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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족토기에 나타난 신앙의 자취

'세발이 달린 토기'라는 뜻은 이름인 '삼족토기'(三足土器)가 한반도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고대로부터 삼국시데에 걸쳐 있었다는 삼족토기는 산동반도와 요동반도를 중심한 지금의 중국지역과 소아시아, 이집트에까지 분포돼 있다. 주로 제사용으로 사용됐다는 이 삼족토기의 근원은 바로 태양새 또는 삼족오로 불리는 까마귀와도 연결돼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삼족토기
금강유역을 중심으로 한 백제의 전 지역에서 발견된 토기들의 공통점은 세 개의 발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삼족토기'(三足土器: Tripod pottery) 또는 '세발토기'라는 고대 토기들이다. 충남 보령군 웅천면 구룡리에서 출토된 높이 8.6cm의 삼족토기와 높이 10.2cm의 삼족배(三足杯)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1990년에는 총면적 58,000평의 신봉동 백제고분군에서도 많은 삼족토기들을 발굴했다. 뿐만 아니라 높이 22.4cm의 짧은 다리가 셋 달린 고구려시대의 토기 항아리인 삼족호(三足壺)가 있어 고구려시대에도 삼족토기가 유행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러한 삼족호는 백제와 신라, 가야 지방에서도 출토됐다.
토기뿐만 아니라 산이나 야외에서 찻물을 끓일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청동으로 만든 '삼족 초두'라는 것도 있다. 모양과 크기는 다양한 삼족토기들은 그 특이한 모습 때문에 대부분의 학자들이 일상생활용이 아닌, 의례용(儀禮用)이나 제사용(祭禮用) 토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의기'(儀器) 또는 '예기'(禮器)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삼족토기의 흔적들
이러한 삼족토기들은 한반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서아시아, 수메르를 중심한 이집트 지역에도 분포한다. 이들 지역에서 출토되는 삼족토기는 대부분 그 시대가 선사(先史) 또는 원사(原史)시대의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앙소문화기(仰韶文化期)를 거쳐 용산문화기(龍山文化期)에 다양한 형태의 토기가 만들어졌으며, 은(殷)·주(周) 때까지도 잘 활용됐다고 한다. 특히 예기(禮器)로서 발이 셋 달리고 귀가 둘 달린 솥의 하나인 '정'(鼎)은 한대(漢代)까지 널리 사용됐다.
특이한 점은 중국의 삼족토기 중 새 또는 까마귀의 모양을 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토기들은 '세 발(三足)을 가진 새(鳥) 모양의 토기'들이다. 이러한 토기들은 새 토템이 많은 산동반도와 요동반도 등을 중심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에는 비슷한 경향의 삼족토기가 있다. 신라 6세기에 향불을 담아 올리는 그릇으로 사용된 경주 천마총의 청동솥(天馬塚 靑銅鼎)에도 새의 다리를 본 딴 세 개의 다리가 달려 있다. 기원전 2-3세기의 것으로 알려진 부뤼셀 룩소르의 그리스 삼족 나무 탁자에도 백조의 머리로 끝이 마무리돼 있는 세 개의 다리를 가진 탁자가 있다.

삼족토기와 삼족오
그렇다면 새와 삼족토기는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가. 앞에서 말한 산동반도와 요동반도, 그리고 황하유역에는 관직의 이름들도 새 이름으로 표시할 정도로 새 토템이 많다. 예를 들어 은(殷)의 시조였던 탕(湯)의 본래 이름은 '하늘의 새'를 뜻하는 '천을'(天乙)이다. 또 앙소문화에 속하는 소호(小昊)족은 모든 부락의 이름과 관직명이 모두 새의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회남자』(淮南子)에는 '검은 새'를 현조(玄鳥)라고 칭하면서 '천사'(天使)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정리하면 삼족토기는 '하늘의 새'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족오(三足烏)가 대표적인 예다. 삼족오, 즉 세발 까마귀는 태양을 상징하는 길조(吉鳥)로 고구려 고분벽화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전통문화의 구성원리』의 저자인 우실하 씨나 『우리문화의 수수께끼』의 저자인 주강현 시는 '삼족오가 만주와 한반도로 도래하기 이전부터 시베리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우리 조상들의 흔적'이라고 말한다.

영원한 태양과 제사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 우리는 삼족토기가 '하늘의 새' 또는 '태양 새'인 삼족오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집트와 중앙아시아, 시베리아와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분포돼 있는 삼족토기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전달자인 태양새와 연결된다. 곧 하늘을 섬기는 고대 민족의 뿌리가 삼족토기에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출토된 삼족토기 등이 대부분 제사용으로 사용된 예기(禮器)였다는 공통점에서도 하늘을 섬기는 고대 민족의 자취였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어떤 이는 한반도의 삼족토기가 고대로부터 내려온 삼신(三神)사상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삼족토기는 완전하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찬양했던 동이민족이 한반도까지 이르는 이동경로와 그 신앙의 흔적을 간직한 것이 아닐까.

참고 문헌:
• 엄원식의 <구약성서의 수신학> (대전, 침례신학대학출판부,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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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백과대사전 Vol.6> 민영진 편(서울, 성서교재간행사, 1981)
• 배재민의 <새로훈 형태의 구약연구> (서울, 총신대출판부, 1982)
• 존킹의 <수와 신비주의>, 김창국 역(서울, 열린책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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