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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이 함께 한 신앙 전투사’
엄마 정경선 권사의 81년, 신앙의 동지 외동딸 최현 권사의 55년 이야기

 

말씀을 처음 만난 때

친정 엄마 정경선 권사의 고향은 전남 강진입니다. 친정 오빠의 잦은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자 외조모께서 전북 이리(現 익산)로 옮겨 가내수공업 형태의 의류 사업을 하셨대요. 직원 중 한 사람이 근무 중 무단 이탈하기에 “어디 갔다 왔니?” 물으니 “좋은 데!” 그러더래요. “좋은 데를 왜 너만 가니, 나도 가 봐야겠다”며 따라갔더니 하얀 천막을 쳐놓고 성경 공부 하는 곳이었다고 해요. 동네 교회에 다니셨던 엄마는 처음 듣는 말씀이지만 큰 은혜를 받고 교회를 옮겼대요.


박아브라함 목사님이 이리로 내려오셔서 성경 말씀을 가르쳐 주시다.

초창기 때는 박 목사님이 이리로 자주 내려오셨대요. 유선 전화기도 몇 집밖에 없던 시절이었지만, 오시기 2~3일 전이면 집사님 한 분이 자전거 타고 집마다 돌아다녔대요. 서울에서 목사님이 오시니 몇 시까지 누구집으로 오라고 하는 식이었답니다. 장소 제공팀, 기차역 픽업팀, 식사 준비팀 등 돌아가며 맡다가 가족들이 반대하면 또 다른 집으로 옮겨서 예배를 드렸다고 해요.


이리에서 서울교회로 다니다.

원지동 수양관이 건축되면서 목사님도 자주 못 내려오셨고, 일석교회가 세워진 후로 이리 식구들도 서울에 교대로 올라갔답니다. 1960년대에 일일이 다 갔다가는 집에서 난리가 나니까요. 일부는 서울 교회로 가고 남은 식구들은 따로 모여서 예배를 드렸대요. 앞선 주일 서울에서 가져온 교회 주보로 시간 맞춰 설교 요약을 읽고 예배 순서를 똑같이 지키는 거죠. 서울교회에 갔던 분들의 노트 필기를 선착순으로 돌아가며 똑같이 쓰기도 했답니다.


소형 녹음기 시대, 혁명이 일어나다.

일본 소니(SONY) 녹음기가 나오자 20~25만원 정도로 고가였지만 몇 번씩 고장 날 정도로 사용했대요. 예배 참석하신 분이 녹음해 오면, 마르고 닳도록 들으며 녹취본을 다 썼어요. 테이프 복사는 안 되던 때라, 순번을 정해서 소니 녹음기를 한 사람당 3일 기한을 주면 부지런히 듣고 녹취본을 만들었대요. 당시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죠. 그 후로 복사된 말씀 테이프가 판매되면서 구입해서 종일 들었답니다.


고속버스의 등장

온갖 간이역마다 다 정차하고 차비도 가장 저렴한 비둘기호는 저녁에 타면 새벽에 서울 도착했는데 고속버스가 생기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새벽 첫차를 타고 교회에 갈 수 있게 된 거죠. 여름에는 에어컨을 얼마나 세게 틀었는지 춥다고 말도 못 하고 닭살이 올라올 정도로 떨고 있으니, 그걸 왜 참았냐고 엄마와 옆에 집사님이 한복 치마로 양쪽에서 이불처럼 덮어 주신 기억도 납니다.


한복 부대

이리 식구들이 유명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분들은 한복을 꼭 입고 나타났는데, 귀한 말씀 앞에 예의를 갖추려고 하셨대요. 가슴을 꽉 쪼이는 저고리에 바닥까지 끌리는 치마를 입고 다니니, 어린 제가 봐도 정성이 느껴졌어요. 흰색 고무신도 치약으로 닦아서 신고 가시는 걸 보고 ‘예배 준비는 이렇게 하는구나’라는 걸 보고 배웠습니다.


오해와 핍박의 세월

저희는 조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어요. 아빠는 서울까지 교회 다니는 엄마를 말리려 했고, 할아버지는 예수한테 며느리 빼앗겼다고 이혼하러 법원 가자고 말을 계속하셨어요. 집안에 의사가 36명, 전북교육감도 계셨던 엘리트 집안이었지만 신앙생활은 이해 못 해 주었어요. 엄마 따라 서울로 교회 다니는 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책가방이나 방학 숙제를 해 놓은 걸 다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으셨고, 매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교회 가는 날은 조용히 나가야 해서 토요일 저녁에 샤워하고 가방도 바깥에 내놓았어요. 새벽에 엄마가 제 옆구리를 찌르면 양말만 신고 나갔어요. 그렇게 엄마 따라 서울로 다니다가 제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성탄절, 방학 때만 갈 수밖에 없었어요. 엄마가 새벽부터 교회 가시면, 저는 집에서 고스란히 아빠 화풀이를 들었죠. 그런 아빠에게 잘 보이려고 청소해 놓고, 음식도 만들었어요. 저는 엄마가 조금이라도 덜 혼나게 하려고 한 건데, 어미가 없으니 애가 종일 집안일 한다고 더 혼나셨어요. 어느 날 새벽엔 엄마도 너무 힘들었는지 미리 싸놓은 가방을 턱 내려놓으시더니 “현아, 나 오늘은 가지 말까?” 하셨어요. 제가 “엄마, 가서 말씀 받고 와. 하나님께 맡기고, 새처럼 자유롭게 저 대문을 넘어서 교회 갔다 와”. 제가 한 그 말에 용기를 내서 교회에 갔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한 손에는 영의 양식, 한 손에는 육의 양식

