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pkblog_body_song.jpg


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도 옆에서 랜턴이라도 비추어주던 가이드의 작은 숨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희미한 빛의 흔적조차 나름 위로가 되었던 이번 산행 길도 검푸른 어둠의 위압감 속에 선뜻 발을 내딛기 쉽지 않은 듯하다.
동행(同行)이라는 말을 처음부터 듣지 않았다면, 그저 이 여정이 인생의 한 부분을 오롯이 장식해 줄 하나의 고품격 관광 옵션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리 힘들고 괴롭지 않았을 산행 길이였을 터. 이 단순한 두 글자가 내 심장의 한계치를 테스트하고 있는 듯, 온몸이 굳어가고 있는 것 같다.


희망고문이라 말하는 사람들
작은 희망의 싹이 보일 듯 보이지 않아, 흡사 고문과도 같은 괴로움에 처한 상황을 희망고문이라 일컫는다. 수많은, 아니 그리 많지 않다고 볼 수도 있는 위대한 신앙 선배들의 삶은 마지막 그 모퉁이를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희망고문의 연속이었는지 모른다.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그동안 수많은 모퉁이를 돌아보았지만 정상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때보다 더욱 험준한 광야의 메마름이 그들의 발뒤꿈치를 더욱 갈라지게 만들었으니, 이분들 역시 ‘희망고문’이라는 단어를 수천 번 곱씹으며 걸었으리라. 아니 그들조차도 충분히 그러했으리라 애써 믿고 싶은 심정은 비단 우리만의 소망일까?


왜 내가 히브리어를?
평강의 성도라면, 아니 천국 입성의 최고 레벨에 도전하는 ‘침노하는 자들의 의무’ 있다면, 히브리어를 -언어 자체를 정확히 모른다 해도- 최소한 알파벳 정도라도 관심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구속사 시리즈에서 저자가 그토록 수없이 강조했던 여러 단어들의 히브리 원문적 해석들을 몇몇 사람들의 의무로만 애써 치부한다면, 이는 조금 냉정히 바라볼 때 비동행(非同行)적 행동이 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어찌했거나, 이제 히브리어 알파벳 겨우 10단어(?) 정도 아는 필자의 수준으로, 교역자님들께 물어물어 살펴본 ‘同行’의 히브리어 표현에 새삼 놀랐던 적이 있었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창5:22 의 ‘동행’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설교 중 지겹도록 들었던 그 유명한 ‘히트할레크’ 라고 한다. ‘할라크’는 ‘걷다, 왔다 갔다 하다’라는 의미이며 ‘히트’는 스스로(Self)라는 의미이다. 바로 “스스로 자원하는 마음으로 계속 왔다 갔다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는 이 과정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져버렸다. 월,화,수,목,금,토,일....그리고 또 월요일. 끊임없이 계속 “와라, 가라, 또 와라, 또 다시 가라.” 는 말씀에 훈련되었고 “남들 한번 가는 교회, 여기는 일주일에 7번씩 가니?”라는 주변 사람들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게 되었다. 성경은 “부셔라, 만들어라, 또 부셔라, 또 만들어라.”  이 과정을 ‘자원하는 스스로의 심정’으로 반복하였더니 마침내 변화의 길로 올라가버린 에녹을 당당히 소개하고 있다. 결국, 이미 수십년전부터 ‘동행’이라는 단어 속에 변화받는 길에 대한 결정적 힌트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창 6:9에서 노아가 동행했다는 말을 히브리 원문으로 보면 “노아는 그의 동시대 사람들 중에서 완벽한 것을 행하는 사람이었고, 하나님과 함께 스스로 왔다갔다 했었다."라고 강신택 박사의 히브리어 성경에는 정확히 번역하고 있다. 역시 ”동행했다“ 라는 부분에서 ‘히트할레크’라는 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temp_1431596397945.-1851979126.jpeg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속사의 핵심 인물인 아브라함의 사적을 볼 때, 창 17:1에서 하나님이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라고 번역되어 있는 이 부분 역시 ‘히트할레크’ 가 사용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한글과 영어는 다른 형태이지만, 히브리어는 세 인물의 핵심 사역에서 모두 같은 단어를 사용하였다. 이제 겨우 단어 몇 개정도 알아보는, 아직은 낙서(?) 같이 느껴지는 히브리어일지라도 관심 있는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니 조금씩 그 핵심 의미가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에녹, 노아, 아브라함. 구속사의 하이라이트를 담당하는 이 세 인물들에게 하나님이 명하신 공통부분이 바로 ‘同行’이었고, 이는 ‘스스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자원하는 마음의 반복적 걸음(동행)‘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을 300년간이나 했다는 에녹의 ’수석 입학생의 합격수기‘가 심히 부담이긴 하지만...

