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5
글로벌타임스 2008년 2월 1일 금요일 제2호는 나를 깨운 한 권의 책으로 '창세기의 족보'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연말 무렵 주변으로부터 우리나라 어떤 목사님이 쓴 책이 요즘 국내에서 뿐 아니라 미국 등 외국에서까지 입소문을 타고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책 이름이 '창세기의 족보' 라고 했습니다.
무슨 종말론이가 휴거 같은 신비주의 예언인가? 첨엔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 책 이야기를 여기저기에서 자주 듣게 됐습니다.
가만 있자..... 달콤한 문학작품 서적도 잘 팔리지 않는 터에 전문종교서적이 독서계를 휩쓴다?국내에선 혹 그럴 수 있다 쳐도 미국 독서계라면 세계 각국의 명저들이 다투어 선을 뵈는 도서 전시장인데, 한국 목회자가 쓴 책이 그런 미국 독서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니. 이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슬며시 흥미가 동했지요.
어떻든 도대체 그 목사님이 뭐라고 썻기에 '창세기의 족보'라는 책이 그토록 미국에서까지 쎈세이션을 일으킨다는 말인가?기독교 서적 전문 서점에 들러 그 책을 찾았지요. 책은 이미 오래 전에 절판됐고, 찾는 사람이 많아 5판인가를 또 인쇄 중일 거라고 하더군요. 그 책 출간된 지 겨우 두세 달쯤 되었을 텐데 벌써 5판을 또 찍는다?
그러던 차에 평소 존경하는 선배가 오랜만에 책 한 권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꼭 선물하고 싶은 책" 이라면 내민 책은 다름 아닌 '창세기의 족보' 바로 그 책이었습니다.저녁식사를 끝낸 후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어디 보자. 문장을 잘 썼나? 논리 서술은 흠 잡을 데 없나? 사람들을 혹 하게 만드는 비밀스런 유인술은 어디에 숨어 있나? 하는 평론가, 비평가의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자 우선 연세대학 민경배 교수의 서평이 눈에 들어왔다.
깐깐하기로 소문이 난 세계적인 석학 민경배 교수는 남의 책에 추천사나 서평 같은 것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지요. 그런데 이 세계적인 신학자는 이 책에서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을 역임한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목사의 역작인 이 '창세기의 족보'를 민 교수는 '성서신학 연구의 새 계시이자 새 지표' 이며 '역사신학의 대헌장'이라고 거침없는 찬사로 높이고 있었습니다. 평소의 민경배 교수 답지 않는 대단히 파격적인 서평이 아닐 수 없었지요.
책은 그리 두꼅지도 않고, 서술은 딱딱하거나 고답적이도 않았습니다. 쉽고 흥미진진하며 감격과 은혜로 수 놓아진 내용과 문장은 줄곧 읽는 사람을 사로잡았습니다. 책을 손에서 내려 놓을 수 없었지요. 밤을 꼬박 새워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저는 침대 아래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지요. 삽십여 년 전쯤이던가? 하나님을 처음 만나던 '거듭남'의 그 감격이 다시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저자 박윤식 목사는 이 책에서 창세기 족장들의 이름을 그 원어에세 해석하는데, 그것이 정확하게 그 족장들 시대의 역사적 상황과 흐름을 예언하고 대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해서 여러 족장들의 생애를 다 연결하여 거기서 구속사의 신비를 풀어나갑니다. 성서 속의 '옛날' 은 모든 구속사의 전 과정이요 하나님의 사랑과 눈물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이런 구도 설정은 그들 족장 이야기가 그들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오늘 우리들의 역사도 매일 그렇게 연결된다는 것을 보게 하고 있습니다. 성서를 나의 이야기로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믿음의 아비'인 창세기 족장들의 생애와 그 역사가 그러했듯이 오늘의 내 삶 또한 곧 하나님의 사랑과 구속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비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들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이르리로다(신명기32:7)'
실로 내 삶이 축복이요 은혜임을 확신하면서 절절한 감격에 온 몸을 떨었습니다.이 책은 창세기가 성서 전체의 서론이자 인류와 세계 구속사의 청사진이라며, 창세기만 깊이 잘 읽어도 성서 전체의 구속사의 비밀이 알려진다고 쓰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까지 무려 40여년에 걸쳐 기도의 무릎을 꿇고 또 꿇으면서 성경을 수백 번 읽고 또 읽으면서 성령의 조명을 통하여 받은 은혜를 정리해 왔다고 서문에서 쓰고 있습니다.이 책을 밤새워 읽고 난 그날 새벽 전 완전히 아웃당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역사 정신의 기독교적 조형'이라고 감히 이름붙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모든 사랑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정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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