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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5

솔로몬에게 창녀 둘이 왔다. 열왕기 상 3장의 기록이다. 산 아기와 죽은 아기가 그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죽은 아기는 어미가 낳자마자 깔아뭉개어 죽였고, 산 아기는 태어난지 사흘 되었다. 두 창녀는 제각기 산 아기가 제 것이라고 소리치며 왕의 어전에서 말싸움을 벌인다. 솔로몬은 신하들에게 칼 하나를 내오게 하고 이렇게 판결을 내린다.

'그 산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쪽은 이여자에게, 또 반쪽은 저여자에게 주어라.'

높은 옥좌에 솔로몬이 앉아 있다. 그림 중앙을 차지하는 옥좌는 재판관의 권위다. 옥좌 정면 부조에서 그리폰 두마리가 분수대에 발을 걸치고 마주본다.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에 사자의 몸통과 다리, 그리고 뱀이나 전갈의 꼬리를 달고 있는 상상의 괴물 그리폰은 히브리 전설에 등장하는 거룹과도 같은 핏줄이다. 옥좌의 좌우 팔받침에는 스핑크스처럼 불룩한 젖가슴을 내민 표범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들은 모두 흔들리지 않는 왕권의 상징이다.

푸생은 솔로몬을 젊은 왕으로 그렸다. 140여 년전 라파엘로가 바티칸 스탄체의 천정벽화에서 재판정의 솔로몬을 흰 수염이 덥수룩한 노왕으로 그린것과 사뭇 다르다. 왕홀과 왕관도 벗겨 두었다. 권위와 지혜를 대변하는 왕검과 두루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솔로몬은 왼손을 들어서 악한 어미의 주장을 편든다. 아기를 가리키는 오른손은 판결의 실행을 재촉한다. 신하들이 가져온 큰 칼을 휘하의 장교가 뽑아 들었다. 칼집을 빠져나오는 쇳소리가 판결 후의 정적을 가른다. 장교의 투구에도 그리폰이 앉아 있다. 성서는 판결의 순간을 손에 잡힐 듯이 실감나게 기록한다.

'그러자 산 아이의 어머니는 제 자식을 생각하여 가슴이 메어지는 듯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임금님. 산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시고 아이를 죽이지만은 마십시오'.그러나 다른 여자는 '어차피 내 아이도 네아이도 아니니 나누어 갖자.'고 하였다. 그러자 왕의 분부가 떨어졌다. '산 아이를 죽이지 말고 처음여자에게 내주어라. 그가 참어머니다.'

푸생의 그림에서 솔로몬은 두 번째 솔로몬은 두 번째 판결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 그림 왼쪽에 무릎 꿇은 착한 어미는 가슴을 헤치고 두 팔을 벌린다. 첫번째 판결의 부당성을항의하는 자세다. 맞은 편의 악한 어미는 그로테스크한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오른팔을 내뻗었다. 독살스레 내민 손가락이 장교의 손에 거꾸로 달려서 칼날을 기다리는 산 아기를 향했다. 죽은 아기를 끌어안고 거짓의 혀를 놀리는 악한 어미는 유다에게서 떨어져 나간 북왕국의 우의일까?
그렇다면 죽은 아이와 산 아이의 비유는 왕권의 적통이 남왕국에 있다는 정치적 선언일 것이다.

▶ 니콜라 푸생,<솔로몬의 재판>,1649년,101x150cm,루브르 미술관,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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