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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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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여름밤이었다. 아들과 나는 동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을 향해 걷던 길이었다. 기분이 좋았던 나는 4학년 2 학기를 맞은 아들에게 새 학기에 대한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해주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 나는 못생겼어. 나는 왕따야. 반에 친구가 6명밖에 없어.’라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아들이어서, 그 순간 이 바보 같은 자식을 좀 위로해주고 있었다. 거울을 봐라. 너는 매력 있는 사람이다. 친구는 한 명만 있어도 감사한 거다.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래서 너의 이름이 ‘엘르아살’이야. 알지? ‘하나님이 돕는 사람’. 원로 목사님이 지어주신 아들의 성경 이름이다. 내가 아들을 키우며 낙심할 때마다 큰 위로가 되었던 이름이다. 이렇게 우리의 대화는 훈훈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맥락에서 튀어나온 말인지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나지 않는 어떤 순간,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하나님은 신이 아닌데. 그치~  신은 죽었잖아.”

아들에게 W가 왔다. 드라마처럼 현실과 만화 같은 두 개의 세상이 충돌했다.
나는 아들의 말에 얼떨결에 대답했다. “ 그치... 하나님은 살아 계신 분이니까.”

아들의 말은 그날 이후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아이가 그 말을 하기까지 겪었을 가치관의 혼란을 생각해보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이성과 감성 그리고 지식과 지혜가 활발히 작동하는 시기이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며 제일 걱정했던 것이 바로 하나님 없는 지식과의 만남이었다. 또 하나님 모르는 친구들과의 만남이었다. 이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2006년생인 이 아이는 구속사 말씀의 시작부터 자신이 원했던 아니었든 간에 평강제일교회에서 자랐다. 선교원과 PCA, 주일학교에서 신앙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성장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 시키려니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입학하고 보니 다른 문제가 먼저 발생했다. 아이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한 착석 문제와 수업태도 정착이 급했다. 친구랑 함께 노는 격한 즐거움은 수업시간에도 진정되지 않아서 선생님들을 힘들게 했었다. 친구랑 놀고 싶은 아들에게 친구와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아이가 접한 W를. 세상에서 보면 만화 같은 소리라고 할 성경의 이야기들을 살아있는 하나님의 역사라고 배운 아이. 이 아이는 그 배운 것을 믿고 있었을까?

평강동산을 뛰어놀던 개구쟁이가 자라서 초등부 임원단이 되어 초등부 예배 사회도 보게 되었다. 이 광경을 보고 나 말고 다른 분들이 더 감격한다. 아이는 이제 아멘 오케스트라에서 트럼펫으로 찬양을 부른다. 아이에게 신앙은 삶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교회 이야기나 성경 이야기는 교회와 집에서만 하는 이야기가 되고, 외출해서 다른 사람들이 보는 상황에서는 나에게 조용히 말하라고 한다. 내가 길을 걸으며 찬양을 흥얼거릴 때 옆에 사람이 지나가면 “엄마 다른 사람이 들어”라고 주의를 준다. 친구를 교회로 데려오지만 그 아이에게 하나님에 대해 전하지는 않는 것 같다. 같이 놀려고 부르는 것 같지만 아닐 수도 있다. 아이는 충돌이 무섭다. 그래서 교회 다니지 않는 외갓집 식구들이 걱정이라 다 같이 천국 가게 해달라고 기도는 하지만, 교회 나오라고 직접 말은 못한다. 뭐... 나는 다른가 싶다.

나도 아들과 같은 고민을 한다. 매일 W와 만난다. 눈에 보이는 세계와 영으로 보이는 세계의 경계에서 나는 하늘을 쳐다본다. 아버지 계세요? 다 보고 계시죠? 저 제대로 걷고 있나요? 나는 세상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텔레파시를 매일매일 보낸다. “다 듣고 있다. 오바!”라고 들리지는 않는데 지치지도 않고 계속 말하는 것은, 듣고 계신 것 같아서다. 이렇게 황당하기도 하고 이성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으니 남들에게 너도 해보라고 말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손을 내민다. Window처럼 열리는 그 창을 향해. 그렇지만 나와 같이 그 창에 서 있는 아들에게 나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줘야 할까?

