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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5

이 위대한 걸작이 공개되자 찬사와 공격이 동시에 쏟아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가의 엄청난 능력과 그림의 아름다움에 감탄했지만, 소수의 권위적인 이들은 이 그림의 몇 가지 부분에 대해 부당성을 주장하였다.
우선, 교황의 신성한 성당에 나체를, 그것도 성녀와 성인들의 모습을 나체로 그렸다는 점이 가장 논란이 되었다. 이 외에 예수의 얼굴에 수염이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당시의 그림들을 보면 예수는 보통 수염이 있는 모습이었다.2)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이 같은 전통적 도상을 과감히 벗어 버렸다.


심판을 하기 위해 한 손을 치켜든 그의 육체는 운동선수를 연상케 한다. 이처럼 건장하고 아름다운 예수의 얼굴에 수염을 달았다면 어색해 보였을 것이다.

예수 옆에 다소곳이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마리아는 미켈란젤로의 신학사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주지하듯이 카톨릭에서 마리아는 중재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마리아는 최후심판의 날, 인간의 죄를 위해 예수께 빌어주는 중재자이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그녀는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모습이 아닌 아래에 있는 무리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습작에서 마리아가 예수를 향해 적극적으로 간구하는 모습으로 그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중재자로서의 마리아의 역할을 약화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미켈란젤로가 프로테스탄트의 영향을 받은 증거로 주장하기도 한다.




프로테스탄트 사상이 엿보이는 또 다른 장면은 예수 아래에 있는 나팔 부는 천사들이다. 그들 중 두 천사는 심판 받을 영혼의 이름이 적힌 운명의 책을 들고 있다.
천국행 명단이 적힌 책은 작고 얇은 반면, 지옥행 명단이 적힌 책은 크고 두껍다. 이는 천국이나 지옥에 갈 인간의 운명이 미리 예정되어 있다는 프로테스탄트의 예정설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것은 당시 카톨릭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개혁적인 요소를 지지하던 미켈란젤로의 종교관이 잘 나타나 있다.
이 그림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표적이 된 것은 날개 없는 천사들이었다.3)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그림에 날개 없는 천사, 즉 인간 모습의 천사를 그린 것이다. 이는 르네상스 특유의 해석이라 할 수 있으며, 이전의 도상을 관습적으로 따라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창조의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
이 그림이 완성되기 전에 “비아지오 체세나”라는 추기경이 이 그림의 작업현장을 방문하고는 발가벗은 인간들을 신성한 예배당에 그려놓은 것이 온당치 못하다고 교황에게 고했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그 추기경을 지옥의 사자(使者) 미노스로 그려 놓음으로써 지옥에서 영원히 저주받는 형상으로 전락시켜버린 에피소드도 있다.

그림이 완성된 후, 반종교개혁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도 점점 더 공격을 받게 되었다. 과격한 이들은 그림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들의 의견이 다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교황입장에서 부분이라도 가려야한다는 주장까지 물리칠 수는 없었다. 바오로 3세의 후임인 교황 바오로 4세는 이 그림의 나체들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미켈란젤로는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1564년 이 그림은 외설적이고 성서를 왜곡했다는 죄명(?)아래 ‘수정’이라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같은 해에 작가가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고 본격적인 수정작업은 교황 피오 4세와 피오 5세의 재위 기간에 진행되었기에 미켈란젤로가 직접 이 수모를 당하지는 않았다. 수정작업을 맡은 이는 미켈란젤로의 애제자 다니엘레 다 볼테라(Daniele da Volterra)였다. 우선적으로 수정된 부분은 성 비아지오와 성녀 카타리나이다.
원래는 나체의 카타리나가 서 있고 바로 뒤에서 성 비아지오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너무 선정적이라하여 카타리나에게는 옷을 덧그리고 성 비아지오는 예수 쪽을 바라보게 하였다. 이 수정작업으로 인해 대부분의 성기부분은 옷으로 가려졌고 수정은 18세기까지 계속되어 현재 상태의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미켈란젤로가 재산관리와 계산에 철두철미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 베드로 성당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일절 보수를 받지 않았다. 그는 물질적인 이유로 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은 전통적 형식을 초월하여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경지를 보여준다.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를, 성서와 문학 사이를, 그리고 전통과 혁신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예술가의 진면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4)


윤 경 희 (독립 큐레이터) 
 

1) 지옥행 영혼들이 천국으로 올라가려고 하자 천사들이 필사적으로 다리를 끌어내리고 주먹 세례를 퍼붓고 있어 천국행 영혼들을 위에서 당겨주고 아래서 밀어주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2) 예수의 형상이 처음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의 화가들은 예수를 그리스 신화의 젊고 아름다운 아폴론의 모습으로 그리곤 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자리를 잡아가던 6세기경부터 예수의 형상은 수염을 기른 근엄한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교회를 상징하는 그리스도의 도상(圖像)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권위 있는 모습으로 변형된 것이다.

3) 날개 달린 천사의 형상의 유래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이다. 미술가들이 에로스를 천사로 둔갑시켜 그리기 시작했고 그 이미지가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4) 고종희,『명화로 읽는 성서』, pp.205-221 ; 로자 마리아 레츠, 저, 김창규 역, 『르네상스의 미술』, pp.106-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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