어느 날은 제가 미아가 될 뻔한 적이 있었어요. 시내버스를 갈아타면서 보니 애가 없더래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엄마는 버스에서 내려서 저를 찾아오셨어요. 그때는 양손에 짐이 있어서 저를 잡을 손이 없었어요. 한 손에는 성경 가방, 한 손에는 밥과 반찬을 들었어요. 그때는 아빠가 경제권을 쥐고 계셔서 밥 사 먹는다는 건 생각도 못 했고, 집에서 쌀, 김치 등 밑반찬을 다 해서 가져갔어요. 대성교회 시절에는 교회 허락받고 주방을 쓰고 유아실에서 다들 묵었어요. 특별 집회 있는 날이면 2박 3일도 있었죠. 그렇게 특별 집회 참석하고 늦은 밤에 집에 도착해서 혼자 김치 65포기를 담그신 적도 있다고 하셨어요.


조부모님들, 친정 아버지 전도

초창기에 저희 엄마가 안 믿는 시부모 모시고 사니, 저 새댁은 얼마 못 가 떨어질 거라 했대요. 그 세월 믿음으로 이겨 내시고, 25년간 모시고 사신 시모님은 엄마가 전도하셔서 세례를 받으시고, 함께 신앙생활 하시다가 소천하셨어요. 친정아버지도 나중에는 인정하시고, 이리에서 하시던 운수업 정리하고 서울 올라와서 10년 이상 교회 다니셨어요. 대심방 받는 날에 본인이 인정하셨죠. “나는 박윤식 원로목사님 너무너무 존경하고. 그분을 이상하게 말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세상 모든 곳에 많이 알려져야 될 분”이라고 고백하셨어요. “내가 몰라서 이 사람(정경선 권사) 신앙생활 하는데 많이 괴롭혀서 마음에 걸린다”고, 그전에는 그렇게 무시하고 난리 치시던 분이 완전히 변하셨습니다. 암 투병 끝에 가셨는데, 아빠가 세례받으시던 날, 엄마와 저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면,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아버지가 해 주시는구나 하면서 감사 눈물을 흘렸습니다.


엄마는 어린이 구역교사

엄마는 지금 연세에도 구사읽생(구속사 읽기 프로젝트)을 다 끝냈습니다. 출판 감사예배를 드리고 구속사 시리즈 12권上을 읽고 계세요. 교회에서 예배 다 드리면서, 돋보기 쓰고 다 읽으신 거래요. 지금도 저에게 ‘예배 시간 전에 일찍 올라와라. 책은 어디만큼 읽었느냐’고 묻고 또 물으십니다. 신앙 전수가 인생 목표인 엄마는 어린이 구역교사도 오래 하고 계세요. 저희 애들 둘과 교구 집사님 아이들 셋하고 주 1회 구역예배를 드리고 있어요. 저는 아이들 군기 반장과 간식을 챙기고 엄마가 가르치시죠. “박 목사님이 늘 말씀하셨다. 아이들 머리에 못이 박힐 정도로 가르치라”고. 항상 출석률 100퍼센트. 우수 구역상을 늘 받았어요.


엄마와 나의 인생사, 하나님의 구속사

지난 출판 감사예배 때 구속사 시리즈 12권上을 받고 감사하고 죄송했어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 기회를 주셔서요. 교회 개척 60주년 기념 예배 때도 울컥했고요.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돌아보니 친정 오빠 잦은 사업 실패로 내가 생활 전선에 일찍 뛰어든 것, 전남 강진에서 전북 이리로 시집오게 된 것, 주변 안 믿는 식구들 핍박과 환난도 다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여기까지 온 것은 첫째 아버지 은혜고, 둘째는 딸인 네가 없었으면 못 왔을 거라고.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엄마와 나는 동역자이면서 전우야 전우!”라고요. 구속사 시리즈 11권下 결론 부분 문장처럼 깨어 ‘기도함으로 재림하시는 주님을 맞이하여 새 예루살렘 성에 함께 입성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취재, 정리_권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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