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sCEhmh7bIZH7n.jpg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였다.
‘6월 애국의 달’
나는 나라사랑을 위해 무얼했던가! 한동안 시끄러운 나라일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요즘엔 아예 한발 물러서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한 상태다.
나라가 없으면 가정도, 교회도, 개인도 존재할 수 없다고 하시며 나라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겨주셨던 원로목사님의 뜨거운 외침은 언제부턴가 맘속에서 시들해져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잠자던 애국혼이 깨어날까하고 책장에 쳐박혀있다시피한 근현대사 책을 읽으려고 꺼냈다. ‘슥’ 하고 종이 한 장이 그 사이에서 떨어진다. 내가 5년 전 쓴 편지였다. 한참 열정적으로 근현대사 책을 주변에 전할 때, 책과 함께 전해주었던 ‘소개 글’이다.
그땐 무슨 용기가 있었는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근현대사 책을 들고 졸업한 학교들마다 찾아다녔다. 교장 선생님을 직접 만나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우편으로라도 보내서 책을 소개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나라 살리는’ 방법이라 믿었다. 확신과 보람이 넘쳤었다.
 
이제 다시 내 자신도 도전받고, 우리 평강의 식구들도 ‘근현대사 책 읽고 나누기’를 통해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6월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그 때 편지를 올려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역삼중학교 1회 졸업생 정유진이라고 합니다.
학창시절이 소중했던 만큼 그 시간들을 이끌어주셨던 고마웠던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요즘처럼 따스한 봄날이면 교정이 더욱더 그리워집니다. 자주 들러보고싶어도, 생활의 분주함으로 인해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근에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찮게 한국의 역사에 관한 좋은 책을 발견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오랜 세월동안 나라의 앞날을 노심초사 염려하여 우국충정으로 한올 한올 엮어오신 글이라 그런지 읽는 내내 감동이 식어지지 않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역사적 진실을 후대에 왜곡없이 전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내 나라의 역사를 좌우의 치우침 없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역사책이라 생각됩니다. 혼자 읽기에는 아까워서 우리 후배들에게, 또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전해주고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혹독한 비극의 역사였습니다. 해방이후 이념의 극심한 대립과 혼란으로 수없이 많은 데모와 폭동, 반란이 그치지 않았고, 급기야 6.25 전쟁이 터져서 삼천리강산이 피로 물들고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발전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하나되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이겠지요.

저는 애국자도 아니고, 사회운동가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애국심이 솟아올랐습니다.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에 태어나, 내 민족의 역사에 무관심하고 무지하게 살아온 것이 염치없고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국가(國家)는 말 그대로 민족이라는 대식구가 모여사는 광대한 집입니다. 나라가 없으면, 개인도, 가정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이 심겨져, 우리 자녀들이 나라의 소중함을 알기를 바라는 소박한 뜻으로 책을 보냅니다. 또한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올바로 교육하고, 나라의 미래를 환하게 밝히는 큰 힘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2012년 3월
                                                                                                        역삼중학교 졸업생 정유진 드림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dxNes6RlxkSQvdvPknhIPk9SkVSDH.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6

#132. 다음주에 또 보자 _ 이장식 file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

 
2017-10-10 605
125

# 131. 수영을 통해 깨달은 영혼의 숨쉬기 file

얼떨결에 등록하게 된 수영. 교역자에겐 사명이 생명인지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게 없던 차에 누군가 수영을 권했다. 첫 시간부터 ‘와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감탄을 했다. 일단 뭔가 새로운...

 
2017-10-10 819
124

#130. 바라봄의 기쁨 _ 서재원 file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화려함, 때로는 소박함, 그리고 보는 것으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눈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관 중 하나 입니다. 하루라도 눈을 뜰 수 없다...

 
2017-10-10 441
123

#12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 _ 김영호 file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익숙한 향기를 맡았습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옛날 시골집의 향기였습니다. 초등학교 방학 때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서 한 달 내내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빌라와 ...