하나님은 살아계신 분이다 + 신은 죽었다 = 하나님은 신이 아니다.

이 공식의 수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그걸 나는 계속 고민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명제는 ‘성경’의 명제이고, 신은 죽었다고 한 것은 ‘니체’라는 인간의 명제다. 그래서 ‘니체’라는 사람에 대해 조사해봤다. 그 사람은 왜 그런 주장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는 신을 죽이고 나서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다. 어떤 놈이 우리 아들을 헷갈리게 했는지도 궁금했다.

니체는 1844년에 태어나서 1900년에 사망한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이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불리며 서구 기독교 전통을 부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어려서부터 천재로 불리며 주변의 인정을 받았고, 십대에 벌써 자서전을 쓸 준비를 했다. 니체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집필하는데 10여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니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외로워했고, 그리하여 어떤 때는 자기 책을 들여다보며 몇 시간씩 울기도 했다. 니체는 기독교와의 대결을 통해 모든 기존 가치에 대한 거부를 선언했다. 그리하여 모든 가치의 기준이었던 신에 대해 그 죽음을 선고하고('신은 죽었다!'), 새로운 개념으로서의 초인(超人)사상을 피력했다. 초인이란 첫째, 이 땅에 충실할 뿐, 하늘나라의 희망을 말하는 자들을 믿지 않는 자다. 둘째, 초인은 신의 죽음을 확신하는 자다. 셋째, 초인이란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한 윤회를 거듭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자다. 그런 초인을 꿈꾸던 니체는 20대부터 병마와 싸우기 시작해서 45세 때에 길거리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쓰러졌다. 이틀 만에 깨어난 그는 완전한 정신착란에 빠졌고, 그는 계속하여 악기를 치고 노래를 하면서 거리를 배회했는데, 간혹 "나는 신이다. 다만 변장하고 있을 뿐이다"고 외쳤다고 한다. 12년이라는 세월을 혼수상태에서 헤매던 니체는 끝내 1900년에 심장 쇠약으로 세상을 떠났다. 
- ‘위대한 철학자들은 철학적으로 살았을까’ 발췌.  저자 강성률 | 출판사 평단문화사 -

신을 죽이고 니체도 죽었다. 20세기 세상은 신의 죽음이 선포되면서 시작됐다. 니체의 초인주의 사상은 파시즘을 주장한 히틀러에 의해 이용당했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많은 사람의 죽음의 원인이자, 오늘날 자기 소견대로 사는 사람들의 근거가 되었다. 불쌍한 니체. 그의 일생도 불쌍하고 그의 죽음도 불쌍하다. 하나님을 죽이고 나서 그는 평생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그 영생의 약속을 믿지 못함으로 하나님을 거짓말하는 자로 만드는 죄를 짓다니...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자는 자기 안에 증거가 있고 하나님을 믿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거짓말하는 자로 만드나니 이는 하나님께서 그 아들에 관하여 증거하신 증거를 믿지 아니하였음이라. (요한일서 5장 10절)

아들에게 전해줄 말이 생각났다. 그 아이는 니체가 누군지 모르고 있을게 분명하지만 그 말을 처음 시작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알려줘야겠다. 하나님을 떠난 가인 계열의 족보에 선 니체의 종말을 전해야겠다. 그리고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노래한 다윗의 노래를 전해야겠다. 우리가 구속사 말씀을 통해 만난 하나님은 언제나 살아계신 분이고 살리는 하나님이다. 참 다행이다.

여호와는 생존하시니 나의 반석을 찬송하며 내 구원의 하나님을 높일 찌로다 (시편 18편 46절)
The LORD lives! Praise be to my Rock! Exalted be God my S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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