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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카의 그림은 정방형에다 반원을 씌운 형태를 하고 있다. 그림 상하를 가로 질러 수직선을 그으면 예수가 체중을 버틴 오른쪽 다리,  두 손바닥, 얼굴의 중심선, 비둘기의 머리가 모두 동일한 축에 포함된다.

예수의 발목 부분에 흰 물결이 찰랑댄다. 강물은 그림의 깊은 배후에서 보는 이를 향해서 그림바깥으로 흘러나온다. 요단 강 옅은 여울에 발을 담근 예수의 알몸은 아름다운 비례의 전형이다. 르네상스 화가들은 완전한 인체의 비례가 소우주와 대우주의 건축 원리를 동시에 반영한다고 보았다. 프란체스카는 신성의 의지를 수학적 비례의 비밀에 숨겼다.

요한도 물 속으로 오른발을 내딛고 있다. 물로써 세례를 베푸는 세례자의 모습이다. 이 순간 비둘기가 흰 날개를 넓게 펴고 예수의 머리 위로 날아든다. 요한은 이 일을 기억하고 증언할 것이다.
나무 그늘에 시중드는 세 천사가 모여 섰다. 화가는 천사들에게 고대 복식을 걸쳐 두고 조화로운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취하게 한다. 르네상스의 상큼한 체취가 절로 묻어 난다. 왼쪽에 선 천사는 요한의 표정을 살핀다. 천사의 오른손은 요한의 왼손과 닮았다.

흰옷 입은 둘째 천사는 예수의 옆모습을 응시한다. 향기로운 꽃을 머리에 얹었다. 천사의 옷주름이 크게 출렁인다. 세례를 지켜보는 천사의 마음도 일렁거렸을 것이다. 셋째 천사는 둘째 천사의 어깨를 짚고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림 밖을 쳐다보는 천사의 고요한 시선이 보는 이의 마음을 그림 안으로 잡아끈다. 세례자 요한의 뒤쪽으로 또 한 사람이 옷을 벗고 있다. 그는 예수가 세례받는 소중한 장면을 자신의 눈으로 보지 못한다. 그림 뒤쪽 요단 강이 굽이쳐 돌아가는 곳에 의관을 무겁게 갖춘 노인 넷이 나란히 서 있다. 뒤 배경에는 중부 이탈리아의 산악이 한가롭게 들어서 있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평화롭다.

프란체스카는 보는 이의 시점을 낮추어 잡았다. 예수나 세례자 요한과 같은 눈 높이였더라면 나무 뒤에 선 천사와 그림 오른쪽 무리들의 머리가 그림에서 모두 같은 높이에 맞추졌을 것이다. 또 예수의 어깨 뒤에 숨은 산등성이가 훨씬 위로 치솟았을 것이다. 재현 시점은 옷을 벗고 있는 예수의 허리 부근이다. 보는 이는 화가가 정해 둔 눈높이에 따라 요단 강의 서늘한 물속에 모을 담그고 세례 장면을 올려다보아야 한다.

▶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예수세례>,1451년 무렵, 167x116cm,국립미술관, 런던

 

▶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예수세례>의 부분 그림, 1451년 무렵, 국립미술관,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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