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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나흐의 인체는 더운 관능을 뿜어낸다. 뒤러가 수학에 기반한 비례론의 과학으로 <아담과 하와>를 지어 올렸다면,크라나흐는 붓의 예민한 촉각으로 감성의 살결을 더듬어서 젊은 남녀의 인체를 빚어 낸다.

 뒤러의 아담이 인문주의의 차가운 이성으로 무장했다면, 크라나흐의 하와는 어지러운 살내음으로 보는 이의 후각을 공략한다. 뒤러가 기하학적 비례의 뼈대에 근육과 힘살을 붙이고 피부를 씌웠다면, 크라나흐는 오랜 회화적 관행이 걸쳐던 거추장스런 옷을 벗겨내고 르네상스가 자각하기 시작한 인간의 알몸을 들여다본다.

얼마나 다른가. 고대의 차가운 교훈에서 출발한 인체와 자연의 숫된 관찰에서 비롯한 인체의 생김새는!
크라나흐도 뒤러처럼 에덴 동산을 어둠 속에 가려 두었다.

그러나 인체의 움직임을 규정하는 내부 윤곽선이 지나친 완곡 어법으로 기술된 탓에 바깥 윤곽이 상대적으로 예리하게 부각되었다. 뒤러의 인체가 견고하게 균형잡힌 조형적 실물감에 접근한다면, 크라나흐의 인체는 가위로 오려 붙인 드로잉의 낱장처럼 가뿐하다.

크라나흐는 선악의 열매가 달린 인식의 나무를 하와 쪽에 세워 두지 않았다. 책임과 핑계의 소재를 가리는 조심스런 판단에서 보는 이의 해석을 열어 두었다. 하와가 과육을 한입 깨물었다. '먹음직스럽고 보기에 탐스러울 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 줄 것같이 보였던'과일이 그녀의 입안에서 향기롭게 감돈다. 아담은 뒷 머리를 만지면서 망설인다. 붉은 유혹이 과일의 모습으로 달려서 그의 손닿는 곳에서 미소짓는다.

▶  루카스 크라나흐,<아담과 하와>, 1528년, 172x63cm / 167x71cm,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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