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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들이 물러간 뒤에 주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헤롯이 아기를 찾아 죽이려 하니 어서 일어나 아기와 아기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알려줄때까지 거기에 있어라.'하고 일러 주었다. 요셉은 일어나 그 밤으로 아기와 아기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헤롯이 죽을 때까지 거기에서 살았다. 이리하여 주께서 예언자를 시켜'내가 내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고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마태복음 2장의 기록이다. 성가족이 이집트로 피신하게 된 발단은 동방박사들의 예언이 었다.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아기를 경배하러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헤롯이 놀랐다. 자신을 위협할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예 싹을 자를 결심을 했다. 베들레헴과 그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는 모조리 죽을 것이다.

예수의 아버지 요셉은 꿈에 천사를 만났다. 천사의 설명을 들은 요셉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그 밤으로 길을 떠났다. 아기 예수의 나이는 두 살이 못 되었으니 한밤에 잠을 깨면 칭얼대는 나이다. 위 마태복음서는 먼 여행길의 행장이 만만치 않았다고 기록한다. 소떼,양떼,염소떼를 몰고 여섯 명 몸종들이 동행하는 큰 행렬에다 사자 두 마리가 수례를 끌었다는 것이다.

후버는 나귀 한 마리, 누렁 소 한마리에 성가족만 그려 두었다. 성경에는 어떻게 길을 떠났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한 줄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아라비아 경전에서는 성가족과 더불어 몸종 하나가 도피 길을 따라나섰다고 하지만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화가는 나귀 한 마리에다 단촐한 짐 꾸러미만 매달고 급히 베틀레헴을 떠났다는 야고보 외경을 따랐다. 성모는 나귀 잔등에 비스듬히 올라탔다. 요셉은 등허리에 봇짐을 짊어지고 고삐를 오른손에 쥐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면서 아내 마리아와 아기의 기색을 살핀다. 왼손에 든 지팡이는 중세 성지 여행자나 순례자들이 들었던 것과 똑같다. 나귀는 풀 포기 하나 자라지 않는 돌산을 힘겹게 오른다. 이집트까지 가는 여정이 돌산처럼 험난하다. 송곳처럼 삐죽한 봉우리가 치솟은 낯선 고장의 산악, 끝간데를 알 수없는 호수, 시야를 가로막는 침엽수림이 지치고 불안한 여정을 방해한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헤로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다. 마리아는 눈살을 찌푸린다. 목덜미를 내리쪼이는 한낮의 햇살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림 왼편에는 키다리 종려나무가 서 있다. 위 마태복음서가 전하는 종려나무의 기적이다.

남국의 작열하는 태양에 치친 성가족이 허기와 기갈을 견디지 못하고 가던 길을 멈추었다. 종려나무 그늘에서 마리아가 열매를 발견한다. 그때 아기예수가 조려나무에게 부탁하자, 나무는 곧 허리를 구부려 마리아에게 높이 달린 열매를 선물했다고 한다. 아기 예수는 종려나무가 기꺼워서 훗날 천국동산에 종려나무를 위한 자리를 약속한다. 천사를 불러 종려나무의가지를 한 줄기 끊어 내게하고, 장차 순교자들이 천국문에 이를 때 건네 주라고 당부한다. 이것이 훗날 기독 미술에 등장하는 순교영웅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순교의 승리를 상징하는 것으로 지참하게된 내력이다.

▶ 볼프 후버,<이집트로 피신하는 성가족>, 1525~1530년,56.2x56.6cm,달렘 미술관,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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