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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토레토는 자신의 화실을 간이 극장 무대처럼 꾸몄다. 헝겊 천을 입힌 밀랍 인형들을 배치해 두고 미리 준비한 촛불로 조명을 뿌리면서 상황의 개연성을 연출하는 솜씨가 뛰어났다. 수산나의 알몸에 어른거리며 살갗을 애무하는 빛의 향연은 장미 울타리가 드리우는 향기로운 그림자의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


히브리어로 '수산'은 백합이라는 뜻이다. 바로크 화가들은 백합처럼 아름다운 다니엘서의 수산나와 역사책에 수록된 다른 영웅적인 여인들을 나란히 그려 두고 비교하기 좋아했다. 죽음으로써 로마의 공화정을 앞당긴 루크레티아, 그리고 희대의 미모를 자랑하는 클레오파트라가 수산나와 어깨를 겨루었다. 성직자들은 바로크 예술을 빛낸 미녀 셋 가운데 수산나에게 제일 후한 점수를 주었다. 타르퀴누스의 아내 루크레티아는 정절을 소중히 여겼으나 신앙이 없었고, 클레오파트라는 순결도 신앙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수산나는 순결과 경건을 둘 다 갖추었기 때문이다.
수산나가 한낮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발을 샘물에 담갔다. 그러나 여인의 알몸을 훔쳐보는 노인들의 더운 시선은 식을 줄 모른다. 렘브란트의 노인들과 달리 틴토레토의 노인들은 은밀히 훔쳐보는 시선으로 여인의 벗은 몸을 훑는다.


수산나는 두 손으로 제 다리를 어루만진다. 향유가 든 은합과 장신구는 풀밭에 흩어 놓았다.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서 두 팔을 내민 자세는 고대 조각<가시 뽑는 소년>을 인용한 것이다. 장미 울타리에 기댄 거울이 수산나를 바라본다. 수산나의 시선도 거울 속의 자신을 탐한다. 틴토레토를 일컬어 '가장 영광스러운 베네치아, 가장 낭만적인 베네치아'라고 읊었던 포로의 시구가 무색하지 않다.

▶ 틴토레토,<수산나의 목욕>,1560년, 146x193.6cm,미술사 박물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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