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8
건축 구성과 인물 구성이 제대로 어울린다. 무릎 꿇은 천사가 마리아를 올려다본다. 간이 책상에 기도서를 올려놓고 읽던 마리아가 놀랐다. 천사를 돌아다보는 마리아의 옷주름이 크게 요동한다. 손바닥을 보이며 치켜 올린 왼손은 거부의 의사 또는 감정적 동요를 의미한다. 다섯가지 반응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놀라움'의 계기가 재현되었다. 그러나 마리아의 표정은 몸짓과 달리 침착하다.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을 누르고 그의 말뜻을 새기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와 같이 처녀의 미묘한 감정적 변화를 손짓과 자세 그리고 표정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은 화가의 비길 데 없는 역량이다.
천사는 왼손을 가슴에 얹어서 자신의 의중을 밝히고, 오른손에 백합 송이를 들었다. 순결과 정결과 무염시태를 상징하는 순백의 백합이 눈부시게 빛난다. 만약 꽃잎이 칼날처럼 생긴 아이리스가 백합을 대신했더라면 마리아의 놀라움은 고통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백합을 위한 화병은 이미 준비되었다. 투명한 물병에 맑은 물을 담았다. 북구의 이름난 정물화가들과 겨루어서 조금도 뒤지지 않았던 리피의 솜씨다. 수태고지의 물병은 북구에서 수입한 마리아의 새로운 상징이다.
물병 허리까지 물이 찼다. 밖에서부터 비쳐드는 빛이 물병 바깥 표면에 떨어지면서 물병 안팎과 물 속에 빛점을 떨군다. 물병 그림자가 마리아를 향해서 길게 누웠다.
그러나 이런 자연 관찰과 실물 재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근법적 구성과 인체 비례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건축물들이 내뻗는 소실선들이 중앙 기둥 뒤에 본다면 낫게 보일지 모르겠다. 게다가 나이 어린 천사의 체구도 마리아에 비해서 거대하게 부풀어 보인다.
리피의 안젤리코와 달리 등장인물과 건축 배경에 일관된 그림자를 새겨 넣었다. 신성의 빛이 지배하는 기적의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빛이 비쳐드는 현실 공간이 수태고지의 실감나는 현장으로 채택되었다. 리피는 후광을 제외하고 그림에서 금색을 완전히 걷어 냈다. 마리아와 천사들의 후광도 평면성을 극복하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필리포 리피,<수태고지>,175x183cm,산 로렌초 교회의 마르텔리 예배소,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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