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5
일 년 중 상반기를 결산하고 나면 하계대성회에 초점을 맞추고 일정을 잡습니다. 하계대성회는 상반기 평가를 통해 하반기에 부족한 것을 채우는 동시에 혁신을 다짐하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휴가의 정점이지만 우리에겐 거룩한 훈련의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주변은 휴가 계획에 시끌벅적하지만 동요되지 않으며 세상 분위기와 구별되어 묵묵하고 은밀하게 우리는 더 좋은 편, 말씀의 자리를 택합니다.
이번 대성회는 지금까지와 다릅니다. 부모가 잠시 부재중일 때 집을 잘 지키고 집에 속해 있는 모든 것을 정성껏 돌봐야 하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낍니다. 그래서인지 대성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준비해주시는 은혜를 누릴 수 있지만 올해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생애 최초로 '구속사 황금종을 울려라'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거룩한 부담감에 주눅이 들어 있기도 하고 다른 해보다 긴장감을 가지고 대성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느낌이 안 좋아서(?) 총무님을 피했는데 그 부리부리한 눈과 결국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황금종' 얘기가 나왔을 때 단박에 튀어나온 거절의 말이 ‘구속사를 그동안 너무 멀리해서’였습니다. 옥신각신 끝에 하루만 기도의 시간을 달라 했는데,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그 말이 제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구속사를 너무 멀리했으므로 붙잡아야 하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면에서 제가 놓치고 잃어버린 신앙의 덕목들이 줄줄이 딸려 나왔습니다. 진흙탕에 빠진 망아지 같은 제가 보였습니다.
구속사 황금종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소원이 생겼습니다. 영육 간에 진흙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입니다. 준비과정을 통해 제 속을 가득 채운 오물이 씻겨 나가는 것, 오염된 것들이 정화되는 것을 소원 삼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도와 응원의 손길을 내밉니다. 이런 부탁을 드렸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저 황금종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진짜 구속사 실력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러고 나니까 더 겁이 나고 도망가고 싶어집니다.
1년 반쯤 전, 전도인 발표를 할 때도 제 심장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는지 후배가 제 얼굴이 아침부터 혼이 나간 사람처럼 노랗게 질려있었다고 합니다. 은혜에 힘입어 무사히 끝내고 내려와 함께 한 전도인들과 원로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언어는 전달력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너희의 믿음이 자란다, 나는 너희가 실수해도 화내지 않는다'라고 따뜻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떠올리며 사그라지는 용기를 꾹꾹 짜내 봅니다.
저는 지금 황금종 아래 서 있습니다. 너무 멀고 높아 보여 제가 만져서 울리기는커녕 우러러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합니다. 그 순간 관점을 바꿉니다. 누가 황금종을 울리건 연연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우린 가족인 것을. 요셉 동생이든, 29대 교구 삼촌이든, 헵시바 조카이든 누가 황금종을 울리든 우리 가족 모두가 이기고 즐기는 잔치이며 최후까지 남을 예정된 한 식구의 등장을 위해 조연이 된다 해도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아찔할 만큼 높고 눈부신 황금종, 겁에 질린 제 심장은 또다시 시도 때도 없이 두근거리는데, 황금종 저 너머에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하나님 아버지가 보입니다. 우리는 한 가족이며 언약의 공동체, 구속사와 하나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필연적인 삶을 살기로 작정된 사람들입니다. 구속사를 위한 우리의 서툴고 사랑스러운 재롱잔치, 선하고 아름다운 경쟁을 바라보시며 하나님 아버지께서 미소를 지으시겠지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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