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54
  • RSS
31.gif


깊은 주름 가득한 얼굴에, 험악한 검은색 백골(白骨) 모자. 영 어색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곤 하는 게 조화와 부조화를 오간다. 구순(九旬)의 나이에 독(獨)사진이면, 필경은 영정(影幀)을 떠올리기 마련. 허나 숱한 사선(死線)을 넘어온 역전의 용사들에게는 다를 수 있다. 동년배가 겪었을 비애와 세월의 무게 이상의 무언가가 황혼의 기운을 압도한다. 헌신에 대한 자부심일까. 담담하면서도 읽어내기 어려운 복잡한 인상에 일단의 의지가 엿보인다. 마음 깊은 곳 자리한 의무감은 사라지지 않은 듯, 백골과 어울려 불사(不死)의 강인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사진은 아름다운 표정을 찾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에 담긴 역사를 좇은 듯하다.
18연대 용사들의 등 뒤로는 바로 북녘땅이다. 지척에 금강산(金剛山) 자락이 보이고 구선봉 또는 낙타봉이라 불리는 봉우리가 선명하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배경으로 알려진 ‘감호’와 삼일포의 해금강(海金剛)이 눈에 들어온다. 풍광은 수려하나, 현실은 냉엄하다. 멀리 국지봉에는 북한군 레이더 기지가 있고, 단단한 바위 곳곳을 파고 들어간 북한군 초소들이 즐비하다. “되찾아야 할 땅을 배경으로 삼았다”고 사진작가 현효제(라미 현) 씨는 말했다.

32.gif


38선 이북에 위치한 이 땅을 처음 되찾은 건 바로 18연대 용사들이었다. 71년 전 낙동강 전선을 지켜내고 북상했던 국군은 38선에서 며칠을 멈춰서 있었다. 전쟁 이전의 분계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유엔군 사령부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진격 명령을 내렸고, 1950년 10월 1일 양양에서 38선을 최초로 돌파했던 게 3사단 18연대였다. 그러나 그해 겨울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의 후퇴를 거듭하던 국군은 다시 이 땅을 빼앗겼다.

그곳을 기어이 재탈환한 것도 그들이었다. 개국 이래 최악의 전투였다는 1951년 5월 ‘현리전투’에서 희생을 최소화하고 현장을 빠져나온 18연대는 빠르게 한계령에 잠입해 오색천 주변에 진 치고 또 다른 기습을 노리던 6만 중공군에 치욕의 패배를 안긴다. 이어 곧바로 양양을 거쳐 김일성의 별장이 있었던 화진포로 진격해 오늘날의 동부 해안 전선을 만들었다. 18연대는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아오겠다고 수색부대를 중심으로 고성, 원산, 내금강 일대까지 진출하며 위험한 작전을 펼쳤으나 휴전협정이 진행되며 지금의 휴전선으로 물러나야 했다. 그 현장마다에 ‘군인 박윤식’이 있었고, 그는 금강산 주변 작전 중 대퇴부 관통상을 입고 사흘을 버틴 끝에 구조돼 후송됐고 이후 군을 떠나 목회에 헌신했다(2010년 10월호 참조). 소천 몇 해 전 ‘그때 그 길’을 다시 찾은 박윤식 원로목사는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북녘 땅을 한참을 바라보기만 했다고 당시 동행했던 이들은 전했다.

금강산을 뒤로 그 자리에 서기에, 이보다 합당한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까. 그 젊은 날 “백골(白骨)이 되어서라도”를 외치고, 되뇌며 숱한 생사의 전장을 함께 했던 그 많던 백골부대 용사들이 70년 세월이 흘러 여남은 이만 남아 그곳에 섰다. 마침 눈부시도록 맑고 푸른 그곳 하늘과 바다가 검은 모자의 백골(白骨)과 비장하게 대비된다. 그 모든 것을 담은 구순 용사들의 표정들은, 그래서 뭐라 형언할 길이 없다.
용사들은 「오색 여호와이레 수양관」을 들러 지난해처럼 기념예배를 드렸고 이어 메달 수여식과 사진 전달식 등이 이어졌다. 권영해 전 국방장관은 이번 행사에 백골부대 용사 가운데 행사에 새로 참가한 9명에 메달을 수여 했는데, 애초 그에게는 4개의 메달뿐이었다고 한다. 휴전선 철조망을 녹여 만든 귀한 메달로, 신규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인지라 고민 끝에 문득 수년 전 터키 6·25 참전 용사들에게 전달하려다 코로나 19 때문에 남겨둔 메달이 떠올랐고, 관계자를 통해 딱 5개 남은 메달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병상에 누워 연락 두절 상태에 있던 이 관계자는 연결됐을 때가 막 회복한 직후였다고 한다. 권 전 장관은 “이 행사를 하나님의 준비하셨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금방울자매 특송, 가수 루비의 무대 등 여흥도 뒤따랐고, 용사들은 “귀하고 정성스러운 음식에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간다”고 감사했다. 구순의 용사들이 ‘그때 그 길’을 다시 갈 수 있었던 데에는 관할 ◦군단과 ◦◦사단 관계자들의 큰 배려와 도움이 있었다.

