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7
기억합니다. 그러나 잊고 살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과 결심들,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 친구와의 우정, 하나님의 은혜 쉽게 잊고 살고 있습니다.
2010년 초겨울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미국 생활 2년 6개월 중 2년에 다다른 날이었습니다. 초겨울, 첫눈인지 눈이 보슬보슬 내리는 새벽 5시 10분 출근시간, 늦지 않으려고 75mile(약 120km)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새벽부터 점심까지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오후에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이른 새벽, 120km 속도로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미끄러지는데 차가 왼쪽 가드레일을 박으려고 했습니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더니 차가 다시 오른쪽으로 돌았습니다. 돌다가 5차로 끝 오른쪽 벽을 박으려는 순간 다시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습니다. 순간 차는 540°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돌면서 지난 내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지난주 교통사고로 다른 유학생이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에 "나도 죽는구나." 그렇게 체념을 했습니다. 그렇게 돌다가 차는 멈췄고 눈을 뜬 순간, 저는 살아있었습니다. 감사와 함께 눈물이 울컥, 제 온 눈을 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새로운 생명을 선물 받았고 한없는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6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가장 두려운 건 그때의 기억, 살려주심, 감사함이 나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잊혀져가고, 내가 그랬던 적이 있었는가? 의심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눈길에 과속도 합니다. 그건 아마도 기억을 기록하지 않아서 인 것 같습니다. 기억이 오래갈 줄 알았고, 그 시절의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고, 바빠서 일기로 담아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잊혀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그루터기 리더 모임을 통해 말씀과 신앙의 전수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왜 모세가 그토록 말씀을 전하기 위해 애절한 마음으로 증거의 노래를 만들고(신 32:1-47) 온 힘을 쏟았는가 보면 이해가 됩니다. 우리도 "얼마나 중요한 건데,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구속사가 걸린 일인데 당연히 기억하겠지!"라고 생각해도 방금 한 일도 기억 못할 때면 "정말 잊혀진다는 것은 쉽구나..."라며 탄식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복음을 받을 새 생명들과 후손들을 위해 다시 기록해야 합니다. 우리는 말씀으로 훈련받은 '개인 기록사'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말씀을 필기하는데 단련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귀중한 말씀이더라도 기록이 없으면 잊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율법을 잊혀지지 않은 돌판에 기록하게 하셨고(출 24:12) 그 말씀이 대대손손 전해져야 함을 바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의 대가 끊어지지 않음을 구속사 족보를 통해 증거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말씀의 대물림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까? 새노래의 자격자입니까? 그렇다면 신실하게 기록하여야 합니다.
그 말씀들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합니다. 기록계에서 자료들을 모으는 것을 Stocking(쌓기)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그냥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입니다. 자료들이 한 곳에 모여져야만 그 자료들이 연결성, 계속성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빈틈이 없고 빠짐이 없지만 이 자료들이 개인소유물로 전락해버리면 생명력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하여 온 말씀을 한 힘으로 모아야 할 것입니다. 목적은 단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 구속사의 유업을 이어가는 것, 그리고 내 것이 아닌 새생명들과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그들은 말씀으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자료들이 한 곳에 모여지면 사용자에 따라 이해 가능한 형태로 바뀌어야 합니다. 에스라는 하나님의 율법책을 낭독하고 그 뜻을 해석하여 백성에게 그 낭독하는 것을 다 깨닫게 하였습니다(느 8:8). 시대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하고 있고 더 나아가 전자책은 증강현실(AR)에서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의 형태로 진보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종이책을 읽지 않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오래 기억되는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1차 사용자의 기록물은 2차 사용자가 필요한 형태의 자료를 만들 수 있게 변형 가능한 포맷으로 수집, 분류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형태로 전환 가능하게 아카이빙(Achiving, 기록보관) 되어야만 합니다.
기록과 보존, 말씀의 전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쉽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역사는 틈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1999년 사순절에 원로목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고난주간 때 마지막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금년만큼은 내가 한 말씀도 놓치지 않고, 내가 필기해 녹음을 해서 내 가정에 가보 제 1호. 재산목록에 어떠한 논밭, 돈보다 어떠한 기업보다 이것이 하늘나라에서 큰 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 가보를 전해줘야겠다.” 우리는 말씀을 “가보 제1호”로 여기고 말씀의 기록 관리와 계승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겠습니다.
정말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잊지 않을 것이라는 교만함을 버립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우리의 기억은 모두 잊혀집니다. 새로운 생명을 받은 것, 고난 속에서 나를 위로하신 일, 나를 구원하시고 살려주심, 매일의 감사함 모든 게 다 잊혀집니다. 그리고 저는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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