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8
한민족이 섬긴 '일곱 별'의 하나님
한민족이 하나님을 부르는 호칭 중에 '자미대제'(紫微大帝), '칠성(七星)님' 등이 있다. 이것은 별들의 세계, 곧 우주를 다스리는 하나님이라는 뜻으로, 북두칠성을 비유해서 부르는 말이다. 이 외에도 북두칠성과 관련된 신화와 역사 자료들이 풍부하다.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에는 하나님을 '일곱 별'과 '일곱 영'을 가지신 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큰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
북극하늘에 있는 일곱 개의 별을 가리켜 우리는 '북두칠성'(北斗七星)이라고 부른다. 북두, 북두성, 칠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일곱 개의 별은 국자 모양을 하고 있다. 여기서 두(斗)는 '별 이름 두' 뿐만 아니라, 곡식이나 액체의 분량을 헤아리는 단위 또는 용기를 가리키는 글자이기도 하다. 곧 국자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두'라는 한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때문에 북두칠성에는 '큰 국자'(Big Dipper)라는 별칭이 있다.
서양에서는 큰 곰자리의 꼬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Great Bear'(Ursa Major)라고 부른다. 이 외에도 고대 사람들은 북두칠성을 큰 마차나, 큰 쟁기(Plough)와 비슷하다고 여겼다. 이러한 북두칠성은 사계절 어느 때나 볼 수 있으며, 발고 뚜렷한 모양 때문에 항해와 여행의 길잡이로 사용된다. 1950년 생산이 시작된 우리나라의 기호식품 '칠성사이다'도 바로 북두칠성에서 그 이름을 딴 것이다.
북두칠성의 나라 한민족
이러한 북두칠성에 대한 한민족의 신앙은 매우 특별했다. 본래 한민족의 민간신앙에는 별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북두칠성에 관한 신앙과 그 흔적은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삼한관경 본기』(三韓觀境 本紀)라는 책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러 갈 때, 천부(天符)를 거울에 새겨 앞서 갔다'는 말이 있다. 내용에서 언급된 '천부'는 하늘의 부적 또는 증거라는 뜻으로 북두칠성을 의미한다. 지금도 무당의 신당에 가면 북두칠성이 양각된 '명두'(明斗:북두칠성을 밝힌다는 뜻)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중부지방의 무속인들은 명도(明圖)라는 동경(銅鏡)에 칠성(七星)을 그리거나 문자로 새기기까지 했다. 또 '칠성단'이라는 단을 쌓는 풍습도 빈번했다. 이 외에 '복을 주고 재앙을 없애주며,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주문'인 '칠성경'(七星經)이라는 것이 있기도 했다.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와 용강리 일대에 위치한 운주사(雲住寺)는 '칠성바위' 또는 '칠성석'으로 유명한 장소다. 이 곳에는 한 개의 무개가 12톤에서 20톤까지 이르는 각기 크기가 다른 일곱 개의 둥근 바위가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일곱 개의 바위가 놓여있는 위치가 북두칠성 일곱 개의 별과 그 위치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또 각기 다른 돌들의 크기는 별들의 밝기에 따른 것으로, 밝은 것은 큰 바위, 밝지 않은 것은 작은 바위로 배열돼 있다고 한다. 또 대흥사 절터의 원통골 근처에도 30척(1척=30.3cm, 939.3cm)이나 되는 밑받침석에, 길이가 70척(2151.3cm)이 되어 하늘을 찌르는 듯한 바위 일곱 개가 솟아 있다.
하나님의 별인 북두칠성
앞에서 본 것처럼 한민족에게 있어서 북두칠성은 각별했다. 특별히 북두칠성은 하나님을 별로 나타낼 때 붙여지는 이름이었다. 예를 들어 고대 동이족은 북두칠성을 하나님으로 생각했다. 그 후손인 조선족 역시 하나님을 '칠성님' 또는 '칠성신'(七星神)이라고 부르며 섬기기도 했다. 용인 무봉산에 있는 조선시대의 칠성각에는 '자미대제통성군'(紫微大帝統星君)이라는 글귀가 있다. '자미대제께서 별들을 다스린다'는 말이다. 여기서 '자미대제'는 북두칠성을 신격화해서 부르는 말이다. 곧 다른 말로 '자미원이라는 우주를 다스리는 하나님'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태산과 북두칠성을 의미하는 '태산북두'(太山北斗)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것은 '권위자', '제일인자' 또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가장 우러러 받듦을 받는자'라는 뜻으로 하나님과 같은 존재나 그러한 사람을 가리킬때 사용한다.
하나님의 일곱 별과 일곱 영
한민족이 이렇게 북두칠성에 대한 신앙이 강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실마리를 성경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민족에게 북두칠성이 하나님을 나타내는 별이었듯이 성경도 하나님의 모습을 일곱 별과 연관시켜서 기록하고 있다. 요한계시록에는 '보좌 앞의 일곱 영'(계1:4), '그 오른손에 일곱 별과 일곱 금촛대가 있는 분'(계1:16, 20, 2:1), '하나님의 일곱 영과 일곱 별'(계3:1), '부좌 앞에 켜진 일곱 등불과 하나님의 일곱 영'(계4:5), '일곱 뿔과 일곱 눈이 있는 어린양이신 하나님의 일곱 영'(계5:6)으로 앞으로 오실 주님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이 하나님이 인간의 생사회복을 주장하신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다(신30:15, 19, 렘21:8).
그렇다면 일곱 개의 별인 북두칠성을 하나님으로 여겼던 한민족의 신앙은 일곱 별과 일곱 영을 가지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흔적이 아니었을까.
참고 문헌:
o 엄원식의 <구약성서의 수신학> (대전, 침례신학대학출판부, 1984)
o 토를라이프 보만의 <히브리적 사고와 그리스적 사고의 비교> 허혁 역(서울, 분도출판사, 1993)
o Hward Eves의 <수학사> (고대 및 중세편), 이문영 역(서울, 경문사, 1991)
o <성서백과대사전 Vol.6> 민영진 편(서울, 성서교재간행사, 1981)
o 배재민의 <새로훈 형태의 구약연구> (서울, 총신대출판부, 1982)
o 존킹의 <수와 신비주의>, 김창국 역(서울, 열린책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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