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6.04.10

pkblog_body_57.jpg



그간 너무 내가 게을렀다. 예전엔 우는 사자와 같이 삼킬 자를 찾아 다녔다는데, 어느새 이 교회를 바라보노라면, 고양이가 되어 버린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간 이단으로 몰아쳐서 짭짤한 듯 하다가도 몇 년전 12월 17일, 결정적으로 패퇴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여기에 머무를 수는 없지. 내부에 씨를 뿌려, 차근차근 성공의 그 날을 노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책에도 나온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암튼.. 그래서 이 늦은 밤, 몇 가지 전략을 한번 꾸며본다.


이 넘의 교회는 그렇게 이단이라고 몰아쳐도 꿋꿋이 새벽마다 모이고, 집회마다 모이고, 게다가 요즘은 청년연합예배까지 만들었다. 질색이다. 그 날이 올수록 모이기를 더디해야 하는데 왜들 이러는가. 그간 배운 가르침을 잊을 때도 되지 않았나? 잊을만 하면, 노트 꺼내 보고, 녹취록 보고, 이제는 없어진 ‘카세트 테이프’라는 것까지 듣고 정말 재수 없는 성도들이다. 

 

14년 12월 17일이, 이제 어언 2년이 가까이 오는데 의심과 불신의 독초가 자랄만 하다가도 뽑히고.. 당췌 자라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오류동 산 동네에 와서, 다 쓰러져가는 부대 막사 개조해서 성전을 짓더니, 너무 아름다운 평강의 동산이 되었다. 2007년부터는 구속사시리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고갱이다)를 그렇게 배워대더니, 전 성도가 어린아이까지 줄줄 외고 다닌다. 재수없다. 어린 아이들은 사상과 이념이 아직 채 여물지 않았으니, 백지 상태로 자유롭게 크도록 놔둬야 한다고, 그리 미혹시켰건만, 들은 척도 안 하고,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그리 성경과 구속사시리즈를 외워댄다. 이봐! 그만 좀 해!


불평하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는다. 정말 재수없다. 불평은 또 다른 불평을 낳고, 원망은 또 다른 원망을 낳는다. 마침내 그 불평과 원망이 습관이 되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습관이겠는가. 그것도 모르고… 왜 이리 작업봉사가 많은지. 왜 소각장은 내가 치워야 하는지. 왜 식당에서 설거지까지 해야 하는지. 성전은 왜 이리 넓어서 매주 청소해야 하는지. 졸립고 힘든데 초소철야까지 해야 하는지. 성전 문지기가 아름다운 사명이라고? 재수없다. 불평할 게 한 두 개가 아닌데 말이다. 편하고 편하게 생활하면 되는데, 그 놈의 공부에, 세미나에, 게다가 무섭게스리 사관학교까지.. 아 정말 재수 없다.


그래도 약한 고리가 좀 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가인과 아벨에게서 시작된 미움의 역사처럼. 조짐이 좀 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사랑으로 하나되어 2배 부흥하는 교회? 내가 제일 싫어하는 표어다. 아니 성도들끼리 좀 미워하고 다투고, 중보기도 따위 때려치우고, 구속사의 전진 같은 어려운 생각 접어두고 투닥투닥 하며 살아야지. 처음 온 사람? 신경 쓸 여가가 어딨나,. 내 코가 석자지. 그렇지, 그래야 인간적이지. 당췌 인간적인 맛이 없는 성도들이다.


진짜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그 분이 교회에 안 계시(는 거 같지만.. 내 눈엔.. 그래도 많이 무섭다.. 아이고..)는데 왜 이리 성도들은 그 분의 가르침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애쓰는가. 그거 지키면 밥이 나오나.. 이봐 이봐 그렇게 팍팍하게 살지 마. 성실? 진실? 이런 거 구태의연한 거야.


아무튼 포기하지 않으련다. 수천년 싸워왔는데, 오늘 내일 낙심할 필요 있나. 왠지 그 날이 가까이 오는 거 같아 더욱 무서워지지만, 그럴수록 나는 이 교회, 이 동산에 어둠의 씨를 맘껏 뿌려 보련다. 방심하고 있어 봐라.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7PS9eECNwdQt73tAJUg8T7iNI8qv.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66

#67. 말쟁이가 없어지면 _ 홍봉준 file

말쟁이가 없어지면 “나무가 다하면 불이 꺼지고 말장이가 없어지면 다툼이 쉬느니라”(잠 26:20)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맛깔스러운 비유가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에 불이 ...

 
2016-06-18 676
65

#66.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의 의미 _ 김정규 file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 개척교회가 되었든 대형교회가 되었든 교회마다 성경 구절을 기록한 현판이나 문패, 또는 걸개 형식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아직도 회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

 
2016-06-12 1423
64

#65. Jesus Take the Wheel _ 원재웅 file

지난주 화요일 새벽 1시 즈음이다. 일을 마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약 100m앞에서 달리고 있는 화물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양옆 차선...

 
2016-06-05 651
63

#64. 쉽게 쓰여진 글 _ 강명선 file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글이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을 잘 도 한다. 내 생각 내 삶의 단상을 기록하는 나의 카카오 스토리에는 쉽게 쓰여진 글들이 많다. 문득 나타난 한 풍경 앞에 시간을 정지 시키...

