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28
70은 완전하고 충만한 가족의 수
야곱의 가족이 애굽 땅에 들어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이루어졌다. 보잘 것 없는 70명의 가족이 4백년 뒤 60만3천여 명(남자만)에 이르는 대민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계획이 아니고서는 힘든 일이었다(출12:37, 38:26). 또한 야곱의 자녀들이 애굽에서 4백년간 노예 생활을 할 것도 이미 예언된 일이었다(창15:13-14).
현재 야곱의 70명 가족의 진위가 논란이 되는데, 모세는 왜 애굽에 내려간 야곱의 가족이 70명이었다고 조작한 것일까? 이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세가 실존하지도 않았던 인물을 70명의 명단에 넣은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모세의 속뜻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70 속에 숨겨진 모세의 신학적 의도
모세의 주장은 조작보다는 모세의 신학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야곱의 70명의 가족은 모세의 신학적 의도에 의해 재구성됐다고 해석해야 한다. 야곱의 70명의 가족 계보는 모세 시대에 각 지파의 창설자와 독립적인 가족을 형성한 족장들의 명단이다. 즉 이스라엘 민족체제를 형성한 족장명부란 점에서 이와 유사한 부분을 창세기 10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창세기 10장에 기록된 노아 자손들의 이름을 세어 보면 70명이 된다(셈, 함, 야벳 제외). 셈의 자손 26족속, 야벳의 자손 14종속, 함의 자손 30족속 총 칩실 족속이 홍수 후 세상 모든 나라들의 조상이 된다(창10:32)고 기록하고 있다.
히브리인에게 있어 70은 이상적인 숫자로 '완전성'과 '충만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기드온의 70명의 아들(삿8:30), 아합의 70명의 아들(왕하10:1), 이스라엘 장로 70인(민11:16-25), 예수의 칠십문도(눅10:1) 등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칩십 이레(단9:24), 바벨론 포로 70년(렘29:10), 엘림의 종려나무 70주(출15:27) 등 70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 알 수 있다.
모세는 야곱의 가족을 70명이라고 의도적으로 구성함으로써 70이 단순한 숫자가 아닌 그 속에 담고 있는 신학적 의미를 우리에게 암시하고 있다.
70의 근원 7 속에 담겨진 의미
70(쉬브임)은 숫자 7에서 파생됐다. 7(일곱)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는 '쉐바'로 '맹세하다'의 '샤바'와 '충만하다'의 '사바'와 어원이 동일하다. 히브리인에게 있어 7이란 단어 속에는 '맹세'와 '충만'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단적으로 이삭의 브엘세바를 '맹세의 우물' 혹은 '일곱 우물'로 번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고대 바벨론인은 7을 '완전성과 충만성'의 의미로 받아들였고, 구약성경에서는 '신적 충만'과 '만족', '완성'(완전)으로 받아들였다. 7의 10배수인 70은 성경에서 '보편', '구원', '이상적'이란 의미로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와 계획이 숨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곱의 70명의 가족은 먼저 이상적인 가족의 숫자임을 나타낸다. 히브리인들은 70명의 아들을 이상적인 아들의 수라고 생각했다. 노아의 70명의 자손이나 기드온의 70명의 아들, 아합의 70명의 아들에서 잘 나타난다.
둘째로 큰 민족을 이루기에 충만함을 나타낸다. 야곱의 자손 70명 속에 이스라엘 12지파 내 가계의 창설자들을 포함시킴으로써 이들이 하나님의 국가 전체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것은 창세기 10장 노아의 자손에게서도 나타난다.
셋째로 70은 아브라함과의 맹세를 상기시켜 준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바다의 모래와 하늘의 별과 같은 자손(새 민족)을 약속했고, 열국의 아비(새로운 아담)를 제시했다.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큰 민족은 야곱의 70명의 가족으로부터 시작되는데, 70이란 매우 적은 숫자를 통해 하나님께서 약속을 성취하실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넷째로 하나님의 구원이 약속됨을 나타낸다. 70이란 숫자에 '구원'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모세는 야곱의 가족을 70명으로 구성한 것은 그 숫자를 통해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완전 구속하셨음'을 예표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 문헌:
o 엄원식의 <구약성서의 수신학> (대전, 침례신학대학출판부, 1984)
o 토를라이프 보만의 <히브리적 사고와 그리스적 사고의 비교> 허혁 역(서울, 분도출판사, 1993)
o Hward Eves의 <수학사> (고대 및 중세편), 이문영 역(서울, 경문사, 1991)
o <성서백과대사전 Vol.6> 민영진 편(서울, 성서교재간행사, 1981)
o 배재민의 <새로훈 형태의 구약연구> (서울, 총신대출판부, 1982)
o 존킹의 <수와 신비주의>, 김창국 역(서울, 열린책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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