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5
특별기획 신약 성지 답사①_2
선교의 땅, 터키를 가다
홍봉준 목사
예수님의 탄생과 공생애 사역의 장소인 이스라엘을 흔히 ‘성지’(Holy Land)라 한다면, 오늘날 터키와 그리스, 로마까지의 땅은 ‘선교의 땅’(Mission Land)라 명명할 수 있겠다. 금번 베리트신 학대학원에서 작년에 이어 2차 성지 답사를 하며, 이곳 터키-그리스-로마를 답사하는 코스로 정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 이후 그의 제자들에 의해 복음의 세계적 전파가 이루어진 경로를 따라가며 그들의 헌신과 선교의 정신을 배우고자 하는 데 있다. 이는 구속사 말씀의 세계적 전파라는 사명을 받은 오늘날 우리 평강 성도들에게 매우 유익하면서도 모델이 될 만한 믿음의 선배들의 행적이기도 하다.
9월 2일(금),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사도 바울의 복음 전도 사역의 중심인 골로새와 라오디게아, 그리고 에베소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두 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먼저 당도한 곳은 비시디아 안디옥 지역의 ‘파묵칼레’(Pamukkale)였다. 이곳 근처에는 사도 바울의 동역자인 에바브라의 복음 전도지 ‘골로새’, ‘라오디게아’ 등의 도시가 있다. 골로새는 현재 발굴 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푯말과 도시 터만 남아 있었다. 간단히 사진촬영만 하고, 주님께 차지도 덥지도 않다고 책망받았던 라오디게아로 출발하였다(계 3:14-22). 셀류쿠스 왕조의 안티오쿠스 2세에 의해 건설된 이 도시는, 자신의 부인의 이름을 따서 라오디게아라고 하였다. 이곳은 골로새와 16km, 뜨거운 석회 온천이 흐르는 파묵칼레(히에라볼리스)는 약 9km 떨어진 곳이다. 특히 사도 바울은 골로새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라오디게아에 있는 자들과 히에라볼리에 있는 자들’(골 4:13)을 언급한 바 있다. 라오디게아는 에베소에서 수리아(오늘날 터키 남동쪽에 위치한 안타키아)까지 연결되는 대로상에 위치해 있어서 기원전 133년 이후부터 교통의 중심지이자 상업도시로서 큰 번영을 누렸던 곳이다. 지형적으로는 맞은편 언덕인 히에라볼리스에서 뜨거운 유황 온천물이 약 9km 떨어진 이곳에 도착하면 식어져 미지근하였는데, 그곳 교인들의 신앙이 미지근한 물과 같아서 책망받았던 교회이기도 하다. 버스로 15분 정도 이동하여 히에라볼리스 언덕에 있는 원형극장(아래 그림)과 라오디게아 교회 터(아래 그림) 등을 둘러보고 잠시 노천 온천을 체험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쓸쓸히 기둥만 남은 라오디게아 교회 유적지. 오른쪽 하얗게 보이는 곳이 ‘목화의 성’으로 불리는 석회온천 지역 ‘파묵칼레(히에라볼리스)'
2세기 경 하드리안 황제에 의해 건립된 1만 5천명 수용가능한 히에라볼리스의 원형극장
9월 3일(토), 드디어 소아시아 지역에 당도하였다. 사도 요한 기념교회가 있었고, 적은 능력을 가지고도 주의 말씀을 지켰던 빌라델비아 교회(계 3:7-13) 터, 그리고 살았다 하는 이름은 있으나 실상은 죽은 자와 같다는 책망을 받은 사데 교회(계 3:1-6)의 씁쓸한 터전, 이어서 고대 로마의 5대 도시 중 하나였던 ‘에베소’를 방문하였다. 먼저 당도한 곳은 아야술룩(Ayasuluk) 언덕에 세워진 에베소 도시 터와 사도 요한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이곳 에베소 교회는 사도바울이 64년 네로 황제의 기독교 박해 때 체포되어 순교한 후, 디모데가 맡아서 목회하다가 ‘5월 아데미 축제’ 때 군중들에게 말씀을 선포하다 돌에 맞아 순교하자 에베소에 예수의 모친 마리아를 모시고 와 있던 사도 요한이 디모데를 이어서 목회를 한 곳이다. 사도 요한도 에베소에서 사역을 하다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 로마 군인들에게 연행되어 밧모섬에 유배되었다가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후,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측근에 의해 암살당한 후 밧모섬 유배에서 풀려나 에베소에 돌아와 ‘요한복음’을 기록하고 AD 100년경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에 요한의 시신은 아야술룩 언덕 위에 묻히고 4세기 경에 무덤이 있던 자리에 작은 요한 기념교회(왼쪽 위 사진)가 세워지게 된 것이다.
