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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바실리카의 세례실에는 정교한 청동 뚜껑을 덮어 씌운 반암(斑岩)수반(水般)이 있다. 이 수반은 지금은 세례반(洗醴盤)으로 쓰이고 있지만 한때는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석관(石棺) 뚜껑이었다. 하드리아누스의 묘는 오늘날의 성 안젤로 성에 있다. 1527년 5월, 로마가 황제 카를로스 5세에게 점령되자 카를로스의 군대는 이 석관을 파헤쳐서 보화를 캐 내려고 하였다. 

무덤마저도 모욕을 당한 것이다. 몇년 후 미술가 안토니오 산갈로가 석관 뚜껑을 바실리카로 가져와서 새로운 세례반으로 사용하였다. 이렇게 해서 한때는 죽은 자의 관 뚜껑이었던 것이 영생의 물을 담는 수반이 되었다. 이 간단하면서도 힘 있는 표현의 디자인의 상징은 미술가가 신앙의 신비를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미술가와 신앙인

기독교 역사에서 이시기의 위대한 미술을 언급하려면 미술가들의 열렬한 신앙과 그들의 작품이 그 이후의 무수한 기독교인들의 영적이고 감정적인 삶에 미친 영향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보자 아래 있는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을 보면서 우리들은 그가 신앙과 존엄성을 가지고 거룩함과 하늘과 천사를 그렸음을 느끼지 않을 수없다. 교회 지도자들이 너나 할것없이 타락해 있던 시절, 주교들에게 기독교인들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 주었던 사람들은 다름 아니라 미술가들이었다. 로마의 반종교 개혁에서도 미술가들은 보다 엄격한 신앙과 도덕을 가지고 끝까지 자기 희생의 길을 걸어갔다.

미켈란젤로는 1547년 72세의 나이에 성 베드로 바실리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7년의 여생을 거기에 바쳤다 .그는 어떤 보수도 받기를 거절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작품이 하나님과 성 베드로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그리고 다른 신앙을 지닌 미술가들의 작품은 여전히 경외심과 놀라움을 불러 일으킨다. 신앙인들은 작품에서 피조물과 역사 내에서의 역사(役事)속에서 나타나는 신의 위엄이 반영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림은 가르치고, 명상하며, 신의 메시지를 해석하도록 도와준다. 미술가들의 그림은 언로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영적이고 감정적인 것들을 이해하도록 해준다.


▶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심판의 날


프라 안젤리코(1395-1455년경)는 젊은 시절 도미니크회 수도사가 되었다. 피렌체의 산 마르코 수도원에 있는 그의 유명한 프레스코 화에 깊은 감명을 받은 교황 니콜라우스는 5세는 안젤리코를 로마로 불러서 바티칸의 예배당을 장식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귀도 드 피에로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안젤리코는 천사를 그리는 기술이 뛰어났으므로 프라 안젤리코('경애하는 천사'라는 뜻/역자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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