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9
카라바조는 그림 배경을 어둡게 처리했다. 문은 보이지 않는다. 예수가 닫힌 문을 드나들었다는 '닫힌 문의 기적'은 관심사의 뒷전으로 물러났다. 빛 처리는 차갑고 예리하다. 등장인물의 머리 넷이 화면 복판에 모여 있다. 화면 공간을 가파르게 자르고 압축하는 빛의 효과는 무대 공간 위에 밀집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긴장을 극대화한다.
네 사람의 시선도 하나로 모여 있다. 보는 이의 시선도 이들의 시선이 던지는 시각적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옷자락을 걷어올리고 옆구리의 상흔을 드러내는 예수, 그리고 가로로 벌어진 창날의 상처에 시선을 집중하는 세제자의 자세와 표정은 성글게 짜여진 직조물처럼 연동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예수의 옆구리 상처를 피가 멎고 갈라진 흉터만 남아 있는 '키카트릭스'가 아니라 여전히 피가 흐르는 '불누스'라고 보았다. 그러나 카라바조는 교부의 해석을 따르지 않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창상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교회 공동체가 나눌 성찬식의 포도주를 상징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림에서 그런 기미는 이미 아물어 있다.
토마의 손목을 붙들고 상처의 절개부로 이끄는 예수의 손등에 못 자국이 또렷하다. 토마가 제 손가락으로 예수의 상처를 헤집는 동안 다른 제자들은 시선으로 상처를 더듬는다. 제자들의 시선은 부활의 기적을 기쁘게 증언하는 신앙의 사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해부학에 대한 과학적 관심을 주시하는 차가운 이성의 눈길에 가깝다. 토마의 손가락은 눈앞에 보이는 자연의 터럭 하나도 놓치지 않는 자연주의 화가의 예리한 붓을 닮았다.
의심하는 토마 앞에서 옆구리를 드러내는 예수의 자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한쪽 팔을 높이 들어올리고
다른 쪽 손으로 옷깃을 걷어 내거나, 둘째, 예수가 자신의 옆구리 상처를 손으로 가리켜 보이거나, 셋째, 예수가 토마의 손을 자신의 옆구리 상처 속으로 이끄는 유형이다. 이 가운데 오른쪽 팔을 높이 쳐든 첫째 유형은 고대 조각 <아마존의 여전사>의 자세를 빌린 것이다. 옆구리 창상을 입은 여전사가 잠시 옷을 걷어 내고 상처를 들여다보는 순간을 포착한 이 작품은 기원전 5세기 에페소스에서 개최되었던 조각 경연 대회 출품작이다.
▶ 카라바조,<의심하는 토마>, 107x146cm,상수시,포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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