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30
'예수께서는 마침내 그들의 손에 넘어가 몸소 십자가를 지시고 성 밖으로 나가 히브리 말로 골고타라는 곳으로 향하셨다. 골고타라는 말은 해골산이라는 뜻이다.'
보스의 그림 구성은 고딕 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그림 규격이 폭보다 높이가 긴 것은 제단화 날개를 떼어 왔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회화 전통을 계승한 서술체의 문법은 그림 구성을 위아래 두 쪽으로 나누었다. 푸른옷을 입은 예수가 십자가를 끌고 간다. 면류관을 쓴 이마에서 피땀이 흐른다. 두 발에다 쇠못이 빼곡히 박힌 판자를 매어 두었다. 그의 발걸음은 칼 산을 오르는 것 같았을 것이다. 예수의 발바닥이나 발뒤꿈치에 널판을 매어 두는 것은 네덜란드 미술에서 이따금씩 있는 현상이지만, 거기에 쇠못을 쳐 둔 것은 보스의 기괴한 상상력이다.
흰옷 입은 병사가 행렬의 선두에서 오랏줄을 당긴다. 살진 개구리가 그려진 방패가 잔등에 실려있다. 개구리는 여기서 사악한 악의 무리를 상징한다. 예수가 진 십자가 머리맡에서 대머리 벗겨진 노인이 노끈을 휘어잡고 채찍질하고, 창검을 지참한 군인들은 뒤질세라 야유와 조롱을 퍼붓는다. 십자가에 손을 얹고 예수를 뒤따르는 붉은 옷의 사내는 '마침 그곳을 지나다가 십자가를 대신 지게 된 키레네 사람 시몬'으로 보인다.
그림 하단에는 죄수 둘이 처형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 죄수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거침없이 예수를 모욕하며 뉘우침의 기색이 없다. 니고데모 복음서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가스마스. 왼편 십자가에 매달려서 영원한 죽음의 저주를 받을 것이다. 오른쪽 죄수는 디스마스. '너는 하나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는 이런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저 분이야 무슨 잘못이 있단 밀이냐?'하고 꾸짖으며 뉘우쳤다. 사제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의 자세를 취한다.
▶ 히에로니무스 보스, <십자가를 지신 예수>, 52X37cm, 미술사 박물관,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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