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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7.28
내 연기의 힘은
신앙에서 나온다
‘대세 배우’ 최영준
최영준은 방송가의 대세 배우다. 메가 히트 드라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빈센조’에 잇따라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장안의 화제였던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혼전 임신을 한 고등학생 딸을 둔 아빠 ‘호식’으로 열연하면서 바야흐로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현재 ‘왜 오수재인가’(SBS)에 출연 중이고, 후속작들이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주일 2부 예배에서 봉헌 찬양을 드리면서 많은 성도는 그가 평강제일교회 성도임을 알게 됐다. 6월 26일 주일 2부 예배 후 에담 식당에서 그를 만나 하나님이 함께하신 신앙 여정을 들었다. “요즘 이런 적이 없었는데”라며 그는 여러 번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도 가야 한다.”
친구의 전도로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김용문 권사)에게도 권유해 함께 집 근처의 교회에 다녔다. 어느 날 어머니가 지인(남타향 권사)의 권유로 평강제일교회의 성경 공부에 참석한 뒤 “순식간에 흡수되셨다.” 말씀이 너무 좋다고 하셨다. 어머니에게는 배움에 대한 갈구, 성경 말씀에 대한 갈구가 있었다. 처음에 다니던 교회는 성경을 공부하는 시스템이 잘 돼 있지는 않았다. 평강제일교회에서 성경을 정확히 가르쳐 주는 것, 노트에 필기하면서 공부하는 것에 어머니는 큰 매력을 느끼셨던 것 같다. 다니던 교회에 의리가 있지, 어떻게 한 번에 교회를 옮기냐고 말씀드려도 어머니는 “아니다. 가야 한다.”고 단호하셨다. 어머니가 평강제일교회로 옮기신 뒤 내가 따라오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5년 동안 내 신앙도 기복이 있었다. 원래 다니던 교회에 다니기도 했고, 신앙의 공백기도 있었다. 집에서 오류동까지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어머니를 차로 모셔다 드리느라 차츰 평강제일교회에 오게 됐고, 온 김에 예배를 드리다가 교회에 정착하게 됐다. 그때가 2005년이다.
원로목사님(휘선 박윤식 목사)에 대한 인상이 강렬했다. 강권(强勸)하시지만 억지는 부리지 않으시는 분이었다. 참 특이한 어르신이라 생각하며 느낌이 좋았다. 목사님과 성도가 친밀해져야 설교가 잘 들리는데, 원로목사님 설교에는 금방 적응이 됐다. 그루터기선교회(청년2부)에 소속돼 토요일에도 예배를 드렸고, 여주 연수원(평강제일연수원) 공사를 할 때라 작업도 하러 갔다. 온종일 계곡에 돌을 날랐던 기억이 난다. 요셉선교회(장년부)에 소속됐던 2016-2017년에는 신앙의 동역자들도 많이 만났다. 교구별로 돌아오는 마르다 식당 봉사도 여러 번 했다. 중간중간 공백도 있었지만 알고 보면 교회 여기저기에 많이 다녔다.(웃음)
배우 인생
연예계에 첫발을 들인 건 가수로서였다. 2002년 이정, 하동균 등과 그룹 ‘7Dayz’로 데뷔했다.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고, 어느 순간 ‘나는 좋은 음악가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5분 동안 펑펑 울었다. 그리고 음악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가수의 길에 미련이 전혀 없지만, 아직도 어머니는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좋아하신다. 가수의 길을 포기한 뒤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중학생 때 드라마 ‘서울의 달’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연기를 해볼까 하고 영화사를 쫓아다녀 봤지만, 기회가 없었고, 그러다 우연히 뮤지컬을 하게 됐다. 노래는 해 온 것이니 연기는 가서 배우면 되겠지 생각했다. 뮤지컬을 하다가 연극도 하게 됐다. 연극배우로 생계를 잇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내 직업에 대한 의식만은 매우 강했다. ‘굶으면 굶었지’ 하는 고집, ‘다른 일은 안 한다’는 자존심이 있었다. 오랜 세월을 버틴 뒤 2019년부터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고, 그 뒤로는 빠른 속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는 배우가 됐다. ‘우리들의 블루스’ 이후에는 정말 많은 대본이 쏟아져 들어온다. 주연을 맡은 작품도 있다. 요즘은 길거리를 다니면 알아보시고 “아유, 딸내미(극중에서 혼전 임신한 영주)는 어떻게 할 거야?” 하며 걱정해 주시는 분도 많다.(웃음)
신앙과 연기
가수를 그만두고 진로가 불투명했던 스물여섯 살. 그때가 가장 많은 기도를 드린 때였다. 1년 8개월 동안 새벽예배에 빠진 적이 없었다. 따로 할 일도 없으니 제일 많이 한 일이 성경 읽기와 기도였다. 지적 허영심도 있어서 새 번역 성경과 개역 개정 성경을 같이 펴놓고 읽었다. 그 시절에만 신구약을 서너 번은 통독했다. 교회 다닐 돈과 월세 낼 돈만 벌면서 성경 읽고 기도했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살 때는 한 번도 밥을 굶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사람 따라다닐 때는 밥 굶는 일이 많았다. 나는 후배들에게 늘 말한다. “사람 따라다니지 마라. 사람에게 의지하지 마라.” 신앙적으로 목표가 생긴 뒤에는 사람 따라다니는 자리에 가지 않았다.
