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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아 산을 향한 아브라함의 삼일 길

소돔과 고모라 성의 멸망 이후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은 수많은 일들을 겪었다. 먼저 블레셋 땅의 그랄 왕 아비멜렉과의 관계에서 부인을 또다시 누이라고 속이는가 하면(창20장), 오매불망 25년이나 기다리던 '약속의 아들 이삭'을 얻기도 한다(창21:1-7). 그리고 유일한 상속자 이삭을 희롱했다는 이유로 첫 아들인 이스마엘과 하갈을 내쫓기도 했다(창21:8-21).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일은 100세에 낳았던 장성한 아들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쳐야 되는 일이었다.

일곱과 브엘세바의 언약
소돔 멸망 후 아브라함은 생활터전을 북방 헤브론의 마므레에서 남방 브엘세바(그랄 땅)로 옮겼다(창20장). 아브라함이 그랄 땅에 정착한 지 십여 년 만에 우물의 소유권을 놓고 아비멜렉의 종들과 분쟁이 발생하게 됐다(창21:14-34). 이 과정에서 아브라함은 아비멜렉에게 양과 소를 주고 우물의 소유권을 얻어냈으며, 이 계약의 증거를 삼기 위해 일곱 마리의 암양 새끼를 따로 떼어 선물하였다. 우물이 있는 지역의 이름을 '브엘세바'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일곱의 우물', '맹세의 우물'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아브라함이 일곱의 암양 새끼로 아비멜렉과 언약을 삼은 것은 통상 '일곱(맹세) 의식'이라 불린다. 히브리인에게 있어 7이란 숫자는 더하거나 감할 수 없는 완전수이며 신성수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외에 고대 히브리인들은 숫자에 대해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아브라함이 브엘세바 주변에 에셀나무를 심었는데, 그것은 언약의 지속성과 불변성을 확인하는 제스처로 볼 수 있다. 이 나무를 '거룩한 나무'라 하여 성소나 분묘, 회의소 같은데 심기도 했다. 일각에선 에셀을 떨기나무로 보기도 한다.
한편 아비멜렉이란 이름은 아브라함과 이삭 때 모두 등장하는데 동일인물은 아니다(창20-21장, 26장). 많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애굽의 바로, 몽골의 칸, 중국의 황제, 러시아의 짜르처럼 왕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보여진다.

모리아 산의 희생제사
우물사건 직후 아브라함은 인생과 신앙에 있어 최대의 시험시기를 맞이한다(창22장). 이 당시 아브라함 나이는 120세 전후였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하나님은 그에게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번제를 드리라'고 명령하셨다.
이 사건을 두고 많은 신학자들은 '구약의 갈보리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2천년 후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요19:17-18)과 구속사적으로 직결되는 예표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즉 모리아로 오르는 아브라함의 길은 골고다로 오르는 예수의 고난의 길과 비교된다.
또한 사랑하는 아들을 제물로 바쳐야 되는 아버지(아브라함과 성부 하나님)의 고뇌, 뗄감을 지고 모리아의 한 산으로 올라가는 이삭의 모습과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예수의 모습 등은 비슷한 구조다.
특히 번제용 작작을 메고 갈 정도로 장성한 이삭이 아버지가 자신을 제물로 선택해 죽이려고 하는데도 피하지 않고 순종한 모습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의 희생(죽음)을 받아들인 예수의 순종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모리아는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있는 산악지대를 총칭하는 곳으로 '마르에'와 '예호와'의 합성어로 '여호와께서 보이신 곳'이란 뜻이다. 모리아의 이름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그곳을 지정하고 선택하셨음'을 알 수 있게 한다.

3일간의 여정은 준비의 기간
모리아 지역은 당시 아브라함이 기거하던 브엘세바에서 대략 80km 떨어진 지역으로 3일 길을 걸어야 되는 거리다. 아브라함에게 있어 삼일간의 여정은 고뇌의 길이며 헌신과 순종의 길이자 지성소를 향한 속죄의 길이다.
특히 지시 받은 날로부터 '삼일'이란 기간(창22:1-4)은 상징적으로 유월절 양을 잡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과 일치한다(출12:1-6)는 점에서 신학자들은 '준비의 기간'으로 본다.
성경에서 삼일이란 기간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기간과 노정이며, 정결(성결)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출19:10-11). 아브라함뿐만 아니라 야곱, 모세, 요나 등도 삼일이란 준비의 기간을 거쳤다(창31:22, 출3:18, 욘3:2-3). 이외에도 성경 여러 곳에서 삼일이란 기간이 준비, 구원, 회복 등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영원한 유월절 어린야으로 준비된 예수 그리스도도 인류의 구속을 위해 삼일길을 걸으셨다(눅13:31-33). 즉 예수의 삼일길은 구속사역의 성취를 위한 여정으로 아담의 범죄로 시작된 타락을 회복하고 인류 구원의 완성을 상징한다. 이처럼 성경에서 삼일이란 기간은 브엘세바의 일곱이란 숫자처럼 비유적이며 상징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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