33.gif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6·25 참전 용사들의 사진을 찍어 전달하는 「프로젝트 솔져」로 이미 유명해진 라미 현 작가는 “교회에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크게 감명받았다”고 했다. 부산에서 전시회를 준비하던 그는 행사를 위해 왕복 12시간이 넘는 운전에, 온종일 사진 작업, 휴게소에서의 쪽잠까지 당일 만 24시간을 강행군했다. “사진은, 액자로 전달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는 라미 작가는 한 분 한 분 독사진 액자를 직접 전달했다.
‘헌신에 대한 헌정’이었고, 자부심에 대한 기록의 현장이었다.

참평안(취재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54

제12회 성경 구속사 세미나 file

제12회 성경 구속사 세미나 2023. 10. 28.(토) 오후 2:00 | 평강제일교회 유튜브 채널 생중계 2023년 10월 28일, 제12회 성경 구속사 세미나가 평강제일교회 모리아성전 및 유튜브 공식채널을 통하여 생중계되었습니다. ...

 
2023-10-28 889
1253

2023' 목회자 구속사 하계대성회 file

2023년 8월 14일, 2023' 목회자 구속사 하계대성회가 '아브라함의 구속 경륜을 깨닫고 아브라함의 복을 누리는 성도가 되자, 창 12:1-4, 롬 4:16-24, 갈 3:7-9'라는 주제 아래 평강제일교회 및 PCN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하여 생중계 되었습니다. ...

 
2023-08-14 839
1252

8/3 목, 2023' 하계대성회 넷째 날 file

2023/08/03 목, 대성회 넷째 날 새벽예배 03 8월 3일 목요일 하계 대성회 마지막 날, 변제준 목사의 '구속 은총을 입은 다윗_마 1:6, 왕상 15:5'라는 말씀으로 새벽예배가 드려졌습니다. 구속사 강의 09 | 이천국 ...

 
2023-08-03 783
1251

8/2 수, 2023' 하계대성회 셋째 날 file

2023/08/02 수, 셋째 날 새벽예배 02 8월 2일 수요일, 새벽예배를 통하여 천안 시온축복된교회 담임 강용욱 목사의 '지금은 어떤 때인가?_전 3:1-11'라는 말씀으로 셋째 날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구속사 강...

 
2023-08-02 782
1250

8/1 화, 2023' 하계대성회 둘째 날 file

2023/08/01 화, 둘째 날 새벽예배 01 8월 1일 화요일, 새벽예배를 시작으로 2023년도 하계대성회 둘째 날 막이 올랐습니다. 청주 샘물교회 담임 성여호수아 목사는 ‘부르짖으라 응답하리...

 
2023-08-01 625
1249

7/31 월, 2023' 하계대성회 첫째 날 file

2023/07/31 월, 첫째 날 7월 31일 저녁,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2023년도 하계 대성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역사상 유래 없는 살인적인 무더위에 온 지구촌이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해외의 평강 성도들과 전국 각처의 말씀 식...

 
2023-07-31 592
1248

말씀으로 개혁된 사순절 믿음으로 맞이한 부활절 file

말씀으로 개혁된 사순절 믿음으로 맞이한 부활절 고난주간 말씀여행 2023년 평강 성도들은 아주 특별한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보냈습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말씀의 은혜 속에 마음껏 헤엄치는 시간이었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첩첩이 쌓여왔던 죄악이 일소되...

 
2023-05-26 477
1247

11년 만에 열린 천국 잔치_ 사무엘 교회학교 어린이 꽃 잔치 file

11년 만에 열린 천국 잔치 사무엘 교회학교 어린이 꽃 잔치 평강의 어린이들이 학수고대하던 어린이날이 다가왔다. 세찬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 가운데서도 교사들과 교직원, 성도들의 똘똘 뭉친 기도와 담대한 준비로 어린이 꽃 잔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

 
2023-05-26 496
1246

'2023 고등부 한소리 동계 수련회 file

2023년도 고등부 한소리 동계 수련회가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아브라함이 걸어간 믿음의 길을 따라 구속사 완성에 힘쓰는 한소리(창 18:18-19, 26:5, 갈 3:7-9, 골 1:25, 딛 2:14)’라는 주제로 주문진 해변교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29...