‘누구누구와 함께 있으니, 와서 술이라도 한 잔 받고 인사라도 하라’는 자리가 많다. 그렇게 해서 발을 넓히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발이 넓어지지 않더라. 불안하니까 그런 자리에 의지하게 되는 것뿐이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때 깨달았다. ‘이런 게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그때부터 아무것도 부러워하지 않고, 아무것도 시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준 힘이 신앙이었다. 신앙의 힘을 갖고 나니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리에 안 갈 수 있게 됐다. 나는 평범한 배우다. 나 정도 연기하는 배우는 대학로에 너무나 많다. 내 재주로는 이 자리까지 올 수가 없다는 걸 내가 너무나 잘 안다. 하나님의 역사가 아니면 내가 이런 시절을 맞게 됐다는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분명히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확신한다.
후배들에게
요즘 들어 후배들이 마음에 많이 밟힌다. 우리 교회의 청년들, 그리고 후배 배우들에게도 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세상은 신앙인에게도 ‘신앙’과 ‘세상’을 타협하는 삶을 권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양다리 걸치지 말아라.”
후배들이 세상적인 마음을 가지고 뭔가를 하려고 한다면, “그렇게 안 해도 할 수 있다”고, 아니, “그렇게 안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우리 교회의 젊은 청년들, 그 신앙이 너무 아깝지 않나. 나보다 훨씬 믿음이 좋은 친구들인데 그걸 써먹지 못해서는 안 된다. 그 신앙을 활용하고, 발판으로 삼아라. 신앙생활만 잘하면 세상에서도 반드시 성공한다. 용기를 내라.
내가 배우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하나님께 기도해 온 것이 두 가지다. 첫째는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배운 적이 없고 남들만큼 못할 테니 자리 잡기까지 시일을 좀 당겨달라는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 정확하게 응답받았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이것이 하나님의 증거 아니고 무엇이겠나.
내 인생의 목표는
나는 송곳 같은 사람이었다. 성격이 세고 주관이 강했다. 싸울 일에도 싸우고, 안 싸울 일에도 싸웠다. 내가 최고인 줄 알았다. 내가 어려서 성공했다면 이미 죽었거나, 교만하고 남을 무시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나를 사람답게 살게 만들어 주신 것이다. 신앙인으로서 내 목표는 온유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온유’라는 단어가 ‘말’과 관련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거칠고 사납지만, 주인에게만은 복종하는 야생마에 대한 단어라는 얘기였다. 나도 신앙을 가진 뒤로는 잘 흔들리지 않게 됐다. 연극배우는 마음을 다 써야만 배역을 잘 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마음이 흔들리는 때, 흔들리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분명한 신앙의 중심이 있으니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는 ‘본인 일 똑바로 안 하면서 떠드는 사람’에게 외에는 화를 낸 적이 없다. 화가 나는데 참는 게 아니라, 화가 나지 않는다. 신앙을 통해 ‘남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나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후배 배우들에게도 늘 “배우는 종교가 필요하고, 교회가 꼭 필요하다”고 말해 준다.
평강제일교회 성도 최영준
평강제일교회의 매력은 성도들을 쉬지 않게 하시는 것이다.(웃음) 이렇게 훈련되지 않으면 세상에서 살아갈 때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평강제일교회에 다니면 끊임없이 말씀이 내 속에 들어와 중심을 잡아 주신다. 치우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깨어 있도록 해 주시는 것 같다. 원로목사님이 쓰신 구속사 시리즈는 다 읽진 못했지만 제1-4권을 통독했고, 지금도 조금씩 계속 읽고 있다. 주일 아침 구속사 강의에도 참석했다. 좋았다. 구속사는 한마디로 하나님이 ‘하나님이 한번 붙잡으시면 끝이 날 때까지 끝을 내시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나에게 뭔가 기대하시는 것이 있어서 여기까지 이끌고 계심을 느낀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그것이 사회적인 기여의 형태가 될 것인지, 다른 어떤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항상 마음에 걸쳐놓고 있다. 지난 5월 주일 2부 예배에서 특송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사실 고민을 했다. ‘내가 보일까 봐’ 그랬다. 그 자리는 성가대원들과 샤론 찬양선교단이 기도하면서 지키는 자리인데 내가 뭐랍시고 거기 설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목사님께 꼭 해야 한다면 청년들과 함께 설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우리 모두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는 모두 아무것도 아닌, 똑같은 존재다. 교회에서도 평범하고 모나지 않은 존재로 충성하는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 그리고 반갑게 맞아 주신 성도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다.
인터뷰_호준석 기자
사진_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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