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2
리베라와 조르다노의 그림은 구성이 비슷하다. 사실은 두 그림 모두 고전적인 수태 고지의 구성을 빌려 왔다. 마리아를 방문하여 성령이 깃들이심을 알리는 천사와 기도서를 밀어 두고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순종의 자세를 취하는 마리아의 자세가,세례자 요한과 세례를 받으시는 예수의 자세로 바뀌었다.
리베라는 등장인물들을 화면 경계까지 끌어왔다. 보는 이도 현재성의 극한에서 눈앞에서 전개되는 세례 사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붓놀림과 채색도 어느 한 구석 모호한 곳이 없다.
예수의 오른발 끝이 물 속을 짚고 있다. 조개 껍질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세례받는 이의 등줄기를 적시는 느낌이 생생하다. 예수가 그림밖으로 시선을 돌린 것도 현재성의 실감을 더한다.
그런 점에서 리베라는 수르바란의 전통과 맥을 나눈다. 세례는 더 이상 책갈피 속의 기적이 아니다. 현실이다. 조르다노는 리베라의 <예수 세례>에 베네치아의 감성을 더했다. 부드럽게 휘감아치는 색채의 향기가 세례의 기적을 감싼다. 수많은 천사들과 황금빛 구름은 리베라의 가치없는 현실을 다시금 성스러운 기적으로 돌이킨다.
그림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세례자의 손에 조개 껍질이 들러 있다. 리베라처럼 조르다노 역시 세례받는 이가 강물 속에 허리나 어깨까지 몸을 담그고 세례를 받는 동방 유형을 버리고, 새로운 관례를 따랐다. 14세기 이후 세례자는 조개 껍질이나 그릇을 사용하고, 때로 도구 없이 맨손으로 물을 떠서 뿌린다.
배경의 신성한 분위기에서 세례의 사건을 이끌어 내는 은유적인 명암법은 바로크 화가의 자랑이다. 예수는 눈을 감고 허리를 숙였다. 리베라의 예수가 보는 이를 설득하여 그림 안의 사건으로 끌어들인다면, 조르다노는 세례의 기적을 내면화한다. 눈감은 예수에게 성령의 비둘기와 천사들이 날아온다. 천사의 출현은 동방 전통이다. 눈감은 예수를 내려다보는 세례자도 비둘기의 형상을 보았다.
낙타털 옷을 걸친 세례 요한은 붉은 겉옷을 길게 늘어뜨렸다. 베네치아 화가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붉은색은 영혼의 불타오르는 경건을 뜻한다. 그의 왼손이 허리 잘린 나무의 단면을 짚고 있다. 썩은 나무 뿌리에 파고드는 도끼날의 저주에 관한 비유로 읽어도 좋다.
▶ 루카 조르다노,<예수 세례>, 1692-1694년,237.5x193cm,뉴올린스 미술 박물관, 뉴올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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