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7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온 국민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했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화 이후로 고도성장을 해오던 우리 경제가 한꺼번에 휘청하면서 거리에는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가정이 파괴되기도 하였으며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유독 그 당시 많은 청년들의 헌신과 열정으로 부흥을 이뤘던 분야가 있었는데 바로 찬양과 CCM이었다. 자신의 성공과 부를 위해 달려가던 젊은이들이 타의에 의해 잠시 그들의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많은 청년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예배와 찬양을 통해 회복하고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교회마다 찬양예배의 붐이 일었고, 다양한 형태의 열린 예배들이 소개되었으며, 전통적인 형식의 복음성가뿐만이 아니라 Rock, Dance, Hiphop, Black Gospel 등 여러 장르의 CCM 음악이 발표되었다. 무엇보다도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찬양 사역자들이 헌신하였고 그들에 의해서 우리의 믿음을 세우는 찬양이 불리어졌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 우리는 찬양을 통해 위로받았고 하나님이 역사하심을 체험했던 것이다. 지금도 불리는 많은 찬양곡들 중 그 당시 만들어지고 발표되었던 곡들이 많으며, 박종호, 송정미, 소리엘, 김명식 등을 비롯한 찬양사역자들, 두란노 경배와 찬양을 비롯한 예배 찬양, 부흥, 한국컨티넨탈싱어즈, 다윗의 장막, 트리니티 시리즈 등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들의 찬양팀이나 음반들도 모두 그 당시 한국 교회를 뜨겁게 만든 주역들이었다. 이렇듯 예배찬양과 CCM은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 갔고, 교회 안에서만 행해졌던 많은 문화행사들이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대중들에게 선보임으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크리스챤 문화의 중흥기였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상처받은 젊은 영혼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이 찬양을 통해서 공급되었었다. 물론 당시 기독교의 사회적 위상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았으며 교회는 영적인 에너지를 공급했을 뿐 아니라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긍정적 역할을 담당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국가적 경제 위기를 어렵사리 극복한 당시의 젊은이들은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어 사회와 교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 달려왔다. 그러나 90년대에 태어난 지금의 20대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더욱 큰 어려움에 맞닥뜨려있다. 아르바이트와 스펙 쌓기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3포세대를 넘어선 N포세대, 88만원세대, 열정페이, 좁다 못해 막혀버린 취업문,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몰려있다.
하지만 20년 전과는 달리 교회의 찬양과 CCM이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음악은 주일날 교회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일 뿐, 내 삶을 지배하고 변화시키는 음악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를 알 수 있는 간단한 지표가 있다. CCM 음반 시장이 사라진 것이다. 그전에는 CCM 음반도 소위 히트 앨범이라면 수십만 장씩 판매고를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크리스챤들에게도 CCM 음반은 외면당하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레 CCM 가수들도 사라졌다. 교회에서 찬양사역을 담당하는 찬양전도사나 성가사 등이 일부 남아 그 사역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교회의 예배 음악과 크리스챤 문화를 위한 CCM 음악, 찬양 사역을 위해 부르심 받는 젊은이들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대중음악에서도 음반 시장은 완전히 축소되었다. 그러나 음반시장은 예전과 같지 않지만 한류와 K POP의 열기에 의해 새로운 장이 열렸고 대중가수가 되기 위해 많은 청소년들이 지금도 땀을 흘리고 있다. 굳이 강남스타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제 한국의 대중음악은 세계속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교회 음악은 정체되었고 CCM 음악은 자취를 감췄다. 그와 함께 세상을 향해 빛을 발해야 할 교회문화는 일부의 기능만이 예배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우리는 구속사의 말씀이라는 최고의 컨텐츠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컨텐츠를 어떻게 포장하여 사람들의 삶 속에 던져주고 녹여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셨어도 그를 가지고 시를 짓고 소설을 쓰고 문화를 만들어내야 백성들이 글을 배워 문맹을 타개할 이유가 생기지 않겠는가. 우리가 찬양을 통해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려면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멋있는 소리를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 숙제는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 청년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수 있는 찬양 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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