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2
한 아기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 포대기에 싸여 말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는 예루살렘을 온통 술렁이게 했다. 동방에서 별을 보고 찾아온 박사들이 헤롯왕 에게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영도자의 탄생을 알렸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1장의 기록이다.
'그때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 마침내 그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이를 보고 그들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그 집에 들어가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그림은 세로 규격이다. 별을 보고 길을 찾아온 박사들이 도착했다. 여러 날 밤길을 도와서 왔으나 피로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곳은 온기 없는 흙바닥이다. 무너진 폐허의 지붕 틈으로 파란 하늘이 빛난다. 성서에는 동방박사가 모두 몇명이나 왔는지 씌어 있지 않다. 예물이 셋이니 박사도 셋이라고 주장한 것은 오리게네스가 처음이다. 화가들은 교부의 말이 그럴듯 하다고 생각했다. 라벤나에 소재한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교회그림에서는 박사들의 이름이 카스파르, 발타사르,멜키오 였다고 밝힌다. 한편 이들이 바친 황금과유황과 몰약은 제각기 왕권과 신성과 구원을 의미한다고 전해진다. 황금은 빛나는 권력을, 유황은 성전의 향로를, 몰약은 병 고치는 의술을 제각기 가리킨다.
마태오는 박사들이 마리아와 아기를 찾아서 '집으로'들어갔다고 기록했지만, 화가는 폐허의 풍경을 그려 두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대리석 기둥이 성가족의 머리위에 솟아 있다. 대리석 원주는 훗날 예수가 묶여서 조롱받고 채찍질당하는 태형의 수난을 연상시킨다.
붉은 겉옷을 걸치고 서 있는 이는 요셉이다. 마리아의 약혼자로 보기에 너무 나이가 들었다. 늙은 오셉과 젊은 마리아를 '어울리지 않는 부부'의 도상 유형으로 재현하는 것은 종교미술의 오랜 관례이다.<예수탄생>장면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요셉은 대개 하얀 수염과 백발을 하고 한쪽 구석에 무기력하게 쪼그리고 앉아 있거나 맥없이 지팡이를 짚고 있게 마련이다. 성령 잉태의 기적에 신빙성을 더해 주기 위해서 화가들은 요셉을 늙고 무력한 모습으로 거세시키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쿨름바흐는 북구의 색 원근법으로 그림 구성을 짰다. 전경의 짙은 갈색이 원경의 푸른색으로 서서히 순화되는 동안, 보는 이는 저도 모르게 성서 역사화의 줄거리에 빠져든다. 화려한 복식을 걸치고 박차달린 신발을 신은 동방박사들은 여장도 풀기 전에 차례를 따져 경배를 올린다. 노란 옷을 입은 시종이 준비한 선물을 대령하고, 말탄 기수와 낙타를 부리는 일꾼들이 행렬의 긴 꼬리로 늘어섰다.
무전 벽돌 사이에 뿌리내린 들풀 하나에도 화가의 정갈한 솜씨가 담겨 있다. 쿨름바흐는 멀리 있는 산악과 숲의 풍경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항용 제단화를 빛내던 황금빛 휘장을 그림 배경에서 걷어내고 자신의 눈으로 관찰한 자연을 그렸다. 살아 숨쉬는 자연을 그림에 옮기는 화가의 애정어린 붓놀림이 잡힐 듯이 느껴진다.
밝게 빛나는 노란 해가 성가족의 머리를 비춘다. 해는 뒤에 떴는데, 대리석 기둥을 비추는 빛은 앞에서 비친다. 등장인물들의 그림자도 거꾸로 누워 있다. 화가는 성가족의 머리 위에 커다랗게 빛나는 해를 그리면서, 자연스런 광원의 의미를 넘어서는 고귀한 의미를 두었다.
▶ 한스 폰 쿨름바흐,<동방박사의 경배>, 1511년,153x110cm,달렘 미술관,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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