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untitled.png



일 년 중 상반기를 결산하고 나면 하계대성회에 초점을 맞추고 일정을 잡습니다. 하계대성회는 상반기 평가를 통해 하반기에 부족한 것을 채우는 동시에 혁신을 다짐하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휴가의 정점이지만 우리에겐 거룩한 훈련의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주변은 휴가 계획에 시끌벅적하지만 동요되지 않으며 세상 분위기와 구별되어 묵묵하고 은밀하게 우리는 더 좋은 편, 말씀의 자리를 택합니다.


이번 대성회는 지금까지와 다릅니다. 부모가 잠시 부재중일 때 집을 잘 지키고 집에 속해 있는 모든 것을 정성껏 돌봐야 하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낍니다. 그래서인지 대성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준비해주시는 은혜를 누릴 수 있지만 올해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생애 최초로 '구속사 황금종을 울려라'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거룩한 부담감에 주눅이 들어 있기도 하고 다른 해보다 긴장감을 가지고 대성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느낌이 안 좋아서(?) 총무님을 피했는데 그 부리부리한 눈과 결국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황금종' 얘기가 나왔을 때 단박에 튀어나온 거절의 말이 ‘구속사를 그동안 너무 멀리해서’였습니다. 옥신각신 끝에 하루만 기도의 시간을 달라 했는데,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그 말이 제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구속사를 너무 멀리했으므로 붙잡아야 하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면에서 제가 놓치고 잃어버린 신앙의 덕목들이 줄줄이 딸려 나왔습니다. 진흙탕에 빠진 망아지 같은 제가 보였습니다.


myc0012536z.jpg


구속사 황금종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소원이 생겼습니다. 영육 간에 진흙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입니다. 준비과정을 통해 제 속을 가득 채운 오물이 씻겨 나가는 것, 오염된 것들이 정화되는 것을 소원 삼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도와 응원의 손길을 내밉니다. 이런 부탁을 드렸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저 황금종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진짜 구속사 실력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러고 나니까 더 겁이 나고 도망가고 싶어집니다.


1년 반쯤 전, 전도인 발표를 할 때도 제 심장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는지 후배가 제 얼굴이 아침부터 혼이 나간 사람처럼 노랗게 질려있었다고 합니다. 은혜에 힘입어 무사히 끝내고 내려와 함께 한 전도인들과 원로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언어는 전달력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너희의 믿음이 자란다, 나는 너희가 실수해도 화내지 않는다'라고 따뜻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떠올리며 사그라지는 용기를 꾹꾹 짜내 봅니다.


저는 지금 황금종 아래 서 있습니다. 너무 멀고 높아 보여 제가 만져서 울리기는커녕 우러러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합니다. 그 순간 관점을 바꿉니다. 누가 황금종을 울리건 연연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우린 가족인 것을. 요셉 동생이든, 29대 교구 삼촌이든, 헵시바 조카이든 누가 황금종을 울리든 우리 가족 모두가 이기고 즐기는 잔치이며 최후까지 남을 예정된 한 식구의 등장을 위해 조연이 된다 해도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아찔할 만큼 높고 눈부신 황금종, 겁에 질린 제 심장은 또다시 시도 때도 없이 두근거리는데, 황금종 저 너머에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하나님 아버지가 보입니다. 우리는 한 가족이며 언약의 공동체, 구속사와 하나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필연적인 삶을 살기로 작정된 사람들입니다. 구속사를 위한 우리의 서툴고 사랑스러운 재롱잔치, 선하고 아름다운 경쟁을 바라보시며 하나님 아버지께서 미소를 지으시겠지요. 행복합니다.



4d851ab42fa6a1ef6cfc03843acae19a.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6

#26. 광복 70년, 70년만의 해방 _ 홍봉준 file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

 
2015-08-15 570
25

#25. 조합의 창의성 _ 최주영 file

이 세 가지 물건들은 사람의 손안에 쏙 들어오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 년 넘게 사용했다고 알려진 손도끼입니다. 그 이전 원시인류의 최첨단 도구는 돌망치였지만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발명된 ...

