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27
델 피옴보는 미켈란젤로를 모범으로 삼고 라파엘로를 능가하려는 야심을 품었던 화가이다. 그의 나사로는 미켈란젤로의 인용이다. 관 뚜껑을 열고 나사로를 부축하는 사내도 미켈란젤로의 솜씨를 빌려 온 것이다.
예수의 좌우 발치에 앉아서 기적의 손길을 올려다보는 노인과 노란 옷을 입은 여인도 마찬가지다. 예수가 내뻗은 왼팔과 손 모양은 시스티나 천장벽화에서 아담에게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는 하나님의 손짓을 흉내낸다. 그러나 나사로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예수의 손짓으로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수많은 무리들이 기적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인물 구성의 큰 움직임은 양쪽 주변부에서 그림 중심을 향한다. 예수의 손짓이 구경꾼들이 야기하는 혼돈의 동세에 질서를 부여한다. 이런 구성은 일찍이 소년 미켈란젤로가<켄타우로마키아>를 대리석에 새기면서 선보였다.
예수의 오른손은 하늘을 향한다. 그는 나사로를 무덤 밖으로 부르기 전에 이렇게 기도했다.
'아버지, 제 청을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제 청을 들어 주시는 것을 저는 잘압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여기 둘러서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 주셨다는 것을 믿게 하려고 이말을 합니다.'
델 피옴보는 기적의 현장을 동굴 무덤 바깥으로 끌어냈다. 수의를 두른 나사로가 어두운 동굴에서 걸어나오는 전통적 재현을 포기하고 평지 무덤에 석관을 묻은 것은 10세기 이후 로마교회의 전통이다. 나사로가 일어나서 앉았다. 그의 손발은 베로 묶여 있고, 얼굴은 수건에 감겨 있다. 그는 죽은 몸을 덮었던 수의를 제 손으로 벗는다. 예수의 부활도 이와 같을 것이다.
▶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나사로의 부활> 1517 - 1519년, 381x289cm, 국립 미술관,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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