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족장들의 연대기
2011.10.25
벧전1:10-12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의인과 악인의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족보 책이라는 별명을 가진 창세기도 두 종류의 족보 곧 구속사의 경륜을 이루는 셋 계통과 불경건한 가인 계통으로 나뉩니다. 끝날에는 하나님께서 의인 중에서 악인을 골라내시고, 선인(善人)은 생명의 부활로, 악인은 심판의 부활로 나온다고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셨습니다(요5:29). 그러므로 우리는 인생의 근본 문제를 밝혀주는 족보를 깨달아 나그네로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야 합니다(벧전1:17).
1. 아담부터 노아까지 10대 족보 속에는
깊은 구속사적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1대 아담은 ‘붉다, 사람’이라는 뜻으로 붉다는 것은 사람을 지은 원 재료가 흙이라는 것과 하나님의 생기가 없는 사람은 흙,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창3:23, 욥4:19, 33:6, 시1:14, 전3:20). 창5장에 보면 ‘낳았다’는 말이 28번이나 등장합니다. 이는 아담은 930세에 죽었으나 그의 후손을 통해서 생명이 계속 이어지면서, 거듭된 인간의 실패 속에서도 창3:15에 세우신 하나님의 언약이 성취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담이 9대손 라멕과 56년이나 동시대에 살게 하신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2대 셋은 아벨을 대신한 다른 씨로, 가인과 달리 부친인 아담의 형상을 닮았다고 기록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아담의 후예는 오직 셋뿐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창5:3). 아담과는 800년을 같이 살면서 타락 전 에덴동산의 세계에 대해 배우며 신앙을 전수받았습니다. 3대 에노스는 ‘연약한 사람’이란 뜻으로, ‘깨지기 쉽다’는 뜻의 히브리어 ‘아나쉬’에서 유래돼 병들어 고통가운데 신음하며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 상황을 보여줍니다(렘15:18, 미1:9). 그는 아담과 695년, 10대 노아와 84년을 동시대에 살았는데, 여기에는 엄청난 하나님의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이때 타락 이후 235년 만에 최초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창4:26).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권을 인정하여 규칙적인 예배 생활을 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창4:26). 4대 게난은 ‘보금자리를 만들다’라는 뜻의 ‘카난’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때 신앙의 둥지를 만들어 여호와에 대한 신앙의 정립이 완전히 이뤄졌음을 의미합니다. 구속사적으로 해석하면 ‘게난’의 뜻 ‘광대한 소유’는 타락 후 잃어버린 창조 역사의 회복을 말해줍니다. 5대 마할랄렐(아담과 535년, 노아와 234년 동시대 거주)은 ‘찬양, 영광’이란 뜻으로 이때 예배의 참 주인이신 하나님께 영광과 찬양을 돌리게 되었습니다(히13:15, 사32:21). 6대 야렛(아담과 470년, 노아와 366년 동시대 거주)은 ‘후손, 내려온 자’라는 뜻으로 하나님이 땅에 내려와 임마누엘 하시기를 기원한 이름입니다. 구속사적으로 해석하면 육신을 입고 가장 낮은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예표합니다(요1:14, 히2:11). 7대 에녹은 ‘신임자, 시작, 선생’이란 뜻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여 하나님의 신임을 받았고, 아담 이후 622년 만에 출생, 300년간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변화 승천함으로 천국, 영생의 진리를 가르쳐준 인류의 선생입니다(창5:21-24, 히11:5-6, 유1:14-15). 이는 308년이나 아담과 동시대에 살면서 신앙을 전수받은 결과입니다. 8대 므두셀라(아담과 243년, 노아와 600년간 동시대 거주)는 ‘그가 죽으면 세상에 끝이 온다’는 뜻으로 그의 출생은 심판의 예고였고, 실제로 그것이 그대로 적중해 홍수가 일어난 해(아담 이후 1656년)에 969세로 죽었습니다(창5:27). 9대 라멕은 아담 874세에 출생하여, 아담이 930세에 죽을 때까지 56년간 동시대에 살면서 신앙을 전수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2의 인류의 조상 노아를 낳아 구속사를 계속 잇게 하는 중대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2. 10대 족장들(아담-노아)은 삶을 향수(享壽)하며
후손에게 신앙을 전수하였습니다.