 
2017-09-19 533
122

#128.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_ 홍명진 file

일본의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1995년판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다 못해 아주 진한 갈색 페이지들과 광택은 이미 온데간데없는 탁한 표지였다. 책을 펼치면 딱 '오래된' 종...

 
2017-09-11 572
121

#127. 인생 2막을 시작하며 file

2017년, 어느덧 입추와 처서를 맞이하고 이제는 선선한 가을바람을 기다리는 때가 되었다. 올 해 벌써 많은 일들을 겪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에 헉! 하고 놀랄만한 사건은 바로 곧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어린것...

 
2017-08-30 494
120

#126. 고등부 교사 총무를 마치며 file

지난 8월 13일에 고등부 교사 총회가 열렸다. 1년 임기의 새로운 교사 총무를 선출하였다. 고등부는 고3 이전에 학생 임원 활동을 마무리하고 수험생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교사 총무의 임기도 학생의 그것과 주기를 같이 한다. 임기를 마치면서 그 동...

 
2017-08-30 617
119

#125. 노래하는 말 _ 송인호 file

죄를 짓고 붙잡혀 왕이 내리는 처벌을 받을 운명에 처한 죄수가 있었습니다. 이 죄수는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면 1년 안에 왕이 아끼는 말에게 노래를 가르치겠다는 약속으로 왕을 설득해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

 
2017-08-16 523
118

#124.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_ 정유진 file

‘나비효과’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비효과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은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것까지 무한대의 ...

 
2017-08-12 116631
117

#122. 학교에서 배운 한 가지 _ 하찬영 file

그랬던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미대 다닌 남자였다(이대 아니고 미대라고 그는 또 아재개그를 날렸다). 그는 그런 그의 타이틀이 나름 있어보인다며 은근히 만족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디자인 전공에 대해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

 
2017-08-09 470
116

#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어느덧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2017년도라는 축구 경기의 전반전은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183일째인 7월 2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후반전만 남은 것이다. 부모를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다니게 되고...

 
2017-07-12 573
115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605
114

#118. 이 시대의 주인공 _ 이장식 file

6월은 현충일과 6. 25 한국전쟁, 6. 29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달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지정된 호국보훈의 달이다. 고등부 한소리에서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휘선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

 
2017-07-05 536
»

#117. 다시 꺼내 든 근현대사 책 _ 정유진 file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였다. ‘6월 애국의 달’ 나는 나라사랑을 위해 무얼했던가! 한동안 시끄러운 나라일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요즘엔 아예 한발 물러서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한 상태다...

 
2017-06-12 1944
112

#116. 기회 _ 서재원 file

어느덧 우리는 2017년이라는 층의 중앙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2017년을 만났을 때 세웠던 계획들과 수많은 목표들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으신가요? 아직도 계획만, 혹은 포기한 것들이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수많은 계획...

 
2017-06-12 506
111

#115. 우리 인생엔 지름길이 없다 _ 김영호 file

2017년 전도 축제가 5월 14일과 21일 양일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복기란 말이 있습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을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

 
2017-05-29 475
110

#114. 홍명진 _ 도화지 file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

 
2017-05-29 615
109

#113. 할머니니? _ 박승현 file

“할머니니?”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학생인 아들은 단기방학이었다. 방학은 그냥 놀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는 무슨 과제를 주는지(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듯).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과제는 부모의 몫이다. ...

 
2017-05-29 476
108

#112. 내 인생의 사물 _ 김신웅 file

어느 포근한 토요일 점심 무렵, FM 라디오를 – 채널 주파수는 104.5MHz – 들으며 교회에 가던 중이었다. 봄 개편을 맞아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진행하는 ‘사물의 재발견’이 흘러나왔다. 이 날 코너에서는 여러 청취...

 
2017-05-12 516
107

#111. 세 번째 덫 _ 송인호 file

영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케빈은 잘 나가는 변호사였습니다. 그의 유능함은 여제자를 성추행한 파렴치한 교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죄 방면토록 만드는 등, 소송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

 
2017-05-02 513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