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2
천국 정원에 성모가 앉아 있다. 사철 꽃향기가 사라지지 않는 곳이다. 이처럼 높이 두 뼘을 넘지 않는 작은 그림은 경건한 이의 집안에 모셔져서 개인적인 경배의 일과에 소용되었을 것이다. 1300년 무렵부터 유럽에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경배화는 대게 마리아와 아기예수, 베로니카의 수건그림, 예수의 수난 등을 주제로 삼은 작은 그림이다. 침실 등에 걸어 두고 보면서 심금을 적시는 것이 특징이다.
경배화에 관한 이른 기록이 2세기의 <악타 요한니스>에 실려 있다. 에베소 사람 뤼코메데스가 사도 요한의 설교를 듣다가 감흥이 일어서 설교자의 초상을 그리게 하고 이를 침실에 걸어 두었는데, 그림앞에다 소형 제단을 세우고 촛불을 밝혀서 경배했다는 것이다.
또 어떤 여인이 성자의 초상을 자신의 침실에 걸어 두었다가 지병이 치유되는 기적을 보았다는 내용도 있다. 4세기 말 장로 에피파니우스는 <악타 안드레에>에서 교회뿐아니라 개인의 사옥이나 집 밖 문간에다 그리스도의 초상을 경배 용도로 내거는 일이 크게 확산 되었다는 증언을 남긴다.
13세기<황금전설>에서도 시리아의 베리트 시에 사는 어떤 기독 신자가 1년치 성전세를 납부하려고 왔다가 여관에 묵었는데, 자는 곳 머리맡에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의 책형그림을 걸어 두고 매일 경건한 기도를 쉬지 않았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크기로 그린 경배화 가운데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다룬 그림은 431년에 에베소 공의회에서 '마리아 테오토코스', 곧'신을 잉태한 마리아'의 기적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서 봇물이 터진 듯 그려졌다. 마리아와 아기 예수 사이의 섬세한 심리적 관계가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얻어서 전개되었고, 성서와 외경기록, 그리고 영적인 내용을 담은 방대한 시작과 신학적 주석등이 마리아 숭배에 불을 당겼다. 특히 787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성상 논쟁이 종지부를 찍은 뒤, 843년 성상 숭배의 유행이 본격화되자 경배화는 바야흐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퀼른 화가 로흐너는 마리아의 머리에 빛나는 왕관을 얹어 두었다.'레기나 코엘리', 곧 '천상의 여왕'이다. 천사들의 시중을 받으니'레기나 안게로룸'의품격이 덧붙었다. 그런데도 마리아는 굳이 옥좌를 마다하고 풀밭으로 내려왔다. 이탈리아에서 나온 '마리아 델 우밀타'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덕목을 드러낸다.
마리아가 소요하거나 휴식하는 '닫힌 정원', 곧 '호르투스 콘클루수는'천국의 신비로운 속성이자 처녀성의 은밀한 상징이다. 마리아의 가슴께에 진주 장식이 달려 있다. 장식물의 한복판에 양각으로 새겨진 동물은 일각수. 처녀의 품에 뛰어 들어 못된 사냥꾼의 손아귀를 벗어난다는 동물이다. 피지올로구스의 기록이다.
'일각수는 처녀를 발견하면 대번에 달려와서 품안에 뛰어듭니다. 순결한 처녀에게는 일각수를 꼼작 못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각수는 처녀에게 순종합니다.'성부와 성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푸른 옷 입은 천사 둘이 황금 휘장을 펼쳤다. 신성의 광휘가 눈부시다. 아기 천사들이 네 퀴둥이에서 시중하며 연주에 여념이 없다. 천사의 합주 장면은 훗날 종교화의 독립주제로 떨어져 나온 뒤 다시 세속적인 콘서트 주제로 발전될 것이다.
오른쪽 흰옷 입은 천사가 바구니에서 잘 익은 사과를 건넨다. 아기 예수가 사과 한 알을 받아 들었다. 선악과 사건에서 아담이 저질렀던 과실을 예수가 되돌린 다는 뜻이다. 14세기 스웨덴의 비르기타가 보았던 환영이 사과의 의미를 풀이하는 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마리아가 사과의 새로운 의미를 설명한다.
'아담과 하와가 사과 한 알에 이세상을 팔이 치웠듯이, 나와 내아들은 한 가삼을 주고 이세상을 되샀다.'
예수와 마리아는 새로운 아담과 하와의 역할을 맡았다. 장미 넝쿨 사이에 피어난 흰 백합은 순결의 꽃이다. 비둘기 피처럼 붉은 장미는 사랑과 죽음과 부활의 상징으로 인용되었다.
마리아는 머리를 돌려서 수금 타는 천사를 내려다 본다. 그 덕에 상체와 머리가 화면의중심 축에서 조심스럽게 비껴 있다. 성모의 정감어린 자세 앞에서 경배화를 보는 이의 마음도 물러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 슈테판 로흐너 <장미 정원의 성모>, 1450년 무렵, 50.6x40cm, 빌라포- 리하르츠 미술관 쾰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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