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2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였다.
‘6월 애국의 달’
나는 나라사랑을 위해 무얼했던가! 한동안 시끄러운 나라일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요즘엔 아예 한발 물러서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한 상태다.
나라가 없으면 가정도, 교회도, 개인도 존재할 수 없다고 하시며 나라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겨주셨던 원로목사님의 뜨거운 외침은 언제부턴가 맘속에서 시들해져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잠자던 애국혼이 깨어날까하고 책장에 쳐박혀있다시피한 근현대사 책을 읽으려고 꺼냈다. ‘슥’ 하고 종이 한 장이 그 사이에서 떨어진다. 내가 5년 전 쓴 편지였다. 한참 열정적으로 근현대사 책을 주변에 전할 때, 책과 함께 전해주었던 ‘소개 글’이다.
그땐 무슨 용기가 있었는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근현대사 책을 들고 졸업한 학교들마다 찾아다녔다. 교장 선생님을 직접 만나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우편으로라도 보내서 책을 소개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나라 살리는’ 방법이라 믿었다. 확신과 보람이 넘쳤었다.
이제 다시 내 자신도 도전받고, 우리 평강의 식구들도 ‘근현대사 책 읽고 나누기’를 통해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6월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그 때 편지를 올려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역삼중학교 1회 졸업생 정유진이라고 합니다.
학창시절이 소중했던 만큼 그 시간들을 이끌어주셨던 고마웠던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요즘처럼 따스한 봄날이면 교정이 더욱더 그리워집니다. 자주 들러보고싶어도, 생활의 분주함으로 인해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근에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찮게 한국의 역사에 관한 좋은 책을 발견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오랜 세월동안 나라의 앞날을 노심초사 염려하여 우국충정으로 한올 한올 엮어오신 글이라 그런지 읽는 내내 감동이 식어지지 않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역사적 진실을 후대에 왜곡없이 전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내 나라의 역사를 좌우의 치우침 없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역사책이라 생각됩니다. 혼자 읽기에는 아까워서 우리 후배들에게, 또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전해주고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혹독한 비극의 역사였습니다. 해방이후 이념의 극심한 대립과 혼란으로 수없이 많은 데모와 폭동, 반란이 그치지 않았고, 급기야 6.25 전쟁이 터져서 삼천리강산이 피로 물들고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발전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하나되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이겠지요.
저는 애국자도 아니고, 사회운동가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애국심이 솟아올랐습니다.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에 태어나, 내 민족의 역사에 무관심하고 무지하게 살아온 것이 염치없고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국가(國家)는 말 그대로 민족이라는 대식구가 모여사는 광대한 집입니다. 나라가 없으면, 개인도, 가정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이 심겨져, 우리 자녀들이 나라의 소중함을 알기를 바라는 소박한 뜻으로 책을 보냅니다. 또한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올바로 교육하고, 나라의 미래를 환하게 밝히는 큰 힘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2012년 3월
역삼중학교 졸업생 정유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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