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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는 십자가의 교훈을 이렇게 읽었다.

'그리스도가 살았던 시대에 십자가는 도적과 강도의 형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십자가 황제의 왕관 이마를 장식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수치의 십자가조자 이토록 영광스럽게 하시니, 당신을 섬기는 하인에게야 얼마나 큰 영광을 가져다 주실지 더 말해 무엇하랴.'

검은 구름이 하늘과 땅을 덮었다. '낮 열두 시부터 온 땅이 어둠에 덮여 오후 세시까지 계속되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마리아와 요한이 왼편과 오른편에 섰고, 머리를 풀어헤친 막달레나는 십자가 뿌리를 끌어안고 무릎을 꿇었다.

십자가 아래에 해골이 뒹군다. 아담의 해골이다. 이로써 십자가는 원죄의 구속을 풀고 죽음을 눌러 이기는 승리의 도상이 되었다. 부르카르트는 레니의 그림을 두고 '검은 구름의 고독한 십자가' 유형이라고 이름붙였다. 애도하는 무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격정에도 불구하고 고전적 품격을 잃지 않았다.

예수의 인체는 강고하고 결연하다. 그런 자세는 고통의 예수보다 승리의 예수에 잘 어울린다. 옆구리 창상도 완곡하게 처리되었다. 창상은 사실 예수의 죽음을 확인하는 절차에 속하지만 예수는 여전히 살아 있다.

화가는 아가서의 '나는 잠들었어도 정신은 말짱한데'라는 구절을 기억했을 것이다. 피지올로구스는 예수를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이는 주님의 육신이 십자가에서 잠들었어도 그의 신성은 깨어 있어서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아 계시기 때문입니다'

▶ 귀도 레니,<십자가 책형>, 1619년, 397x266cm,국립미술관, 볼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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