족보 속에 기록된 한 사람의 역사, 이어지는 세대들을 연대별로 묶어 입체적으로 살펴보면, 딱딱한 족보 속의 시간과 공간이 살아서 꿈틀대기 시작하며 비로소 그 속에 숨은 하나님의 섭리가 생수가 분출하듯 솟아나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 중 우리는 아담이 “930세를 향수하고 죽었더라”라는 말씀에 주목해야 합니다. ‘향수’라는 단어는 창11장 셈의 족보에는 없고 창5장 족보에만 등장하는 아주 독특하고 중요한 표현입니다. 향수는 누릴 향(享), 목숨 수(壽)로 단순히 오래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간섭 속에서 영육간 강건하여 복을 누리며 장수했다는 의미입니다. 창5:4에 아담이 130세에 셋을 낳고 800년을 지내며 자녀를 낳았다고 했는데, 하나님이 어떤 의도로 이 말씀을 기록하셨으며, 또 셋 이외의 자녀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끝까지 붙잡고 수많은 후손들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사명을 완수할 때 삶을 ‘향수(享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장수(長壽)하는 자의 이면을 파헤치면 그 이유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하나님을 경외하기 때문입니다(잠3:1-2, 10:27, 전8:12-13). 하나님을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요, 요셉이 받은 하늘과 원천(물)의 복을 받는 비결입니다(시111:10, 창49:25-26). 따라서 사는 날이 많아지고 생명의 해가 더해지는 영영한 장수의 복을 자동으로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잠9:11, 시21:4). 둘째, 말씀대로 살고 순종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여호와의 명령을 지키면 한 없이 오래 살며 후손에게 영영히 복이 있으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신4:40, 6:2-3, 12:28). 잠4:20-23에도 하나님의 말씀에 주의하여 마음을 지키는 것에서 생명의 근원이 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셋째, 부모를 공경하기 때문입니다. 십계명 중 제5계명이 부모 공경입니다. 센 머리 앞에 일어서고 부모를 공경할 때 땅에서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며 의로운 길을 얻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레19:32, 신5:16, 잠16:31). 부모를 공경하지 않고는 신앙 전수가 이뤄질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장수를 통해 언약 계승이라는 섭리의 목적을 이 땅에 사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심어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가르쳐 믿음으로 양육해야 합니다.
3. 셈(11대)-에벨(14대)-아브라함(20대)으로 이어지는
족보는 예수 그리스도에게까지 연결됩니다.
창10장은 노아의 세 아들인 야벳(1-5절), 함(6-20절), 셈(21-31절)의 족보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야벳이나 함의 족보를 시작함에 있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는데, 셈의 족보에만 ‘셈은 에벨 온 자손의 조상이요’라는 특이한 구절이 있습니다(창10:21). 이는 14대 에벨과 그 자손의 특별한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말씀으로, 에벨이 셈 계열에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연결되는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창14:13에서 아브라함이 최초로 ‘히브리 사람’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히브리’는 ‘에벨’과 같은 어원 ‘아바르’ 곧 ‘건너온 자’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에벨은 바벨탑 배교 운동으로 하나님을 배신하던 혼란한 시대에 경건한 자손으로서 영적 개혁과 종교적 정화 운동을 일으킨 자로, 아브라함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강을 건너 셈과 에벨의 신앙 정통의 맥을 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셈, 에벨, 아브라함의 하나님으로 불리기를 기뻐하셨습니다(창9:26, 출3:6, 15).
11대 셈은 ‘이름, 명성, 유명하다’라는 뜻으로 600년이란 긴 생애동안 8대 므두셀라부터 22대 야곱까지 자신을 포함해 무려 15명의 족장들을 만났습니다(창5:22-32, 11:10). 하나님이 ‘셈의 하나님’(창9:26)으로 불리신 것은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가진 분, 만왕의 왕 예수께서 그의 후손으로 태어나실 것에 대한 암시입니다(빌2:9, 딤전6:15).
결론 :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홍수 후에도 셈과 그 자손을 통해 끊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9대 라멕이 아담에게 56년간 배운 신앙을, 아들 노아뿐 아니라 손자 셈에게도 93년간 함께 살며 전수했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믿지 못한다 할지라도 계속해서 다시 손자에게 신앙을 전수하여, 라멕의 가정처럼 하나님의 등불이 환하게 켜지는 역사가 모두에게 있기를 바랍니다(잠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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