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4
사랑에 대하여,라고 제목을 잡았다고 해서 이 글 속에 뭔가 거창한, 혹은 뜨거운 것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썼던 글 중에 이 글이 가장 무심하고 냉랭한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나는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하고 사랑을 실천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마치 사랑이란 이런 것이며, 여기에 사랑이 있노라고 덜 익은 비린내를 풍기는 제목을 정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의 제목은 사실 ‘사랑을 아시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하게도,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랑에 대한 책을 보고 연수도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이론으로 배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걸 알지만 나는 부단히 사랑을 향하여 걷고 있더군요. 사랑과 전혀 관련 없는 책인 것 같고 연수 같은 것도 나는 이미 사랑과 연관 짓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저기 붉게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을 보거나 누군가의 품에 안긴 노랑 장미 한 송이만 보아도 그래, 문제는 사랑이거든, 이렇게 중얼거리곤 합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면 입안에 쓴 침이 고였습니다.
도대체 사랑은 무엇인가. 오래 참고, 성내지 않고, 교만하지 않으며... 맞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제가 입으려는 옷의 첫 단추가 아니었습니다.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나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그것도 아닙니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문득 일련의 생각들이 두서없이 화르륵 피어났습니다. 사랑은 설거지야. 사랑은 빨래와 청소이며 사랑은 손칼국수와 차를 대접하는 일이야. 사랑은 출근이며 땀 흘려 일하는 거고 퇴근 후 병문안을 가는 일이야. 사랑을 하고 싶다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지 말고 소파에 피곤에 쓰러져 누운 사람이 깨지 않도록 가만히 이불을 덮어주고 머리맡에 앉아 기도하는 것이야. 나에겐 그래, 내 살 같은 시간을 뚝 떼서 붙여주는 것. 나는 사랑을 생각하느라 쓴 침이 고이는 입속에 사탕을 하나 까 넣었습니다.
사랑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거야. 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예쁘게 포장되어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높이 떠오른 풍선처럼 추상적으로 변질되어, 사랑은 사랑대로 생활은 생활대로 이중적 삶이 될 수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얼마나 설거지를 해야 하고 내 살 같은 시간을 조금이나마 떼어서 나눠주고 머리맡에서 기도해주고 손칼국수를 끓여야 할까? 음...그것은 영원히. 하나님이 그만이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그런데 하나님은 사랑을 그만둬라, 고 말씀하지 않으실 거야. 더 사랑하라. 여기에서 사랑했다면 저기까지 사랑하라, 고 말씀하실 거야. 그러니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영원히 해야 하는 거야.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지하철 환승역에 도착했습니다. 서둘러 내리며 아마 사랑은 마지막 숙제이며 가장 어려운 숙제일 거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저는 아직 사랑에 대해 한 글자도 쓰지 못 했습니다. 또한 사랑을 향해 한 걸음도 떼지 못 했습니다. 마틴 부버의 말처럼 하나님은 모든 (그것)을 당신의 (너)로 만드는 무한한 (나)인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무한한 나인 (너), 하나님의 모든 (그것)을 사랑하고자 한 글자를 쓰고 한 걸음을 떼기로 했습니다. 내가 사랑에 대해 아는 것은 딱 하나, 하나님의 이름과 성품과 말씀은 사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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