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2
천사가 마리아에게 달려온다. 바람결이 몰아치며 흰 옷자락이 춤춘다. 날개를 넓게 펼친 천사는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고 상체를 젖혔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으니 숨이 가쁜 기색이다. 기도서를 접어서 왼손에 쥔 마리아가 낯선 기척을 눈치채고 뒤 돌아본다.
높은 세로 규격의 그림은 상단과 하단이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반종교개혁 이후에 유행하기 시작한 복층 구성의 종교화에서 위쪽에는 광휘에 얼룩진 구름을 헤치고 천사들이 떼지어 등장하게 마련이다. 천상과 지상의 두 영역 사이에 분명한 위계를 가르는 새로운 구성법은 이 시기에 교회의 제단화 규격을 세로로 높이는 데 기여 했다. 보는 이의 시점이 급격히 낮아진 것도 반종교개혁 이후 종교 미술의 특징이다.
성령의 비둘기가 빛무리를 헤치고 천사들의 환호를 받으며 날아 내리는 모습도 장하다. 장엄하고 화려한 색조 처리는 티치아노의 자랑이다. 색 구성의 관점에 서만 본다면 바로크의 감성이 한 발 앞서 달려와 있다. 화가는 붓자루를 길게 잡았다. 화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빠른 속도로 물감을 성글게 덧바르는 '인상주의적'기법을 구사했다. 빛과 어둠의 붓질이 간단없이 엉겨붙고 뒤엉킨 실타래처럼 견고한 일체를 이루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천상을 점유한 천사들의 자세와 움직임도 화면이 생산하는 공간에 긴밀히 달라붙어 있다.
천사는 백합을 들지 않았다. 그 대신 마리아가 취할 순종의 자세를 떠맡았다. 마리아의 탁자 앞에 투명한 물병이 놓였다. 붉은 장미 몇 송이가 향기를 뿜어낸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장미 종이다. 북구 미술에서 빌려 온 물병은 미라아의 상징이다.<오피키움 베아테 마리애 비르기니스>에서 '불붙은 떨기가 모세를 뜻하는 것처럼 물병은 마리아의 처녀성을 상징한다.'는 구절을 티치아노가 읽었다.
천사의 전언을 들은 마리아는 머리 두건을 들어올린다. 오래 전부터 신부가 신랑 앞에서 취하는 수줍은 자세다. 티치아노는 이런 소재를 그리마니가 소장한 4세기 무렵의 부조에서 배웠을 것이다. 마리아는 순종과 은총의 반응을 드러낸다. 기쁜 소식을 전한 천사는 안도하고 그녀를 따라갈 것이다.
▶ 티치아노,<수태고지>, 1559 - 1560년, 403x235cm, 산 살바토레 교회, 베네치아
-
추수감사절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신 16:13-17
설교 : 유종훈 목사
일시 : 2024-11-17
- 주님의 손이 함께하는 교회 2024-11-22
- 2024년 11월 넷째 주 주보 2024-11-22
- 추수감사절은 어떻게 지켜야 ... 2024-11-18
- 감사를 잊어버린 자와 감사하... 2024-11-16
- 2024년 11월 넷째 주 주보 2024-11-22
- 2024년 11월 셋째 주 주보 2024-11-15
- 2024년 11월 둘째 주 주보 2024-11-08
- 구속사 시리즈 12권(상) 출간 안내 2024-11-07
-
하나님의 은혜
고재근 성도
2023-10-15
-
'말씀의 일생' 휘선 박윤식 목사의 생애와 목회 발자취
'말씀의 일생' 휘선 박윤식 목사의 생애와 목회 발자취
-
2023-10-28제12회 성경 구속사 세미나
-
2023-08-142023' 목회자 구속사 하계대성회
-
2023-08-038/3 목, 2023' 하계대성회 넷...
-
2023-08-028/2 수, 2023' 하계대성회 셋...
-
2018-12-22#176. 그 책, 거울이 되다
-
2018-11-24#174. 나도 쓸모가 있다
-
2018-11-10# 173. 표현에 대하여
-
2018-10-28#172. 가짜 뉴스(Fake News)
-
2024-11-032024년 11월 오늘의 만나
-
2024-10-022024년 10월 오늘의 만나
-
2024-09-012024년 9월 오늘의 만나
-
2024-08-042024년 8월 오늘의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