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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의 그림에서 헤로데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바로크 미술의 관례를 따라서 순결한 영혼을 위로하는 천사들이 그림 귀퉁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격렬한 파토스가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죽이는 자와 액고하는 자들로 이루어진 전경의 인물군을 감싼다.

두살 미만의 아기를 가진 젊은 어머니들은 얼굴의 앳된 티가 가시지 않았다. 바로크 화가는 인물들의 자세와 움직임을 라파엘로에게서 대부분 빌려 왔다. 흰옷 입은 군인이 단검을 치켜들었다. 절규하며 내뻗은 다른 어미의 손은 칼날의 위협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주저 앉아서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어미는 눈물조차 말랐다.

그림의 인물 구성은 휘돌아 가는 역삼각형으로 짜여 있다. 그림앞쪽에 앉은 어미의 모아 쥔 두 손이 좌우동형 소용돌이 구성의 꼭지점을 이루고, 달아나는 여인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뒤쪽 군인의 긴 팔이 구성을 마감한다. 사건 진행의 전우와 시말이 뒤섞이면서 절망의 가장 정적인 소재와 참극의 가장 역동적인 표정이 비극의 현장에 녹아들어 있다.
마태오 2장은 베들레헴의 비극이 일어난 후 성가족의 귀향을 기록한다.

' 헤로데가 죽은 뒤에 주의 천사가 이집트에 있는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아기의 목숨을 노리던 자들이 이미 죽었으니, 일어나 아기와 아기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라.'하고 일러 주었다. 요셉은 일어나서 아기와 아기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르켈라오가 자기 아버지 헤로데를 이어 유대 왕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리로 자기를 두려워하였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꿈에 지시를 받고 갈릴래아 지방으로 가서 나자렛 이라는 동네에 살았다. 이리하여 예언자를 시켜'그를 나자렛 사람이라 부르리라.'고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예수를 '나자렛 사람이라 부르리라'는 예언은 이사야 11장에서 끌어왔다. '다윗의 아버지 이새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나오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난다.'는 예언에서 '햇순'을 뜻하는 히브리어 '네제르'가 '나자렛'과 같은 어근을 가졌기 때문이다.

성가족이 나자렛으로 옮겨간 시점에 대해서는 누가와 마태오의 기록이 조금어긋난다. 누가는 아기 예수가 생후 여드레째 할례를 받고 모세가 정해 둔 법에 따라 40일째 성전에서 정결 예식을 치른 뒤 성가족이 모두 나자렛으로 돌아갔다고 보았고, 마태오는 성가족이 이집트에서 귀향하던 길에 행선지를 바꾸어 나자렛을 새 보금자리로 삼았다고 썼다.

▶ 귀도 레니,<베들레헴의 영아 살해>, 1611년, 268x170cm,국립 미술관, 볼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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