 
2023-02-06 1037
1245

2022 구속사 말씀 승리의 날 file

2022 구속사 말씀 승리의 날 2022년 12월 17일.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에도 성도들은 이른 아침부터 여주 평강제일연수원에 속속 몰려들었다. <2022 구속사 말씀 승리의 날 및 구속사 시리즈 제7권 영문판과 에스겔 성전 화첩 발간 감사예...

 
2023-01-01 856
1244

휘선 설교집 제4권 「아브라함을 택하신 목적」 출간 임박 늦은 비의 역사를 기다리며 file

휘선 설교집 제4권 「아브라함을 택하신 목적」 출간 임박 늦은 비의 역사를 기다리며 이번 10월 12일 박아브라함 원로목사님 설교집 출간 행사를 앞두고 참평안지를 통해 소개하게 되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우리 푸른동산교회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올랜도...

 
2022-10-11 743
1243

2022 평강제일교회 여름성경학교 file

지난 7월 한 달간 평강동산에서는 유치부 어린이들과 사무엘 교회학교 친구들의 2022학년도 여름성경학교가 개최되어 은혜 가운데 치러졌습니다. 특히나 이번 성경학교는 평강의 아이들 모두가 성전으로 달려 나와 함께 어울리고 웃고 떠들며 ...

 
2022-08-12 841
1242

청년부 연합 지리산 구국 기도회 file

⠀ 지난 5월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청년 1,2부 연합 지리산 구국 기도회가 진행되었습니다. 특별히 이번 기도회는 코로나19로 인하여 기도회의 발길이 끊어진 지 약 5년 만에 드려진 청년 연합 산상 기도회였습니다. 27일 오후 9시, 휘선 박윤식 원로...

 
2022-06-13 857
1241

회개와 갱신의 특별한 은혜가 쏟아진 2022년 고난주간 file

2022년 고난주간 특별 성회가 4월 11일(월)부터 15일(금)까지 저녁 7시 모리아 성전에서 열렸다. 같은 기간, 새벽예배도 매일 오전 5시 모리아 성전에서 드려졌다. 예수님의 심정을 깊이 헤아리고, 고난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기를 원하는 평강 성도들이 매...

 
2022-05-11 717
1240

2022 헵시바 동계수련회 file

지난 2월 11일부터 12일까지 여호수아, 야베스 성전에서 ‘구속사 완성을 위한 아낌없는 헌신으로 성별된 족보에 기록된 자들(스 6:13-15, 느 6:15-16, 빌 4:3)’라는 주제로 청년1부 헵시바 선교회 동계수련회가 진행되었습니다. ...

 
2022-02-20 939
1239

2021년 12월 17일 구속사말씀 승리의 날_휘선 박윤식 목사 천국 입성 7주년 file

휘선 박윤식 목사 천국 입성 7주년 2021년 12월 23일 나날이 흥왕하는 구속사, 중단은 없다. 휘선 박윤식 목사 천국 입성 7주년 2013년 12월 17일. 당시 국내 최대이자 유일의 기독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휘선(暉宣) 박윤식 목사와 ...

 
2021-12-25 1087
1238

드보라 성가대 42년을 기억하다. file

드보라 성가대 42년을 기억하다. 지난 11월 4일, 그동안 묵묵히 교회를 위해 헌신한 드보라 성가대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말씀 전파를 위해 고락을 같이 한 역대 드보라 성가대 지휘자와 총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드...

 
2021-11-25 990
»

그때 그 길을 가다 – 38선 돌파 양양 수복 71주년 기념예배 file

깊은 주름 가득한 얼굴에, 험악한 검은색 백골(白骨) 모자. 영 어색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곤 하는 게 조화와 부조화를 오간다. 구순(九旬)의 나이에 독(獨)사진이면, 필경은 영정(影幀)을 떠올리기 마련. 허나 숱한 사선(死線)을 넘어온 역전의 용사들에...

 
2021-11-01 712
1236

끝까지 견뎌라. 끝까지 인내하라_2021 하계대성회 르포 file

끝까지 견뎌라. 끝까지 인내하라 2021 하계대성회 르포 2021 하계대성회가 ‘끝까지 견디고 인내하는 믿음으로 구속사 말씀운동의 승리자가 되자!’ (마 24:13, 약 5:10, 계 17:14)라는 주제로 8월 1일(주일)부터 4일(수)까지 열렸다. 1일 오후 개회예배를 시...

 
2021-08-06 762
1235

100만 시청자 울릴 구속사 드라마_ 글로벌 구속사 온라인 세미나 취재 후기 file

100만 시청자 울릴 구속사 드라마 글로벌 구속사 온라인 세미나 취재 후기 인도네시아 YDSU(구속사재단)와 한국의 구속사운동센터, 호라 선교회가 주최한 글로벌 구속사 온라인 세미나(webinar)가 5월 22-27일 열렸다. 6일간 12강(講)의 강의가 진행된 역대 최...

 
2021-07-01 772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