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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보다 크지 않은 작은 동판에 롯과 두 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술잔을 든 롯은 옷을 입었고, 두 딸은 거칠 것 없는 알몸이다. 롯의 두 딸이 옷을 벗고 등장하는 일은 네덜란드 회화 전통에서 드물지 않다. 우이테바엘은 성서 이야기에다 신화적 격식을 챙겨 두었다. 아직 밤이 찾아오지 않았다.

풍경에는 시각의 향연이, 식탁에는 미각의 향연이 마련되었다. 우이테바엘은 <롯과 두 딸>에서 역사화와 정물화를 뒤섞었다. 젊은 여인들의 싱그럽게 영근 알몸에다 오이, 호리병, 술잔, 포도송이 따위를 섞어 둔 것은 육탐과 식탐의 욕구를 함께 부추기기 위해서이다. 또, 롯과 두 딸의 이야기에서 붓질로는 드러낼 수 없는 교훈을 설교하기 위해서이다.

보는 이의 시선을 어지럽히며 가로로 누운 두 딸의 자세는 파도를 타면서 바다의 신을 유혹하는 네레이데와 닮았다.

바닥에 펼쳐 둔 겉옷의 파란 주름이 파도의 이랑을 방불케 한다. 롯의 오른쪽 무릎이 불그러져서 첫딸의 겨드랑이에 바투 끼였다. 첫딸은 왼손으로 아버지의 굳센 다리를 쓰다듬으면서 자신의 두 허벅지를 교묘히 밀착한다. 둘째 딸은 오른손 중지를 내밀어 임박한 상황을 예고한다. 이 시대 북유럽에서 붓으로 허용될 수 있는 성적 암시의 최고치 이다. 저주받은 도시 위로 유황불이 쏟아져 내리지만 롯은 젊은 살의 유혹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1560년 이후 네덜란드는 칼뱅의 신학적 입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칼뱅은 특히 롯과 두 딸이 벌인 행위를 두고 해석에 고심했다. 남자를 알지 못했던 두 딸이 '소돔의 재앙을 목격하고 난 뒤에' 스스로 근친상간의 죄악에 몸을 던졌다는 사실이 쉽게 설명되지 않았다. 칼뱅은 딸들이 '오직 자손을 이어 가려는 마음에서, 단한차례'아버지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편, 롯은 의식을 잃고 있었기 때문에 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어도 얼마간 경감된다고 보았다. 교훈적 해석의 실마리를 열어 둔 것이다.

롯이 술잔을 높이 들었다. 우이테바엘은 그림에 이중적 의미를 심어 두었다. 술잔과 붉은 포도주는 욕망과 즐거움 또는 남성을 잠재우고 죽음으로 내모는 독즙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 성찬식의 신성한 기적을 상기시킨다. 땅바닥에 나뒹구는 오이와 호리병은 고대 이후 남성기의 성적 대용이지만, 기독 도상에서는 부활의 상징으로도 읽힌다. 숲 속 식탁에 차려진 빵과 포도송이, 복숭아도 구원사의 경건한 의미를 숨기기는 마찬가지다. 언니는 포도송이를 손에 쥐었고, 아우는 다음 날 밤을 준비한다.아버지의 품에 기댄 첫째 딸이 롯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취기를 살핀다.

그렇다면 감미로운 육체의 향연과 자손을 번성해야 할 의무를 가로지르는 경계는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기독교의 교훈과 시각의 즐거움 사이를 오가는 붓의 여정은 얼마나 가파른 것일까?

▶ 우이테바엘,<롯과 두 딸>, 1530년 무렵, 15.5x20.5cm,에르미타주,페터스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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