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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9

플랑드르 화가는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작은 그림을 그렸다. 석조 교회에 왕관을 쓴 마리아가 들어섰다. 아기를 두 팔로 안은 성모는 아랫배를 내밀고 어깨를 뒤로 젖힌 다음 머리를 앞으로 숙여서 S형태의 곡선을 그린다. 후기 고딕의 아름다운 조형이다.

마리아와 아기 예수는  지나친 과비례로 그려졌다. 성당 주랑의 1층 아치 머리와 그 위에 올라선 난쟁이 열주 트리포리움까지 머리가 닿을 정도면 마리아의 신장은 실물 대비 다섯 곱절이 넘을 것이다.
이로써 차가운 성전 건축에 마리아 신학의 은밀한 비유가 깃들이게 되었다.

에이크는 아기를 품에 안고 어루만지는 '마리아 엘레우사'에게 '마리아 에클레시아'의 유형을 덧씌웠다. 교회를 뜻하는 에클레시아는 유대 회당 시나고그의 경쟁 개념이다. 신성이 거처하는 교회가 마리아의 존재와 동일시된 것은 중세 신학의 자연스러운 사색이다.

아기 예수는 왼손으로 마리아의 옷깃을 쥐었다. 오른손은 왼손 팔목을 잡았다. 이런 자세는 중세 시대에 삼가는 경외, 또는 누를 길 없는 슬픔의 의미로 읽혔다. 마리아가 선 곳 위쪽을 올려다보면 고딕 성당의 지붕 하중을 지탱하는 천장 늑골이 십자가 모양으로 교차한다.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제단부 상부 공간에도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목조 입상이 걸렸다.

고딕 성당의 제단부가 동쪽에 위치한다면, 그림에서 성당 내부에 비쳐드는 빛은 북쪽에서 들어온다. 그러나 자연의 빛이 아니라 신성의 우의로 본다면, 성당을 밝히는 빛이 어느 방향에서 비치든 개의할 필요가 없다.

첨형 아치가 어깨를 맞댄 고딕 성당의 내부에는 색을 먹인 유리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어림이 영롱하게 고여 있다. 고딕 성당의 색유리 창은 마리아의 상징이다.


빛이 창문을 투과하면서 유리의 물성을 다치지 않기 때문에 성령으로 말미암은 동정녀 잉태의 신비를 나타낸다. 빛은 색깔과 형상이 없으나, 성당 색유리를 통과 하면서 모양과 색을 갖춘다. 이것은 마리아를 통해서 비로소 육화하는 말씀의 비밀을 나타낸다. 빛은 신적 지혜와 같은 뜻이다. 지혜서 7장의 기록이다.

'지혜는 영원한 빛의 찬란한 광채이며 하나님의 활동력을 비춰주는 티없는 거울이며 하나님의 선하심을 보여 주는 형상이다. 지혜는 태양보다 더 아름다우며 모든 별들을 무색케 하며 햇빛보다도 월등하다.'


▶ 얀 반 에이크,<교회에 드신 마리아>, 1403년 무렵(?),31x14cm,달렘 미술관,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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