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98

궁수들은 떠났다. 죽었던 성자가 머리를 들었다. 시선도 들었따. 화살 맞은 몸을 일으킨 것은 두 번째 순교가 남았기 때문이다. 성자는 머리와 시선의 방향이 일치한다. 죽음처럼 무거운 어깨를 딛고 위로 젖힌 머리는 바로크 특유의 격정 형식이다. 그의 자세도 격정적이다.

임박한 죽음을 예비하는 고통의 원형, '엑셈플룸 돌로리스'가 화살을 맞고 서 있다. 루벤스는 순교 성자를 그리면서 둥근 기둥에 두 팔이 뒤로 묶여서 형리들의 채찍을 받는 '예수태형'의 낯익은 도상을 활용했다.

순교자의 몸에 박힌 화살 수가 크게 줄어든 대신, 알몸을 뒤트는 달콤한 관능미가 부각되었다.성자의 몸에 박힌 넉 대의 화살을 제거하면 고통의 흔적은 자취를 감춘다. 젊은순교 성자의 자세와 눈빛은 순교자의 피비린내보다 미소년의 거역할수 없는 살내음을 풍긴다. 부드러운 빛이 미끄러운 가슴과 허벅지를 쓸어내리고, 숱이 풍부한 머리카락은 치솟은 어깨를 애무한다. 미켈란젤로의 노예 조각을 나란히 세워 두면 잘 어울릴 것이다.

왼쪽 상부 바깥에서 완곡하게 안쪽을 향해서 비쳐드는 빛은 어두운 배경 풍경에서 인체의 젊은 풍경을 선택적으로 이탈시킨다. 화가가 겨냥한 표적을 전체적인 줄거리에서 떼어 내는 집중광의 효과는 회화의 평면 위에 부조적 실물감을 생산한다.

루벤스의 성자는 만테냐의 모범을 재인용한다. 다만 인체의 좌우 방향을 뒤집었다.폐허의 배경을 지우고 나무가 무성한 풍경으로 대치한 것도 루벤스의 감각이다. 보는 이의 시점이 낮게 깔린 것은 바로크 순교자의 특권이다. 화살이 담긴 전동과 활이 나무 그루터기에 기대어져 있다. 궁수들이 잊고 놓아 둔 것일까?

▶ 루벤스,<성 세바스티아누스>,1618년 무렵, 200x128cm,달렘 미술관, 베를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78 [성화읽기] 예수, 십자가에서 운명하다 2009-05-24 3802
377 [성화읽기] 예수의 체포와 심판 2009-05-24 3675
376 [성화읽기] 예수의 기적 2009-05-10 4031
375 [성화읽기] 유대인들의 반란 2009-05-03 4102
374 [성화읽기] 이스라엘의 흥망 2009-04-19 3826
373 [성화읽기] 모세와 출애굽 2009-04-12 4005
372 [성화읽기] 이스라엘 민족이 조상 2009-04-05 3734
371 [성화읽기] 루벤스와 브뤼겔의 성모자 2009-03-22 4132
» [성화읽기] 루벤스의 성 세바스티아누스 2009-03-15 4106
369 [찬송가 해설] 위에계신 나의친구(97장) 2009-03-15 3048
368 [성화읽기] 조르조네의 유다 2009-03-08 4115
367 [찬송가 해설] 서산으로 해질 때(63장) 2009-03-02 3209
366 [성화읽기] 볼프 후버의 이집트로 피신하는 성가족 2009-03-01 4103
365 [찬송가 해설] 하늘에 가득 찬 영광의 하나님(53장) 2009-02-26 3769
364 [성화읽기] 쿨름바흐의 동방박사의 경배 2009-02-22 4237
363 [찬송가 해설] 큰 영화로신 주(50장) 2009-02-18 2726
362 [성화읽기] 푸생의 솔로몬의 심판 2009-02-15 4343
361 [성화읽기] 세바스티아노 리치의 밧세바 2009-02-08 4222
360 [찬송가 해설] 속죄하신 구세주를(35장) 2009-02-08 3321
359 [성화읽기] 날디니의 밧세바 2009-02-01 3743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