 

갈라진 발뒤꿈치의 상처 속에
같은 목적지, 같은 속도, 같은 방향 동행의 3대 요소라 했다. 어찌 보면 내가 동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애써 나와 같은 속도를 맞춰주시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를 끌어당기시며 지금껏 걸어온 길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발이 갈라지는 아픔이라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일게다. 도무지 보이지 않는 그 동행여정의 종착지를 애써 머리에 그리며 하루하루 옮기는 발걸음이지만, 알고 보니 그동안의 ‘뺑뺑이(?)’ 훈련과정이 우리를 앞서 언급한 3대 위인들과 동기동창급으로 만들어 주시기 위한 한 아버지의 배려의 기다림이었다는 사실. 놀랍지 않은가?
이제 그 마지막 코너를 돌아가려고 ‘나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을 이길 가속페달을 꾹 밟는 그 발버둥! ‘同行’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할라크의 힘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냥 ‘할라크’냐 ‘히트할레크’냐에 따라 동행의 종착역의 간판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임이 심히 부담스런 일이다.
나의 갈라진 발뒤꿈치는 오늘도 그 동행의 마지막 모퉁이를 정확히 돌아가라고 소리를 친다. 조금 아파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으라고 소리를 친다. 에녹, 노아, 아브라함은 지금도 살아서 마지막 천국입시 주관식 시험문제의 정답은 바로 아래 단어 이노라고 조심스럽게 예상문제로 찍어주고 있다.
히.트.할.레.크.  이 다섯 글자만큼은 꼭 외워야 할 것 같은 밤이다.


(편집자 주 - '할라크'는 '히트'와 함께 사용될 때 '할레크'가 됩니다. 따라서 본문에서는 '히트할레크'와 '할라크'로 각각 표기했습니다)



s.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6

#26. 광복 70년, 70년만의 해방 _ 홍봉준 file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

 
2015-08-15 570
25

#25. 조합의 창의성 _ 최주영 file

이 세 가지 물건들은 사람의 손안에 쏙 들어오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 년 넘게 사용했다고 알려진 손도끼입니다. 그 이전 원시인류의 최첨단 도구는 돌망치였지만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발명된 ...

 
2015-08-01 577
24

#24. 황금종 아래에서 (holyday vs holiday) _ 홍미례 file

일 년 중 상반기를 결산하고 나면 하계대성회에 초점을 맞추고 일정을 잡습니다. 하계대성회는 상반기 평가를 통해 하반기에 부족한 것을 채우는 동시에 혁신을 다짐하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휴가의 정점이지만 ...

 
2015-07-25 615
23

#23. 위인전(偉人傳) _ 송현석 file

요즘은 나름 착하게 살아봐야겠노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누렇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 옛날 말씀 노트를 자주 뒤적이게 된다. 이것 또한 작은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니, 괜히 작은 뿌듯함의 스타카토 화음이 귓가에 자주 울린다. 사실 우리가 '빛바랜 ...

 
2015-07-18 594
22

#22. 평강제일교회의 소리 _ 지근욱 file

가수 박진영이 홀로(?) 열심히 설명하는 세계가 '공기 반 소리 반'이다. 소리의 세계도, 진위(眞僞)가 분명한 하나님 소리와 사람 소리가 반반씩은 존재한다. 영적으로 혼탁한 시기는 사람 소리가 커져서 세상을 덮을 기세지만, 하나님의 소리는 작지만 큰 능...

 
2015-07-11 603
21

#21.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아빠의 정년퇴직을 기념하며) _ 박다애 file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6.25전쟁 발발. 어릴 적에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고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군인 하지 말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저는 지금 전쟁이 난다면 50년대 전쟁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

 
2015-07-04 804
20

#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2015-06-27 626
19

#19. 위험불감증 _ 김범열 file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내 유명 백화...

 
2015-06-20 527
18

#18. 유작(遺作) _ 원재웅 file

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605
17

#17. 울타리 _ 강명선 file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2015-06-06 564
16

#16.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을까 _ 맹지애 file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어른들은 그 꿈을 응원하던, 말 그대로 ‘꿈’만 같던 시기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 편...

 
2015-05-30 807
15

#15. 신앙의 건강을 위한 균형 있는 식단 _ 김태훈 file

건강식품 유통업을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평소와 달리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업계가 비상이라고 한다. 5월은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어 통상 일 년 중 건강식품의 판매가 가장 활발해야 하는 시점인데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2015-05-23 512
14

#14. 뒤에서 들리는 스승의 목소리 _ 홍봉준 file

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로부터 시작해서 부모와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사람의 성장과 가르침에 관련된 날들이다. 그중에서 스승의 날은 그 의미와 가치가 많이 퇴색했지만, 그래도 스승은 변치 않는 우리 ...

 
2015-05-16 725
13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614
12

#12. 타인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서기 _ 홍미례 file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이해는 없고 따라서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에는 직접, 간접적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이를테면 타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

 
2015-05-02 663
»

#11. 동행(同行), 그 마지막 모퉁이를 돌며 _ 송현석 file

굳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

 
2015-04-25 1343
10

#10. 분노 조절 장애 _ 지근욱 file

욱! 하는 성격 종종은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 나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와이프에게 핀잔을 듣는다. 특정할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하면 버럭 화를 낸다. ‘아차!’하지만, 이미 주변 상황은 불편해져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노하기를 더디 하라...

 
2015-04-18 1163
9

#09. 게으른 파수꾼, 추억의 발걸음을 걷다 _ 송인호 file

길을 나서볼 때입니다. 어느덧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 모이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충전이 잘 된 LED 랜턴과 손에 달라붙는 알루미늄 방망이 하나를 집어 들고 말입니다. 첫 행선지는 내 맘대로 정한 순서대로 예전 회계실 건물입니다. 손전등을 비춰가며 ...

 
2015-04-04 800
8

#08. 인생 최후의 오디션 _ 원재웅 file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영화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 앤드류와,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플렛처 교수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향상, 편집상 등 무려 3개 부문을 석...

 
2015-03-28 902
7

#07. 신앙의 성과 지표 _ 김태훈 file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2015-03-21 783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