품은 30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제작된 것이지만 작품성과 완성도에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는 작품들이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소성당. 지금은 세계적 관광명소가 되었으나 그곳은 본래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가 열리거나 차기 교황 선출을 비롯한 카톨릭 고위성직자 회의가 열리던 교황청의 심장부였다. 이곳에 기독교, 성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창조와 종말”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한 하나님의 뜻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그림을 주문한 이는 교황 클레멘스 7세였으나 그의 재위기간 동안 로마는 정치적, 종교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정치적으로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자치 국가들은 스페인과 프랑스의 침략을 받고 있었고 종교적으로는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인해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로 분리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클레멘스 7세는 이러한 급박하고 어려운 상황을 신이 내린 벌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책임의식에서 최후의 심판을 주제로 한 그림을 주문한 것이다.


그는 이 거대한 벽화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진노를 상기시키고 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길 바란 것이다. 하지만 미켈란젤로가 작업에 착수하기 전, 주문자인 클레멘스 7세가 서거하자 미켈란젤로는 이때다 하고 이 일을 그만두려 하였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조각가로 간주하였기에 벽화주문을 탐탁지 않게 여기며 자신이 원하는 다른 조각 작업에 몰두하기를 원했었다. 그러나 로마의 명망 있는 미술후원 가문 출신인 후임 교황 바오로 3세는 미켈란젤로의 열렬한 숭배자였다. 새로운 교황은 미켈란젤로로 하여금 이 일을 계속하도록 명령하였다. 이런 단호한 명령 태도와는 달리, 교황 바오로 3세는 그림이 그려지는 동안 작품 내용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작가에게 절대적인 창작의 자유를 주었다. 당시의 미술 작품이 “후원자나 주문자”에 의해서 크게 영항을 받던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처사라 할 수 있다.




결국, 60살이 다 된, 원숙(圓熟)하고도 완숙(完熟)한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이것이 또 하나의 명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된다.


<최후의 심판>은 높이 13미터, 폭 12미터가 넘는 벽면에 그려졌는데, 미켈란젤로는 60세의 노구를 이끌고, 더구나 조수도 쓰지 않고, 이 거대한 공간에 단일 주제를 그린 것이다. 이 시도 자체가 보통 화가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며 다시 한 번 그의 열정과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이제 그림을 살펴보면  <최후의 심판>의 주요 구도는 중앙에 죽은 자와 산 자를 심판하기 위해 하늘에서 예수가 내려오고 있다. 예수는 화면 전체의 핵심이자 에너지의 근원으로 예수를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회전하듯 엮어지고 있다. 예수 옆에는 마리아가 앉아있고, 양옆으로는 성인들의 무리가 이어진다. 이 성인들은 각자 생전의 행업과 관련된 상징물들을 들고 있어서 어느 인물인지 판명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베드로는 천국문의 열쇠를, 살갗이 벗겨지는 순교를 당한 바르톨로메오는 자신의 벗겨진 살가죽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예수 아래쪽에는 예수의 재림을 알리는 나팔 부는 천사의 무리가 있다. 이들 천사 왼편에는 천국으로 올라가는 영혼들이 오른편에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영혼들이 있다.1) 지옥은 화면의 가장 아래쪽 오른편에 있다.
화면 가장 위쪽, 두 반원형에는 예수의 수난구도를 나르는 천사들의 모습이 있다.
거대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명료한 구성이다. 이 구성에는 그리스도의 오른쪽에서 위쪽을 향해 출발하여 왼쪽에서 아래쪽으로 종결되는 원형의 운동감이 존재한다.

그의 인체에 대한 애정은 여기서도 여전히 드러난다. 물론 예전의 작업에 비하면 색상이 온화해졌고 표현도 부드러워졌지만 그의 사상은 여전히 나체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작가 개인의 파란만장한 인생 경험들이 작품에 녹아 다양한 인간의 형상이 표현되어 있다. 모두 에너지와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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