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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러의 그림에는 요셉이 보이지 않는다. 동방박사들의 경배 장면에서 아기예수의 아버지가 빠지는 일이 종종 있다. 마태오도 동방박사들의 경배 장면에서 요셉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마리아의 뒤쪽으로 외양간이 놓였다. 뉘른베르크의 화가는 쇠락한 다윗 궁성의 폐허 한구석에 소박한 외양간을 지었다. 털이 누런 황소와 잿빛 나귀가 목을 빼고 멀리서 온 손님들을 바라본다.

지금은 외양간으로 사용되지만 이곳은 옛적 다윗 왕의 영화를 자랑하던 궁성이다. 다윗의 계보를 이은 아기 예수가 다윗 왕의 궁전 터를 빌려서 태어났다는 전설을 화가들은 당연하다고 보았다. 다윗 왕의 시대가 율법의 낡은 벽돌로 지은 성전이라면, 예수의 탄생과 더불어 구약의 성전은 허물어진다. 신약 시대의 성전은 사랑과 믿음과 소망의 가치로 지어질 것이다.

누가2장에서 아기예수가 누운 외양간을 찾은 것은 목자들이었다. 베들레헴 근방에서 밤을 새우며 양떼를 돌보다가 주님의 천사가 전하는 전갈을 듣고 서둘러 말구유를 찾았던 목자들이 여기서는 동방박사 일행으로 바뀌었다. 사실 목자들의 경배가 밤에 이루어지고 동방박사들은 낮에 아기 예수를 찾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두가지 경배 장면을 구분할 변별성 있는 특징이 없다.

뒤러는 경배 장면에 한 걸을 더 다가갔다. 갈짓자를 그리며 굽이치는 행렬을 그렸던 쿨름바흐와 다르게 전경과 원경의 사건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다. 왼쪽에 앉은 마리아에게 박사들이 다가온다. 그림전경에 들꽃이 피어 있다. 꽃잎을 찾아서 날아든 나비를 세비야의 이시도루스가 보았더라면 부활의 상징으로 읽었을 것이다.

원근법의 실행은 아직 어색하다.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박사 셋이 모자를 벗어 들었다. 이들이 왕의 차림새를 걸치고 인생의 세 단계를 상징하게 된 것은 초기 중세 동방 교회의 전통이다. 유럽을 상징하는 나이 든 카스파르가 황금을 바치고, 아시아의 젊은 왕 멜키오르와 아프리카의 발타사르가 제 순서를 기다린다. 청년과 장년과 노년의 세 단계에다 그 당시 유럽이 알고 있던 세 대륙의 우의적 의미를 보태어 백인, 황인,흑인으로 인종을 세분한 것은 12세기 스페인 채식 필사본에서 가장 이른 사례를 볼 수 있다. 왕 중 왕 예수에게 이 세상 모든 대륙의 전인류가 영영 세세토록 경배해야 한다는 뜻이다. 뒤러는 그림 한복판에 서 있는 푸른 옷의 멜키오르에게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 두었다. 붓의 힘으로 성서의 기록을 되살리는 위대한 순간에 화가가 그림 속에 뛰어들어서 기적의 증인이 되었다.

▶ 알브레히트 뒤러,<동박박사의 경배>, 1504년, 100x114cm,우피치 미술관,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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