 
2015-08-01 577
»

#24. 황금종 아래에서 (holyday vs holiday) _ 홍미례 file

일 년 중 상반기를 결산하고 나면 하계대성회에 초점을 맞추고 일정을 잡습니다. 하계대성회는 상반기 평가를 통해 하반기에 부족한 것을 채우는 동시에 혁신을 다짐하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휴가의 정점이지만 ...

 
2015-07-25 615
23

#23. 위인전(偉人傳) _ 송현석 file

요즘은 나름 착하게 살아봐야겠노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누렇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 옛날 말씀 노트를 자주 뒤적이게 된다. 이것 또한 작은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니, 괜히 작은 뿌듯함의 스타카토 화음이 귓가에 자주 울린다. 사실 우리가 '빛바랜 ...

 
2015-07-18 594
22

#22. 평강제일교회의 소리 _ 지근욱 file

가수 박진영이 홀로(?) 열심히 설명하는 세계가 '공기 반 소리 반'이다. 소리의 세계도, 진위(眞僞)가 분명한 하나님 소리와 사람 소리가 반반씩은 존재한다. 영적으로 혼탁한 시기는 사람 소리가 커져서 세상을 덮을 기세지만, 하나님의 소리는 작지만 큰 능...

 
2015-07-11 604
21

#21.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아빠의 정년퇴직을 기념하며) _ 박다애 file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6.25전쟁 발발. 어릴 적에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고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군인 하지 말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저는 지금 전쟁이 난다면 50년대 전쟁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

 
2015-07-04 805
20

#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2015-06-27 628
19

#19. 위험불감증 _ 김범열 file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내 유명 백화...

 
2015-06-20 528
18

#18. 유작(遺作) _ 원재웅 file

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605
17

#17. 울타리 _ 강명선 file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2015-06-06 564
16

#16.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을까 _ 맹지애 file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어른들은 그 꿈을 응원하던, 말 그대로 ‘꿈’만 같던 시기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 편...

 
2015-05-30 808
15

#15. 신앙의 건강을 위한 균형 있는 식단 _ 김태훈 file

건강식품 유통업을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평소와 달리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업계가 비상이라고 한다. 5월은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어 통상 일 년 중 건강식품의 판매가 가장 활발해야 하는 시점인데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2015-05-23 513
14

#14. 뒤에서 들리는 스승의 목소리 _ 홍봉준 file

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로부터 시작해서 부모와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사람의 성장과 가르침에 관련된 날들이다. 그중에서 스승의 날은 그 의미와 가치가 많이 퇴색했지만, 그래도 스승은 변치 않는 우리 ...

 
2015-05-16 725
13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615
12

#12. 타인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서기 _ 홍미례 file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이해는 없고 따라서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에는 직접, 간접적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이를테면 타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

 
2015-05-02 663
11

#11. 동행(同行), 그 마지막 모퉁이를 돌며 _ 송현석 file

굳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

 
2015-04-25 1347
10

#10. 분노 조절 장애 _ 지근욱 file

욱! 하는 성격 종종은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 나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와이프에게 핀잔을 듣는다. 특정할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하면 버럭 화를 낸다. ‘아차!’하지만, 이미 주변 상황은 불편해져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노하기를 더디 하라...

 
2015-04-18 1164
9

#09. 게으른 파수꾼, 추억의 발걸음을 걷다 _ 송인호 file

길을 나서볼 때입니다. 어느덧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 모이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충전이 잘 된 LED 랜턴과 손에 달라붙는 알루미늄 방망이 하나를 집어 들고 말입니다. 첫 행선지는 내 맘대로 정한 순서대로 예전 회계실 건물입니다. 손전등을 비춰가며 ...

 
2015-04-04 800
8

#08. 인생 최후의 오디션 _ 원재웅 file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영화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 앤드류와,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플렛처 교수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향상, 편집상 등 무려 3개 부문을 석...

 
2015-03-28 902
7

#07. 신앙의 성과 지표 _ 김태훈 file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2015-03-21 783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