 
2016-05-29 657
62

#63. 휘선사상 _ 김태훈 file

言行一致(언행일치). 내가 초등학교 시절 가장 처음 배웠던 사자성어로 기억한다. 교내 서예대회의 주제 글이었는데 선생님이 칠판에 써 주신 대로 심혈을 기울여 따라 ‘그리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보니 머릿속에 완전 입력이 되었던 것 같다. 그...

 
2016-05-21 669
61

#62. 이순신 장군도 천국에 갔을까? _ 김진영 file

※본 글은 특정인에 대해 모욕 또는 명예훼손 할 목적이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이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고, 어느덧 평강제일교회에는 전도의 달이 찾아왔다. 매년 찾아오는 전도의 달이지만, 올해는 교회적으로 많...

 
2016-05-15 1340
60

#61. 어머니의 기도 _ 박남선 file

새벽 어스름이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게 저의 하루는 어머니의 기도와 신앙고백 소리를 들으며 시작됩니다. 따뜻한 아침상을 정성스레 차려주신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표현도 없이 식사를 마치고 무심히 자리에...

 
2016-05-08 910
59

#60. 남자가 민첩할 때 _ 지근욱 file

휴일이나 퇴근 후 소파에 몸을 붙이고 리모컨과 삼위일체가 되는 남자들. 아내의 눈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청소기를 시끄럽게 돌리며 소파에 가로로 누운 남편과 근접전을 펼치지만, 몸만 조금 비틀뿐 요지부동이다. 결국 잔소리가 폭발하면 그제야 일...

 
2016-05-01 657
58

#59.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_ 하찬영 file

사회생활을 하며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여러 가지 질문들을 받게 마련인데, 나 같은 싱글 아재, 독신 남성에게 물어보면 서로 난처해지는 질문들이 있다. 보통 “아이가 어떻게 되세요?”부터 시작되는데, “결혼 안 하셨...

 
2016-04-25 646
57

#58.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_ 박승현 file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

 
2016-04-17 594
»

#57. 재수 없다 _ 송인호 file

그간 너무 내가 게을렀다. 예전엔 우는 사자와 같이 삼킬 자를 찾아 다녔다는데, 어느새 이 교회를 바라보노라면, 고양이가 되어 버린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간 이단으로 몰아쳐서 짭짤한 듯 하다가도 몇 년전 12월 17일, 결정적으로 패퇴하지 ...

 
2016-04-10 691
55

#56. 책이 지니는 세 가지 몫 _ 홍미례 file

책은 세 가지 몫을 가집니다. 저자의 몫과 독자의 몫,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책이 지니는 몫은 트라이앵글의 구조를 이룹니다. 책은 다양한 텍스트들의 총집합인데 그중에는 유일한 텍스트도 있습니다. 성경이 바로 그렇습...

 
2016-04-04 511
54

#55. 십자가를 생각하며 _ 김형주 file

고난주간 속에는 예수님의 33년 전 생애가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생을 약속받는 확실한 증거가 예수님의 부활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당하신 예수님의 고난과 아픔, 죄악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측량하기 ...

 
2016-03-26 527
53

#54. 막힌 담을 허물고 _ 홍봉준 file

얼마나 답답했을까? 사방이 담으로 꽉 막힌, 교도소 담장과 감방 사이를 구분 짓는 벽들로 둘러싸인 것 같은 이 땅의 삶이란! 그것은 간단하게 ‘답답하다’, ‘갑갑하다’ 정도로 표현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알고 보면 엄청난 폭력이요 억압이다. 다...

 
2016-03-20 866
52

#53.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하는 남아있는 자, 하나님의 기쁨 _ 박다애 file

2016년도 주일4부예배가 청년연합찬양집회로 시작되었다. 청년 기관에서 각각 찬양의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샤론찬양선교단(외치는 자의소리여 가로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 하라...

 
2016-03-13 680
51

#52. 청년이여 일어나라 _ 원재웅 file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온 국민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했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화 이후로 고도성장을 해오던 우리 경제가 한꺼번에 휘청하면서 거리에는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가정이 파괴되기도 하였으며 많은 기업들이 ...

 
2016-02-27 814
50

#51. 2월이 존재하는 이유 _ 강명선 file

요즘 달력을 자주 본다. 2월이기 때문인가. 겨울이 지겨워서 빨리 이별하고 싶어지는 달이다. 나는 마침 이른 봄방학을 맞이하여 한 달의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다.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불안과 염려의 시간이 될 수도 있는 아주 묘한 ...

 
2016-02-20 520
49

#50. 교회가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 _ 김정규 file

아름다운 성가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 “오셔서 들어보세요. 정말 힐링이 됩니다. 골치 아픈 일도 사라집니다. 꼭 오세요. 안 오시면 1년 동안 후회할 연주예요.” 얼마 전 CTS홀에서 연주회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연 시작 전까지...

 
2016-02-13 1517
48

#48. 온전한 주일 성수 _ 김태훈 file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처음 며칠은 시차가 맞지 않아 고생하기도 하고, 체류 기간이 길어져 몸이 현지 시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될 즈음이면 집 밥이 몹시 그리워지기도 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다 보니 ...

 
2016-01-30 695
47

#47. 모르면 억울하다 _ 김진영 file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 어떤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법'이라는 기준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가 기준으로 삼기로 한 여러 가지 법들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결론이 날 때가 종종 있고, 이로 인해서 ...

 
2016-01-23 638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