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20
북유럽에서 처음으로 그려진 실물대의 아담과 하와, 창세기가 전하는 인류의 첫 조상은 인문주의의 세례를 흡족히 받았다. 뉘른베르크 화가 뒤러가 두 번째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직후 완성한 그림에는 고대의 예술 정신과 이탈리아의 과학이 남긴 흔적이 완연하다. 아담과 하와는 각각의 공간을 따로 차지 한다.
지아비와 지어미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은 두 사람이 나누는 시선과 손에 들린 선악과뿐. 이들은 인식의 열매를 베어먹고 눈이 열려서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되었다. 신성의 위험한 영역에 첫발을 들인것이다.
갑자기 밝아진 눈은 부끄러움을 가르쳐 주었다. 알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자 이들은 나뭇잎을 엮어 앞을 가리고 동산나무 사이에 숨는다. 알몸 이외에 모든 것을 보고 누렸던 인간의 행복한 눈이 알몸 이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치부를 가린 나뭇잎은 교회의 요구였지만 고대 미술의 오랜 교훈이기도 하다. 화가 아펠레스가 애꾸 왕 안티고노스의 초상을 그리면서 온전한 쪽의 얼굴만 보이도록 옆얼굴을 돌린 자세를 취했다거나, 조각가 크레실라스가 페리클레스의 뾰족한 양파머리 초상을 빚으면서 기형적인 두상이 보이지 않도록 머리위에다 투구를 씌운 이야기는 르네상스 화가가 본받아야 할 금과옥조가 되었다.
그림 배경에는 어둠의 짙은 장막이 드리웠다. 그러나 깊으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배경을 깔고 밝게 빛나는 인체의 모습은 그자체로 아름답다. 신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신의 형상대로 지어 냈기 떄문이다. 창세기 기자는 말한다.
' 하나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 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 내셨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빚어 만드신 것처럼 뒤러는 붓을 휘저어 인간을 그려 낸다. 진흙을 빚어 형상을 주물러 내는 신성한 조각가와 어둠의 자궁에서 빛의 씨앗을 건져올리는 신적 화가가 회화의 영토에서 경쟁한다. 화가는 자신이 창조한 그림 세상안에서 신성한 창조주의 역할을 맡았다. 뒤러의 그림이 그려지기 얼마 전에 레오나르도는 화가의 신적 태생을 정의한다. '화가란 자신의 뜻에 따라 아름답거나 끔찍하거나 우스꽝스러운 형상들을 이 세상으로 불러온는 존재이며, 그의 손으로 빚어 낸 모든 창조물들의 주인이며 동시에 '신'이라는 것이다.
인식의 나무에 긴 몸뚱이를 휘감은 뱀이 서 있는 여자를 꾄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먹기만 하면 너희는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것이다.'
화가는 뱀의 달콤한 유혹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나님처럼 밝은눈'을 갈망하는 것은 시각의 고귀한 가치를 아는 화가의 미덕이다. 하와가 한 손에 사과를, 다른 손에 화가의 서명판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명판의 내용은 이렇게 새겨졌다.
'독일인 알브레히트 뒤러, 주님 나신지 1507년, 마리아 탄생일이 지난 후에 그렸다.'
여기서 아담과 하와는 주님과 마리아의 구약적 예형이다. 그들이 묶은 것을 이들이 풀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저지른 죄악의 원형을 이들이 속량했기 때문이다. 어깨선이 아름다운 하와는 눈부신 허벅지를 교차시키면서 뒤에서 앞으로 걸어 나온다. 결단의 행동이다. 선악과의 선택에도 주저함이 없다. 다만 머리카락이 바람 없이 흩날린다. 여자의 행동을 지켜보던 아담도 사과를 받아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부끄럽게 만났다. 신의 당부를 깨뜨리는 아담의 인간적 의혹과 망성림이 눈길에 스친다. 그의 걸음걸이가 좌우로 주춤거린다. 뒤로 젖힌 그의 오른손에는 억제할 수 없는 유혹에 기울어지는 마음과 내키지 않은 거부의 심정이 고통스럽게 표현되었다. 화가가 감당해야 할 유혹도 그랬을 것이다.
▶ 알브레히트 뒤러,<아담과 하와>, 1507년, 209x81cm/209x80cm, 프라도 박물관,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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