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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5.10.31
대화를 하다 보면 간혹 상대방이 어떤 의중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느낌으로도 모르겠고, 제스처로도 파악이 안되고, 말로 표현하다 보면 더욱더 아련해집니다. 이는 대화하는 상대방도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자세히 일러주어도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고, 아예 알아듣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는 이러한 '通 하지 않는 痛'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없다면 정치학이나 정치인들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분쟁이 없다면 판사나 검사, 변호사들은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대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병들게 하지 않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뤘다면 아이러니하지만 과학이나 공학,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이별이 없다면 심리학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을까, 사랑과 아름다움의 가치를 느끼는 예술가가 생겨날 수 있었을까 궁금해집니다. 만약 모든 게 通 하는 세상이라면 그 많은 직업이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세상의 본질은 불통일까요?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적어도 소통보다는 불통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의 본질적인 특성은 "법칙"이 아닌 "카오스(무질서)"로 더 잘 설명됩니다. 창세기에서는 땅의 본질을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 상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혼돈의 기원이 창세기 11장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바벨"은 "혼돈, 혼잡"을 의미하지만, 아카드어 원어로 "바벨"의 뜻은 "신의 문"입니다. "신의 문"이 "혼돈과 혼잡"이 된 이유를 창세기 11장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온 지면에 흩어지는 것을 가장 크게 두려워하였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세 가지 계획을 세웠는데 그것은, 자기 세계(城과 臺)를 구축하는 것, 자기 세계의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는 것, 자기 이름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경영하는 것이 하나님도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을 가장 크게 경계하셨습니다. 마치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내쫓는 상황(창 3:22-24)의 데자뷰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 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 손을 들어 생명나무 실과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하시고 ...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 내시고 에덴동산 동편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 결국, 하나님은 인생이 하나님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기 전에 언어를 혼잡케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함으로 온 지면에 흩어버리는 '불통 전략'을 세웠습니다.
만약 이때 사람들이 城과 臺를 하늘로 쌓는 대신, 하늘의 臺가 땅에 닿게 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내는 순리를 따랐다면 바벨은 "혼돈과 혼잡"이 아니라 "신의 문", "하늘의 문"이 되었을 것입니다.
창세기 1장부터 11장을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라는 관점으로 읽다 보면 시나브로 하나님과 인간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감을 느낍니다. 타락 후 에덴동산에서 인간이 내어보내진 일이 수평적 분리의 수준이었다면, 노아 시대에 이르러서는 "죄악이 관영하여 사람이 육체가 됨에 따라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않겠다"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이별선언이 등장합니다. 급기야 창세기 11:5-9에는 하나님이 세상에 내려가서 사람을 온 지면에 흩으실 때 "강림하다", "내려가서"라는 식으로, 하나님과 인간의 수직적 분리를 뜻하는 직접적인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하나님과 너무 멀리 떨어진 나머지 하나님이 강림해서 직접 보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깊은 흑암의 상태가 되지 않도록 바벨의 교훈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자기 세계의 경계를 치는 벽돌을 허물고 자기 논리로 꽉 막아버린 역청을 제거한다면 이 땅 위의 城과 臺가 무너지고, 서로가 참뜻을 알아듣는 언어로 말하고 듣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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