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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0.12.05

1814년 프랑스가 패배하자 승리감에 들떠서 로마로 돌아간 교황 피우스는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나폴레옹이 교황권을 강화해 주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군대를 이끌고 가는 곳마다 수도원을 파괴해 버리고, 종교 교육을 금지시켰으며, 교회 땅을 몰수하였다. 이전에는 교황 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국가 교회들도 나폴레옹에 의해서 억눌리고 파괴되자 이제는 로마를 향해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게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18세기의 교황들이 응석이나 부리는 철없는 왕자와 같았던 것과는 달리, 역경을 딛고 일어선 피우스 6세와 피우스 7세는 바티칸의 권위를 회복시켰기 때문에 교황은 이제 새로운 도덕적 권위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프랑스와 벨기에, 남독일 등에서 가톨릭 교회의 신앙 부흥 운동이 잇달아 일어났다. 교회에 출석하는 신자의 수가 늘어나고 선교 활동과 교회의 영향력도 증대되었다. 혁명을 통해서 수많은 교회의 부패가 일소되었기 때문에 프랑스에는 괄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가들이 교회를 냉대하거나 학대하는 바람에 기독교인들의 정치관은 분열되었다. 열정적인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정치적 자유주의를 지지해서 민주주의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야 말로 정의를 위한 소박한 투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주의 신자들은 사회적 변화를 위한 급진적인 프로그램은 예외없이 피의 혁명으로 귀결되며, 결국 기독교를 공격하게 될 뿐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의견 대립은 특히 가톨릭 교회에서 심각하였다. 거의 한 세기 동안 교황들은 또다시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유럽의 기성 정치가들과 손을 잡았다. 그러자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피우스 7세와 그의 후계자들은 교황령을 다시 회복하지 않으면 난폭한 독재자에게 죄지우지될 것이라고 여긴 나머지 이탈리아를 재통일하려는 모든 민주주의적인 시도조차도 거부했던 것이다. 정치적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가톨릭 신자들은, ‘왕관과 제단’의 결탁을 옹호하는 교회의 지도층과는 뜻을 달리하였다. 1848년 유럽의 절반이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을 때에도 교회는 요지부동으로 억압하는 기성 정치가들 편에 서 있었던 것이다.


▶ 지상에서의 하늘나라에 대한 비전, 기독교적인가 세속적인가?


1848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하늘에서 그리스도가 내려다보는 가운데 유럽 사람들이 연합해서 인권 상(橡)을 지나면서 행진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어떤 기독교인들은 정치적 자유주의를 지지했고 심지어는 혁명조차도 단지 정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명목으로 지지하였다. 또 어떤 사람들은 혁명이 지상에서의 환상일 뿐인-기독교인들의 관심을 영원한 것으로부터 일탈시키는 세속적인 하늘 나라를 창조하려는 헛된 시도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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