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9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집에 가전제품이 저절로 작동하는가 하면, 사람도 없는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멈추면서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계속합니다. 이런 진풍경이 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하루 동안 세계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얼핏 들으면 괴담에나 나올 법한 이 현상은 안식일을 지키는 유대인의 일상생활 모습입니다.
출애굽기 35장 3절에는 처소에서 불을 피우는 것을 금지하는데, 유대인의 법에 따르면 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불을 피우는 일에 속합니다. 안식일에 전기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유대인들을 위해서 가전제품이나 엘리베이터에는 스스로 작동하는 ‘안식일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율법을 지키기 위한 유대인들의 노력은 다소 강박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은혜의 시대를 살고 있는 기독교인 중에도 마치 유대인처럼 형식과 규칙에 압도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곧잘 솔선수범하며 신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에 외적인 것을 것들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자신만의 엄격한 잣대를 세워놓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정죄합니다. 완고하며 강박적이고 완벽주의자인 이들은 ‘율법주의자’입니다.
말씀을 신실하게 지키려는 사람과 율법주의자를 딱 잘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주된 동기에 있어서 전자가 ‘기쁨과 감사’라면, 후자는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율법주의는 “자신의 노력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얻고, 자신이 구원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의 발현”입니다. 이것은 여러 종교에서 가르치는 도를 닦거나, 고행을 하는 등, 자신의 노력과 수고로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과 같은 뿌리를 갖고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인간의 공로를 우선하지 않습니다. 오직 기독교에만 ‘은혜’라는 특별한 개념이 있습니다. 타락한 인간은 전적으로 무능한 존재로, 선을 알지도 못하고 행할 수도 없기 때문에,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은혜’로만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노력과 선택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알미니안주의’는 돌트총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전직인 은혜와 주권적 선택을 믿는 ‘칼빈주의’를 따르고 있습니다.
종은 주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은 무조건적인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자녀가 능력이 있거나 부족하거나, 어떤 모습이든지 부모는 자녀를 있는 그대로의 인정하고 사랑합니다.
율법을 어기는 일을 최소화하려고 만든 장로들의 유전이 도리어 율법을 범하게 한 것처럼, 율법이나 규칙에 집착하게 되면 도리어 하나님의 은혜를 멀리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하나님 앞에서 율법주의로 자신을 꾸미거나,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시도는 무익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미 복중에 짓기 전에 우리를 아셨고,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다 아시며, 사랑으로 우리를 불러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믿고 율법주의와 수치심,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 복음 속에 자유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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