이어서 오늘날 ‘셀축’(Selcuk)으로 불리는 소아시아의 수도, 에베소 시가지를 방문했다. 지금은 약 3만 명 정도가 사는 소도시이지만, 로마 통치 시기에는 아시아 주의 수도로 번창하여 기원전 2~6세기경에 인구 20-30만 명이 사는 대도시로 성장하였다. 에베소 지역이 중요한 것은 사도 바울의 선교에서 큰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2차 전도 여행 때 에베소 회당에 들어가 유대인과 변론을 하였으며(행 18:19), 3차 전도 여행 때는 2년 동안이나 거하며 말씀을 전파한 곳이다(행 19:1-10). 이곳 고대 에베소 도시는 아데미 여신상이나 신전의 모형을 만들어 팔아온 은 세공인들이 조합을 형성하여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큰 이익을 얻었으며, 각종 미신종교의 영향으로 주술과 마술이 유행하여 파피루스에 기록한 부적을 파는 사업이 번창했던 도시였다. 그런데 사도바울이 2년 동안 말씀을 증거하자 은혜받은 마술사들이 당시 오만 드라크마나 되는 엄청난 양의 파피루스 두루마리 책을 불태웠으며(행 19:19), 우상을 만들어 파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은장색 더메드리오가 경건과 애국심을 가장해 소요를 일으키고 폭도들을 시켜 바울을 잡아 죽이려 한 곳이었다(행 19:17-41). 사도바울 자신은 스스로 “맹수와 싸웠다”(고전 15:32), “힘에 지날 정도로 심한 고난을 받아 살 소망이 끊어지고 마음에 사형선고를 받은 줄 알았다”(고후 1:8-9)고 표현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자기를 의뢰하지 않고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의 능력”(고후 1:9)만을 의지하며 말씀을 전파한 결과 에베소는 근방에 위치한 골로새와 히에라볼리뿐 아니라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일곱 교회 중 나머지 여섯 교회로 복음이 퍼져나가는 중심 거점교회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고대 에베소의 위용을 보여주는 2만 5천명 수용가능한 원형극장. 오른쪽 도로를 따라 가면 에게해와 만나게 된다.
하지만 에베소 교회는 극심한 박해와 이단 사상과의 싸움에서 하나님에 대한 첫사랑을 잃어버린 교회가 되었다(계 2:1-7). 그 결과 에베소 교회는 지진과 말리리아 병, 그리고 투르크인들의 칼날에 스러져 가는 가운데 교회의 촛대가 옮겨져, 지금은 그 흔적만이 당시 아픔을 간직한 채 하나님의 준엄한 말씀의 성취를 증거해 주고 있었다. 사도 요한은 ‘사랑의 사도’로서 이러한 에베소 교회를 향해 일평생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만을 전한 것이다(요일 4:7-8).
고대 에베소 도시를 관통하는 중심도로에서 에베소의 셀수스 도서관
9월 4일(주일), 오전 6시에 식당 옆의 세미나실에 모여 감동적인 주일 예배를 드리고 7시 30분에 ‘쿠사다시’(Kusadasi) 항에서 ‘사모’(Samos)섬행 배에 승선하였다. 원래 답사 일정에 있었던 두아디라, 버가모, 서머나 교회 지역은 밧모섬을 운항하는 배가 고장이 나서 불가피하게 취소하고, 사도 바울이 3차 전도 여행 시 밀레도에 가기 전에 들렀던 ‘사모’ 섬(행 20:15)으로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그곳에서 다시 정기 여객선을 타고 ‘밧모섬’으로 이동하였다. 터키에서의 여행은 육지를 떠나면서 작별을 고하고, 사모섬과 밧모섬 등은 그리스 영토로서, 이제 사도 요한이 기도하는 가운데 계시를 받은 응답의 섬, 밧모를 향해 3시간이 넘는 뱃길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비행기와 버스, 뱃길을 이용하여 다니면서도 장거리 여행에 피곤하고 지친 심신을 돌아보며, 2천년 전 당시 사도 바울의 열정과 선교적 헌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출처 : 참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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